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76] ① 이경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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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서울시 송파지회 부회장이 4월 2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경미 서울시 송파지회 부회장이 4월 2일 열린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인 가정 참사를 기억하며

[더인디고] 이 나이쯤이면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아들이 힘들게 하면 아직도 불안하고 공허하고 흔들려서 등짝도 때려주고, “야” 소리도 치는 엄마입니다. 제일 힘들게 했는데, 제일 편한 사람이 장애아들입니다. 지금도 잃어버리는 꿈을 꾸고 꿈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많이 감사함을 느끼며 일주일 동안은 아주 사랑스럽습니다.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의 언어 중에는 사랑한다는 말과 이해한다는 말이 같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그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다름을 인정해야 오래도록 함께 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저도 좋은 마음으로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실천은 잘되지 않아서 매일 반성하는 엄마입니다. “사랑합니다” 연습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저는 집회, 시위와 인연이 깊은지 제가 좋아하는지 헷갈립니다. 87년도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500만 명이 참여한 6월 항쟁,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이후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한열 열사 후두부 최루탄 사건의 진실을 규명 집회 등에 참여하며 시위하느라 최루탄 냄새 엄청나게 맡으며 1학년을 마쳤습니다. 등록금 동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설립에 사범대학이라 참여하다 보니 2학년이 끝났습니다. 졸업 때까지 4·19, 5·16, 10·18 기념집회는 빠진 기억이 없는 나름 민주투사였습니다. 시위 안 하고 도서관에 공부한 친구들이 임용되어 학교로 취업 나갈 때 저는 학원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시는 데모 안할끼다’,

그런데 작은아이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몇 년째 다녔고 여기에 또 왔습니다. 여기가 동네처럼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아이 아빠는 제가 도서관에서 공부만 했는데, 운이 안 좋아서 학교에 못 간 걸로 아직도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면 제가 출가든지 가출이든지 해야 하겠지요.

저는 30대를 좌절, 분노, 원망, 눈물로 보냈습니다. 작은아이가 심한 자폐성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치료실을 여기저기 다니느라 큰애한테 신경도 못 썼고 집은 엉망이 되어갔고, 장애아의 유치원 입학도 어려워 정신없이 다녔습니다. 자신에게도 원망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님에게도 서운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어른들은 아이가 산만하다고 야단도 치셨고, 유치원 입학 거부도 당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서 가슴이 철렁거렸던 일, 집 열쇠를 하수구 구멍에 넣어서 몇 시간 밖에 있었던 기억 등이 오늘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났습니다. 과거에 얽매여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지만 쉽지 않습니다. 또 요즘에 의사들의 사퇴를 보니 2003년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기술료 인하로 의사들이 파업해서 병원 검사받기도 힘들고 치료가 늦어져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어, 인지치료를 잠깐이라도 못 받으면 아이가 더 나빠질 것 같아서 엄청 불안했습니다. 바보 같았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습니다.

2007년 4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새로 제정되어 장애학생 통합 교육의 법적 보장이 되면서 일반학교로 입학했는데, 특수학교로 전학을 권하거나 모니터 선생님을 사비로 붙여라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다니엘학교로 전학해서 전공과까지 잘 마치고 지금은 성분도복지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마음은 같지만,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 지금은 더 간절합니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저 혼자가 아니고 함께 있어서 언제나 든든하고 좋습니다.

지난 일들은 억울하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담금질한 쇠가 더 단단해지듯이 아이의 돌발상황, 문제행동, 주위의 시선이 저를 더 단단하게 성장시켰습니다. 장애아들을 위해 엄마로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제 말을 가장 먼저 듣는 저 자신에게 오늘도 얘기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세상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서는 단결된 힘과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기에 엄마운동은 평생 멈추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엄마들의 힘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 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24시간 지원체계, 주거복지 등 정책과 제도는 앞으로 이루어 내리라 믿습니다. 샬롯의 거미줄처럼 우리는 위대하고 대단한 장애아의 엄마들이니까요.

책에서 읽은 내용이 좋아서 잠깐 소개하고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 변화의 계기는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있기에 나도 존재한다. 행복은 저축하지 말고 지금 다 쓰고 내일 다시 만들면 되고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라’고 말합니다.

오평선 작가의 에세이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2022,12)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2024, 3)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2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76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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