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서귀포 치유의 숲에선 마음 근육도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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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록 무장애 숲길 ⓒ전윤선
▲ 노고록 무장애 숲길 ⓒ전윤선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여행을 나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세상에 모든 것은 서로 나눔으로서 가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의 기술을 나누고, 여행의 자원도 나누고, 여행의 자유를 나눈다. 누구에게는 여행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은 큰 모험이고 걱정이다. 특히 장애인에게 여행은 세상에 존재하는 물리적 방해물과 인식의 오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많은 방해물을 넘어서는 무장애 여행은 관광약자에게 인식의 영토를 넓히고 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세상 밖 교실이다. 여행은 좁은 공간을 벗어나 세상이라는 날것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야외 학교다. 책 속에 누워 있는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고 사진 속 박제됐던 풍경이 눈앞에서 춤춘다. 한 여행 동행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어도 이렇게 좋은 풍경이 있다는 것은 텔레비전이나 사진 속에서만 봤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이렇듯 여행은 감동을 주고 오감을 자극해 감성이 살아나게 하는 촉진제이다.

▲ 현미경으로 보는 숲 ⓒ전윤선
▲ 현미경으로 보는 숲 ⓒ전윤선

참가자 A는 천지연 폭포는 30년 전 사고 나기 전에 와봤다고 한다. 사고 후에도 천지연 폭포와 가까이에 살면서도 한 번도 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은 평생의 소원을 풀어주는 도깨비방망이 같다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치유의 숲에서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됐다. ‘노고록 무장애 숲길’”’에서는 휠체어 보행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숲 체험 여행은 흥미진진하다. 숲 해설사는 커다란 가방에 무언가 잔뜩 가지고 와 자신을 소개하며 숲이 좋아 재주로 이주해 온 지 몇 해가 지났다고 한다.

▲ 거울 속 치유의 숲 ⓒ전윤선
▲ 거울 속 치유의 숲 ⓒ전윤선

나뭇잎과 만나는 첫 번째 시간은 작은 현미경을 들고 시작했다. 숲에 널려 있는 나뭇잎을 주워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손끝으로 만나는 숲의 생명들이 신비로웠다. ‘새비’ 나뭇잎은 솜털 같고 복숭아를 씻지 않은 겉면 같다. 동백나무와 만난 시간은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탐험하는 또 다른 세상이다. 해설사는 작은 거울을 나눠주며 하늘을 향해 비춰보라고 한다. 거울 속에 들어온 노고록의 하늘은 나뭇잎 사이로 더 선명하게 숲으로 들어온다. 가끔 햇살 한줌도 거울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나뭇잎 그림 그리기 체험 ⓒ전윤선
▲나뭇잎 그림 그리기 체험 ⓒ전윤선

향기로도 숲을 만날 수 있다. 초피나무 잎은 물회와 추어탕에 넣어 먹는 향신료다. 장아찌로 담아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고 하고 재료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초피나무 잎을 사용한다고 한다. 숲에서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좋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참가자들은 각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차롱도시락 ⓒ전윤선
▲차롱도시락 ⓒ전윤선

A: 내가 하늘 위를 걷는 것 같다.

B: 거울을 통해 보는 숲은 달라 보였다.

C: 숲과 나무는 그대로인데 곁에 있는 사람이나, 자신이 미워질 때 거울에 자신을 비쳐보며, 숲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볼 것이다.

D: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나무의 소리를 담았다. 동백나무 열매는 둔탁하고 동백나무가 바짝 마르면 도장을 만들기에 적합해 예전엔 도장을 동백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치유의 숲 바람 소리는 파도 소리가 난다. 바람이 불 때면 친구의 시가 생각나기도 한다. 숲의 소리는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소리 같아 내 마음이 아이가 된 듯 숲에서는 떼를 써도 다 받아 줄 것 같다.

-치유의 숲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치유의 숲에 오면
마음 근육이 튼튼해진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거울에 비친 하늘을 볼 수 있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느낄 수 있다.

햇살 내리는 치유의 숲
천년의 시간이 마음을 치유해 준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마음 근육이 튼튼해진다.

여행은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집 가까이에 있는 여행지부터 시작해도 좋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건강한 긴장감에 여행에 대한 자극을 유발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이면 더욱 흥미 있는 여행이다. 치유의 숲에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적당한 자유가 좋다. 여행자만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자극해 다시 여행을 꿈꾸게 한다.

▲장애인 화장실 ⓒ전윤선
▲장애인 화장실 ⓒ전윤선

무장애 여행 팁

  • 가는 길: 제주공항에서 제주장애인 콜택시 이용(전화: 1899-6884, 문자: 010-6641-6884)
  • 치유의 숲: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산록남로 2271(전화: 064-760-3067, 식사: 차롱도식 (예약)주문 가능)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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