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2] ③ 강선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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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연대 경남지부 함안지회 강선애 회원이 4일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제32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모연대 경남지부 함안지회 강선애 회원이 4일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제32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대학 3학년 큰아들과 지적장애 1급인 17살 둘째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둘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지금은 사회복지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아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는 권유받았습니다. 나름 저의 아이와 함께해온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이젠 조금씩 무뎌져 가는 저의 감정을 되짚어 보며 자신이 없었습니다.

모든 부모님이 그러하시겠지만, 저 역시 미친 듯 아이의 재활에 매달리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적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재활에 집착하였을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땐 그렇게 해야만 불안한 내 마음을 잠재울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 입학을 앞두었을 땐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해왔습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가 행여 불미스러운 일을 겪을까 노심초사하며 학교를 드나들었습니다. 물론 좋지 않은 일은 있었으나 대다수 선생님과 아이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아이를 보듬어 주었습니다.

자는 아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한때는 아이의 장애를 두고 마치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길래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겠느냐는 생각에 함몰됐습니다. 지금처럼 예쁜 꽃이 피어도 이쁜 줄 모르고 코끝을 간질이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도 포근한지 몰랐습니다. 타인에 관해 감사함도 느끼지 못하며 마음의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삶을 살았습니다. 점점 몸집이 커지고 이제는 힘으로는 아이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나이가 저도 되었습니다. 이제는 외출하는 것조차 버거워 자꾸 집에만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아이는 계속 고립되어 갑니다.

하지만 지금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한곳에 모인 여러분들도 계시고 무엇보다 저희 아이들을 위해 지회의 지회장님과 각 지회의 부모님, 그리고 직원분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체험한 이상 영원한 절망 속에만 우리 아이들이 있지 않겠다는 달달한 생각도 해봅니다.

부디 국가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와 권리를 세밀히 파악하여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부모님들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 주십시오. 물론 저희가 이렇게 장애인 인식개선과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구축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한 국가도 저희의 이 간절함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확신을 가져 봅시다.

엄마 아빠가 없이도 우리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나라의 단편적 지원제도를 탈피하고 시설을 나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 한목소리를 내어 봅시다.

그 좋은 날이 올 때까지 부모님들 지치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건강이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부모님들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요즘 우리 아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너로 인해 내가 지금껏 교만치 않게 살아왔노라고, 나의 삶을 놓고 싶을 때도 사심 없이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너를 보며 그럴 수 없었음에 지금 감사하다고.

교만하게 살수도 있었을 나에게 너로 인해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흐드러진 꽃잎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흩날리는 꽃잎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삶은 살게 해준 나의 아이에게 고맙노라고.

그리고 부모가 없어질 그 세상도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 순간 너희들을 위해 이렇게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는 한 그래도 인생의 단 한 번쯤 큰 복을 받지 않겠냐고, 겁내지 말고 우리 부모들을 믿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23년 4월 4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2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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