장애인고용 30년은 실적 치중 ‘비판’… “사례관리 등 소비자 중심 전환해야”

11월 17일, 장애인고용법 제정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설립 30년을 계기로 성과 과제를 짚어 보는 토론회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관으로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좌측부터 하강택원장(마포구장애인직업재활센터), 이찬우사무총장(척수협회), 변경희교수, 김동호위원장(좌장), 하성준사무총장(한시련), 윤은희사무총장(농아인협회), 강혜승부장(공단)이다. / 사진=더인디고
11월 17일, 장애인고용법 제정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설립 30년을 계기로 성과 과제를 짚어 보는 토론회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관으로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좌측부터 하강택원장(마포구장애인직업재활센터), 이찬우사무총장(척수협회), 변경희교수, 김동호위원장(좌장), 하성준사무총장(한시련), 윤은희사무총장(농아인협회), 강혜승부장(공단)이다. / 사진=더인디고
  • 실적위주 평가, 표준사업장 확산 등 공급자 중심에서 못 벗어나
  • 변경희 교수, “장애유형별 아닌, 개별화된 고용서비스 전환해야”
  • 반복되는 인권침해 대책이나 탈시설 등 시대흐름 반영 ‘전무(全無)’

“2019년 말 기준, 장애인취업자는 88만1890명, 장애인경제활동인구는 94만1136명이다. 고용의무사업체 장애인노동자는 1991년 약 8000명에서 지난해 24만5184명으로 30배가량 늘었고 고용의무사업체 장애인 고용률은 같은 기간 0.43%에서 2.92%로 6.8배 증가했다. 국가·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2%에서 3.4%로 높아졌다”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정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과 동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공단) 30년의 성과다.

하지만 토론에 참석한 장애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양적 성과일 수 있으나, 공단 30년 동안 분리 고용과 실적 위주의 접근 및 공급자 관점은 변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총은 17일 장애인고용법 제정과 공단 설립 30년을 돌아보며, ‘장애인고용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제도적 측면에서 ▲장애인 고용의 대가인 고용장려금을 일반고용 지원 강화보다는 분리 고용인 표준사업장에 사용 ▲별도의 임금체계로 고용의 질을 낮추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제도 운영 ▲실적위주 평가 ▲직업재활 전공 인력 미흡 등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기업이 장애인을 최저임금으로 고용하는 대신, 의무고용률과 부담금 감면 효과를 얹혀주는 ‘표준사업장제도’는 대표적인 공급자 중심의 제도인데, 공단이 이를 430개나 늘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근로계약서만 있으면, 하루만 근무하더라도 취업으로 인정하는 것은 전형적인 실적 위주의 평가이다”고 비판했다.

변 교수는 서비스 측면에서도 “직업재활서비스는 초기 면접부터 상담, 평가, 직업 재활 계획서 작성, 직업적응훈련, 직종개발, 직업 배치, 취업 후 적응 지도 등이 포함돼야 하나, 현재 공단은 이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데다, ‘개별고용계획서’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또한 “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설립 취지와 달리 직업체험과 적성 개발의 기능도 못하며 소수 우수한 경증 장애인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변 교수는 “공단이 업체 발굴에만 초점을 두고 취업알선에는 효과적인 운영 방향을 못 잡고 있다”며 “지역사회 직업재활훈련기관들과의 협력 부재 등 전달체계에 있어서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고용은 고용노동부, 직업재활은 보건복지부라는 인식이 있는 것처럼 관련 부처 간 유사, 중복성을 벗어나 정책적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과 “반면 공단은 장애유형으로 볼 것이 아닌 개별화된 사례관리체계를 도입, 소비자 중심의 직업재활서비스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하성준 사무총장도 “새로운 장애유형 확대 등으로 인한 장애인구의 증가와 노령화 시대, 그리고 과학기술 등으로 인해 과거와 달리 장애인의 근로능력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만큼 장애인이 직면하는 새로운 변화를 주목하며 대응해야 한다”면서 “공단은 단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맞춤형 보조기기에 따른 신규 일자리 개발 등 적극적인 자아실현의 통로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윤은희 사무총장은 단 하루만 일하고 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청각장애인의 현실을 언급하며, 특히 “공단이 최소한 지역사무소에 수어통역사만이라도 배치하면, 사업주와 근로자 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울러 “근로지원인의 경우 재직 중인 취업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가장 적응지원이 필요한 입사 초기에는 신청 후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하고, 상주 지원 서비스로만 가능해 생산직이나 서비스직의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청각장애인과 근로지원인은 호흡이 중요한데, 현 제도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고 연차나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이직까지 하는 상황이다”며 “근로지원인의 호봉제 전환 등 처우개선과 전문적 업무수행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적 성장에 대한 지적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총장은 “공단이 개인별 맞춤형 지원 확대 등 질적 성장을 바라는 장애인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중도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의 경우 근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의 경우, 척수환자가 수술 후 2주부터 심리상담사와 직업상담사가 진로 상담을 시작하는 것처럼, 초기 장애 수용부분부터 직업재활 영역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케어의 경우에도 탈시설이 핵심인데, 공단의 경우 정부의 정책적 흐름, 즉 탈시설 이후의 직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서비스국 강혜승 부장은 “민간부분 등을 포함한 장애인 고용의 견인 역할을 해온 점, 특히 외환 및 금융위기 등 지속되는 고용위기 속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지속해서 성장시켜온 성과도 함께 봐달라”면서 “내부적으로 재정비하고 우선순위 등을 정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등이나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갑질과 차별적 언어 등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공단의 평가나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20년 전 직업재활법으로 전환하며 지적됐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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