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학대 범죄 개정으로 사회적 경각심 제고되길

▲정다혜 변호사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정다혜 변호사

[정다혜 =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 변호사]

2014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 이후 장애인 노동력 착취에 대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됐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인권침해의 심각성이 세상에 알려졌고, 이에 따른 학대 예방과 재발방지의 필요성 역시 뜨거운 관심사였다. 그로부터 6년이 훌쩍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장애인학대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었을까? 아쉽게도 그 대답은 ‘아니오’임이 분명해 보인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지난 2012년 장애인학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학대란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ㆍ정신적ㆍ정서적ㆍ언어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에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에 대한 학대행위를 형사 범죄화하기 위하여 금지행위를 추가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학대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학대사건을 직접 다루는 관련 수사기관과 법원의 장애인학대 범죄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 부족은 큰 문제이다.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소극적인 수사를 진행하거나 또는 장애의 정도를 오판하여 장애인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불기소하고, 피해자들을 돌보아 준 것이라는 가해자들의 주장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받아들인 법원의 온정적인 판결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성안 판사에 따르면 법원의 판결문상 명시적으로 장애인복지법상의 학대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사례는 극히 적다. 염전 노예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수십 년 동안 폭행, 협박, 강제노동 등 피해의 정도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20건의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단지 7건에 그쳤다. 수사기관이 지적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를 (착취가 아닌) ‘울력’ 이나 ‘품앗이’로 설명하며 가해자를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장애인학대의 근절을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상 금지행위의 실효성 강화, 장애인학대범죄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의, 처벌수위의 강화 및 관련 제재조치의 마련,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형사절차상 조력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복지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학대와 관련된 주요 개정내용으로는 ① “장애인학대관련범죄”에 대한 정의 신설 ② 장에인학대 관련 범죄자의 취업제한명령대상자 포함 및 취업제한명령 적용기관의 확대 ③ 장애인학대 신고의무에 관한 교육 및 관리의 강화 ④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사법경찰관리가 학대받은 장애인을 인도할 수 있는 기관의 확대 ⑤ 학대 피해 장애인에 대한 변호사 선임 특례 규정의 신설 ⑥ 상습적인 학대 또는 신고의무자에 의한 학대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의 신설 ⑦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업무 수행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해하는 경우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의 신설이다.  

신설된 장애인학대관련범죄 정의 조항은 장애인학대로서 형법상 살인,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협박, 약취, 유인, 인신매매, 강간, 추행, 명예훼손, 모욕,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상세히 규정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형사절차에서 장애인학대관련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설된 변호사 선임 특례 규정 또한 형사절차에서 소외되기 쉬운 학대피해 장애인에 대한 조력을 염두에 둔 규정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상습적인 학대이거나 장애인을 보호하거나 감독해야 하는 신고의무자에 의한 학대인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기존의 장애인학대에 대한 처벌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웠다는 점 등에 비추어 봤을 때 바람직한 개정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개정으로 장애인학대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것이겠지만,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장애인학대범죄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적극적인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를 이루는 것에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

정다혜 변호사는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에서 공익소송, 제도개선, 정책제안, 입법운동, 국제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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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t822@gmail.com'
요한k
8 days ago

인권에 관한 학대는 대상이 누구든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물며 사회 참여에도 소외되는 장애인의 학대는 인류애 차원에서 당연히 가중처벌이 돼야할 것 같습니다. ‘염전 노예’ 사건이나 부산 ‘형제 복지원’ 건이 여태껏 왔었다는 건 서글픈 사회적 과제였었지요…
모쪼록 21대 국회에선 여러 당사자 의원들의 중심으로 장애관련 많은 입법들이 성사되어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