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투석 위한 이동은 목숨 건 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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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장장애인협회가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2020 제15회 전국신장장애인대회 개최와 함께 ‘신장장애인 이동지원 대안 마련’ 토론회를 진행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가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2020 제15회 전국신장장애인대회 개최와 함께 ‘신장장애인 이동지원 대안 마련’ 토론회를 진행했다./사진=더인디고
  • 신장장애인의 ‘치료’와 ‘이동’ 모두 생존권
  • 다양한 특별교통수단 도입 등 제도개선 시급

혈액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은 생존을 위해 투석치료가 절대적이지만 이동지원도 중요한 권리로 대두되고 있다.

신장장애인은 작년 말 기준 92,408명으로, 이중 약 75%는 평균 주 3회(회당 4시간) 이상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는 중증장애인이다.

특히 신장장애인은 기저질환의 특성상 코로나19 고험군으로 분류되면서 격리치료의 심각성과 함께 투석 전후의 이동지원 필요성이 중요하게 인식됐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신장협회)는 10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신장장애인 이동지원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박사는 ’17년 장애인 실태조사 원자료 분석을 기준으로 신장장애인의 현실과 이동권 보장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욱찬 박사는 “전체 등록장애인의 규모는 2010년 이후 거의 정체 상태인데 비해, 투석을 받는 중증 신장장애인은 최근 매년 3000명 이상 증가한다”면서 “이들 중 외출시 불편을 느끼는 비율은 45% 이상이며, 매일 외출할 정도로 활발한 외출은 비신장장애인이 70.51%로 응답한 것에 비해 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은 53.89%로 크게 낮다”며 “이는 신장장애인의 특성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도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장장애인의 주된 외출 목적이 45.92%가 병원 진료임을 볼 때, 결국 의료 이용을 위한 이동 욕구가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신장장애인은 의료와 이동이 연결되어 다른 장애인에 비해 자가용과 특별교통수단 이용 빈도가 높은 데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도 월 27만 원 이상 정도로 의료비, 간병비, 교통비 등이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도 지난해 장애인개발원 연구조사를 인용, “신장장애인은 투석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고 귀가할 때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이동차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시간적으로는 새벽 6시 투석시간 이전과 밤 12시 귀가할 때가 63.5%로 가장 높다”며,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절반 이상(51.4%)이 저혈당, 저혈압, 혈관출혈, 고칼륨증 등 응급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장장애인의 이동권은 주로 투석을 위한 의료기관 이용과의 연결로 볼 때, 단순히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요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욱찬 박사의 지적에 따르면 장애인의 이동권에서 핵심 수단이 되는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18년 말 기준으로 보행상 장애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장애인 포함 이용대상자 수는 약 69.8만 명임을 감안할 때, 전국 4593대가 필요한 것에 비해 보급대수는 3179대가 운행되고 있다. 이는 19년 7월부터 새로운 보급기준에 비추어 볼 때 70%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며, 어떤 지역도 100%를 넘지 못한 데다 지역간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특별교통수단’은 장애로 인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어려운 사람에게 별도로 제공되는 교통 수단인데 우리나라는 법령에서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차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용석 정책실장은 또한 “작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라 특별교통수단 보급기준이 중증장애인 200명당 1명에서 150명당 1대로 늘었으나 이용을 하다 보면 대기시간이 늘어난 느낌이다. 즉 특별교통수단의 물리적 증차가 이용을 담보하지 못한다. 대신 다양한 교통수단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주차도 5% 증가했으나 서비스 대상이 늘었기에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장협회 인천지회 이순종 회장도 “신장장애인은 다른 교통약자와 달리 병원이송서비스가 생존과 직결된다. 현재 특별교통수단이나 바우처택시도 이용하지만, 대기시간이 길어 제때 치료를 못할까봐 이용을 꺼린다. 또 지역간 이동 한계와 비용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면서 “병원 자체적으로 승합차 등을 이용해 이동서비스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엠블런스가 아닐 경우 사고 발생 시 보험 등의 문제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투석 전후 이동권 확보 문제 등 다양한 정책 제안도 쏟아졌다.

오욱찬 박사는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의 자격 기준을 보행상 장애라는 의학적 기준에서 기능평가 중심으로 전환할 것 ▲구급차를 특별교통수단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등 특별교통수단에서 차량의 유형을 다양화할 것 ▲고정된 출발지와 목적지, 동일한 승하차 시간을 가지는 반복적인 패턴의 경우 이동의 효율적 예약 및 배차를 위해 정기 이용 서비스 인정제 도입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용석 실장은 “임차택시나 바우처택시든 간에 지자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특별교통수단을 현행법으로 인정해서라도, 집에서 병원까지의 안전한 이동지원과 멸균처리 차량운행 등 신장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교통수단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5회 신장장애인대회 기념촬영
제15회 신장장애인대회 기념촬영/사진=더인디고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제15회 전국신장장애인대회 기념식과 함께 신장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기여한 분들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최혜영 국회의원, 이종성 국회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더인디고 THE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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