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구제 최후의 수단인 개인진정제 도입 시급

전동차와 승강장 간격이 11cm라고 주의하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전동차와 승강장 간격이 11cm라고 주의하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사진=더인디고
  • 장총련, “당사국이 외면한 장애인 차별, CRPD 관점으로 재해석해야”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유엔의 개인진정제도는 장애인 당사자가 국내 권리구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구제받지 못한 경우, UN에 권리구제를 청원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을 비준한 당사국에서 장애인 차별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 장애인 권리구제의 최후의 수단을 마련할 수 있도록 CRPD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A씨는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다가 틈새에 바퀴가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런 일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안전사고다. 피해자들은 해당 지하철에 승강장과 지하철의 간격이나 높이 차이가 기준 이상일 경우 안전장치를 설치하여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해당 지하철은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령 신설 이전에 준공된 역사로, 법 규정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안전발판’ 등의 설치는 교통약자법 시행령의 편의내용에 빠져있고, 이미 원스탑 케어서비스와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정당한 편의’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과 관련해서 장총련은 “이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의 UN CRPD 제2조에서 천명하는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유니버설 디자인’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제5조(평등 및 비차별), 제9조(접근권), 제20조(개인의 이동성) 등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다.”며 “법원이 이를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은 국가가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 보장, 증진하기 위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며 비판했다.

한편, 장총련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시각장애인 F씨도 매일 이용하던 트램에 새롭게 노선이 연장되면서 음성지원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자,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국내법원에 제기했다. 결과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각이었다. 이미 인터넷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F씨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CRPD 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출했다. CRPD 위원회는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을 차별이라고 인정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회가 장애인과 같이 소외된 특정 대상을 더욱 배제할 것”이라며, “F에게 법적 비용을 보상하고, 추후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회 서비스와 법,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 이후, 오스트리아는 CRPD 위원회에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보고하고 있다.

장총련은 “우리나라 A씨가 상급법원에서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까. 만일 상급법원의 결정도 다르지 않다면 어떻게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라면서 “이것이 CRPD 선택의정서 비준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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