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RPD ①] 현란한 언어유희의 한계를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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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문희 관장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문희 관장

[이문희=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장애인권리협약(CRPD)이 2006년에 유엔에서 통과된 이후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장애인권리협약은 182개국에서 비준되었고, 선택의정서는 96개국에서 비준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관심은 장애인권리협약으로 인해 각국의 장애인들이 그 사회 속에서 얼마나 존중받는 삶을 유지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지 그 삶의 현장에 집중한다.

그동안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심의한 당사국들의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인들은 여전히 제한, 배제, 분리, 거부의 형태로 발생하는 차별을 지속해서 경험하고 있고, 편견과 혐오와 학대, 그리고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행해지는 인권침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CRPD가 각국에서 비준되고 서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여전히 존중받아야 할 삶, 가치 있는 삶을 유지하는 데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 현상 때문에 CRPD가 그저 ‘현란한 언어유희’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 3월에 대면 형식으로 제네바에서 개최되었어야 하는 장애인권리위원회 회의는 취소되었고, 2020년 8월 17일에서 9월 4일에 온라인 방식의 CRPD 제23차 세션이 개최되었다. 이 기간에 여러 국제기구의 성명이 발표되었지만 국가보고서 심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CRPD 제24차 세션이 3월 8일부터 4월 1일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될 예정이고, 에스토니아(Estonia) 국가보고서 심의가 온라인 방식으로 예정되어 있다. 언뜻 보면 장애인권리위원회의 활동이 축소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온라인 방식의 전환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김미연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은 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제출한 2‧3차 국가보고서 심의는 특정한 시기를 지정하지 못한 채 연기되었는데, 최소한 올해 심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은 장애인단체들의 민간보고서 작성을 위한 CRPD 연대(민간보고서 연대) 활동도 주춤하게 했다.

민간보고서 연대는 1차 민간보고서 제출을 통하여 얻은 다양한 경험 축적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고 있는 90개의 이슈를 분석하였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을 초청하여 여러 측면의 전략적 조언을 받아 2‧3차 병합 민간보고서를 국‧영문으로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되었던 한국 정부의 국가보고서 심의가 연기됨에 따라 민간보고서 연대도 각종 데이터의 수정과 새로운 이슈에 관한 분석이 요구되었다. 비대면 방식으로의 사회적 변화는 연대 활동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결국, 2021년의 CRPD에 의한 민간보고서 작성 활동은 2020년의 위축된 상황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첫 번째로 온라인 방식의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사과정은 당분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이러한 방식의 회의 방식은 종종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본격적으로 체험하는 전환점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정된 회의 장소와 기간에 미리 도착, 유엔 장애인권리위원들을 대상으로 면담 등을 하며, 우리의 이슈에 관하여 심각성과 중요성을 설명했다. 심의과정에 직접 참여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비대면 진행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는 우리가 제기하고자 하는 이슈를 어떻게 관철할지 그 방안을 마련하여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제한된 심의 시간 내에 우리의 이슈를 효과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제다. 민간보고서 연대 보고서총괄위원회에서 작성한 이슈가 90개에 달한다. 그 이외의 민간보고서 작성을 하는 연대체에서도 많은 이슈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이슈를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각국에서 제출하는 민간보고서의 이슈를 30페이지로 제한하여 제출해 달라는 요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과 집중을 해달라는 의미이다. 민간보고서 작성 활동을 하는 각 연대체와의 조율, 장애 유형과 직능을 달리하여 제기되는 이슈의 중요성을 고려한 조율이 필요하지만, 이를 도출하기에는 많은 긴장과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보고서 최종안을 위한 장애계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보고서를 통하여 장애인 개인이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삶,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마련을 위한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장애인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가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가치 있는 삶을 실현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그 의미와 방법은 각기 다르겠지만 자기 삶의 자리와 방식을 자신이 결정하여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며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할 때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를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장애인 개인이 가치 있는 삶을 실현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존경받는 삶, 가치 있는 인생의 실현이 가능하게 하려면 장애 친화적 환경구축 정도에 따라 그 가능성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2021년은 다양한 민간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대 활동이 활발해져 장애인들의 삶이 존중받고, 자기 결정에 의해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기초가 굳건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문희 관장은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 활동과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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