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계단에 막힌 편의점… 휠체어 사용장애인, BGF리테일 접근성 보장 촉구

1
356
17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가 BGF리테일(CU 편의점 본사) 앞에서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17일 오전 11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가 BGF리테일(CU 편의점 본사) 앞에서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더인디고
  • 인권위 권고 무시한 CU편의점… 대구 10곳 중 8곳은 출입 불가
  • 장애인등편의법·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법 위반 수두룩
  • BGF리테일, 4월 중 공식 입장 낼 것

전국의 편의점 수는 4만3천개, 누구나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친숙한 생활편의 공간이지만 휠체어 사용자는 10곳 중 단 2곳만 이용 가능한 지역이 있다. 장애인에게는 편의 없는 편의점인 셈이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구사람IL센터)가 대구지역 CU편의점 110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무려 84곳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인권위 권고는 권고에 그쳤을 뿐, 문턱이나 계단은 그대로다.

17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대구사람IL센터 등은 서울 강남구 소재 CU 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BGF)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편의점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촉구했다.

앞서 2월 4일, 대구사람IL센터는 BGF 대구지사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요구에 관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CU대구지사는 ‘건물주 및 가맹점주에게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신규 지점에 대해서도 편의시설 설치 요구를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또 ‘이러한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서울에 위치한 BGF 본사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오늘 기자회견이 BGF 건물 앞에서 열린 배경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1월 편의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시설에도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별표1)은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300㎡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일률적으로 면제하고 있어 소규모 편의점 등에는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선두인 BGF는 연 매출 6조 원이 넘는 기업이면서도 경사로 하나 설치하지 못하고 턱 하나 없애지 못해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편의점에서조차 장애인의 출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활동가는 “음료수를 사려고 CU에 들렀는데 계단이 있었다”며 “결국 활동지원사에게 부탁을 했지만 내 손으로 물건 하나 못 사는 것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장애인은 편의점에서 물건 하나도 살 수 없는 투명인간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장애인등편의법(‘98.4.11)과 장애인차별금지법(’08.4.11)이 시행된 지 23년과 13년이나 되었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고객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비춰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이어 “오늘 기자회견이 지금까지 들어갈 수 없는 많은 공간에 대한 진입의 시작점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추련과 생활시설편의공대위에서 활동하는 나동환 변호사는 “BGF가 현행 장애인등편의법 규정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동법 제3조의 ‘장애인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편의시설 공대위 나동환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생활편의시설공대위 나동환 변호사(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사진=더인디고

또 “BGF는 장애인의 편의점 접근 자체를 가로막음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2항에 따른 ‘재화·용역 등을 이용하여 이익을 얻을 기회 박탈’과 제18조 제1항의 시설물 접근·이용 등의 사실상 제한·배제하는 차별 행위에 해당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경사로 설치비용이 수조원의 매출에 비하면 과도한 부담이 아니기에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시설 접근권 침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법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나 변호사는 “BGF가 ▲점포가 도로에 인접해 휠체어 통행을 위한 접근시설 설치 시 무단 도로 점용이 될 때 ▲임대인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접근시설을 설치 못할 때 ▲가맹점 사업주에게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할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본사는 여러 경우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점포환경 개선 권고와 설치 기준을 안내하고 또 편의시설 설치 시 가맹사업법에 따라 비용의 20%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접근시설 설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면 최소한 미국장애인법(ADA)처럼 직원 호출 등을 통한 물품 구입 등 대안적 서비스 제공을 해야 한다”며 법 위반 지적뿐 아니라 이행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편 자회견을 마친 참여자들은 BGF 측에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요구하는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면담에 참여한 나 변호사에 따르면 BGF는 내부 논의를 거쳐 4월 중에 답변을 주겠다고 전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b4764bbda4@example.com'

1 Comment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white-0402@hanmail.net'
이채민
3 years ago

맞아요~
저도 편의점 종종 이용하는데,
장애인에게는 편의없는 편의점이
수두룩빽빽하더라구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