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 공약 “환영” vs “혹평”… 이재명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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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장애인공약을 발표한 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시각장애인안내견학교를 방문해 안대를 쓰고 안내견과 걷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9일 장애인공약을 발표한 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시각장애인안내견학교를 방문해 안대를 쓰고 안내견과 걷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캡처

ㅣ장총련, 개인예산제 도입 적극 지지
ㅣ전장연, 깡통 다섯 개 선물세트에 불과
ㅣ“260만 장애인 모두의 삶 책임지는 정책 내놔야!”

[더인디고 조성민]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자 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단체 중심으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는 윤석열 후보의 개인예산제 공약에 대해 “지지, 환영”한 반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윤 후보의 5대 공약을 “깡통”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감각장애인 선거공약연대는 여야 후보 모두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9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없는 나라”를 약속하며 장애인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후보가 19일 오전 장애인 관련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캡처
▲윤석열 후보가 19일 오전 장애인 관련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유튜브 캡처

이날 윤 후보는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수준은 그 나라 문명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시외·고속·광역버스에 저상버스 투입 및 장애인 콜택시 확대 ▲주어진 액수 안에서 장애인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선택하는 ‘개인예산제’ ▲4차 산업 인재육성 및 장애인 고용기회 확대 ▲장애학생의 예술 교육 및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강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지원 강화 등 5대 장애인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장총련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의 삶 크게 변화 줄 것이라 확신

이에 장총련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장애인 개인예산제도’는 최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모 장애인단체장의 제안에 따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논의된 바 있고, 또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도 장문현답(障問現答)을 통해 윤석열 후보에게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면서 “윤석열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채택한 것은 장애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자, 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도’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서비스 전 영역을 대상으로 총량을 정하고, 해당 서비스 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해 당사자가 ‘서비스 간 조정’을 자유롭게 결정함으로써 구매력을 정하는 제도다. 장애인복지정책에서 서비스에 대한 선택과 통제, 사람 중심 등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자기 주도(self-direction)’ 개념의 정책적 구현 수단으로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지장협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후보의 주어진 액수 안에서 장애인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선택하는 개인예산제를 약속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는 후보자가 장애인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써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주어진 예산은 밥과 김치만 있는 식당에서의 메뉴 선택최소한의 권리보장 예산 전제해야!”

반면 전장연은 윤석열 후보의 장애인 5대 공약은 장애인과 함께하기는커녕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의 시혜적 장애인 정책에 대한 성찰도 없고, 예산의 구체성도 없는 “윤석열의 깡통 다섯 개 선물세트”라고 혹평했다.

▲윤석열 후보가 19일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자 전장연은 이를 “깡통 다섯 개 선물 세트”라며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윤석열 후보가 19일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자 전장연은 이를 “깡통 다섯 개 선물 세트”라며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은 개인예산제도 자체에 대해 “다양한 서비스가 없고, 급여량 판정 과정에서 당사자의 자기 주도성도 없는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서비스 간 칸막이를 허물어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논리는 매우 허구적인 발상”이라며 “특히, 윤 후보의 ‘주어진 예산에서의 선택’은 다른 반찬은 선택할 수도 없는 공깃밥과 김치만 있는 식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가 공약에서 제시한 활동지원 서비스, 보조기기 구입, 재활서비스, 교육비 및 교통비 등을 개인예산제로 선택하기보다는 당사자의 필요와 권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쌓아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그 밖에도 윤 후보의 장애인고용 및 장애인콜택시 확대 정책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전장연은 2곳에 불과한 장애인 디지털훈련센터를 17개 광역시·도로 확대하고, 독특한 직업적 특성을 가진 장애인의 고용기회를 늘리겠다는 노동 정책에 대해 “중증장애인 노동의 기준에 맞추어진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직업훈련 위주의 정책을 해봤자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또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차량 도입 대수를 늘려도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책임을 통해 운행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대기 시간을 줄이기 어렵다”며 “윤 후보의 공약은 현재 장애인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향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대부분 실효성 없는 정책에 머무를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그러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의 변화는 예산의 책임 있는 반영 없이 불가능하다”며 “윤 후보를 비롯한 모든 제20대 대선 후보자들은 ‘장애인복지가 그 나라의 복지 수준’이라는 말만 팔아먹지 말고, 장애인의 기초적 권리를 보장할 최소한의 예산부터 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비장애인과의 격차 좁히는, 260만 장애인 모두의 정책 내놔라

한편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장애인단체뿐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와 전문가들도 SNS 등을 통해 응원 메시지, 문제점 지적과 비판 등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19일 공약을 발표한 이후 SNS 상에서는 개인예산제에 대한 우려 등이 제기되었다.
▲윤석열 후보가 19일 공약을 발표한 이후 SNS 상에서는 개인예산제에 대한 우려 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또 대선 40여 일을 앞둔 상황에서 아직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지도, 그렇다고 장애 현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재명 후보의 행보에 대해 기대와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장애인 당사자는 SNS에 윤 후보의 공약을 “뒷받침이 될 만한 예산이나 구조적 문제 해결은 없고, 돌봄과 서비스 중심의 장애인 공약이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특히 고용이나 이동권 공약 등은 남은 21대 국회와 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등을 통해 얼마든지 순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굳이 대선공약으로 비중 있게 다루는 데에는 마치 일부 의견을 전체 혹은 현장의 목소리로 둔갑시켜 포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사자는 더인디고와의 통화에서 “아직 모든 후보가 장애인 공약을 구체적으로 다 발표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20대 대선에선 260만 장애인에 대한 후보의 이해와 철학, 예를 들면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다양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따라 소득보장 정책은 어떻게 추진할지, 또는 국가나 시설, 개인 등에 의해 권리가 침해될 경우 구제방안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예산은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를 꼭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장애인 공약에 대해 여러 의견이 갈리고 있는 만큼 이재명 후보 또한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를 고려해 ‘앞으로, 제대로’가 아니라면 비판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예산도 중요하지만, 등록장애인 260만 명을 외치면서도 특정 장애 유형이나 장애 중증 정도 중심의 공약이 아닌, 전체 장애인의 권리와 실제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질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예산과 현실성에 맞춘 정책이나 법제개정 수준으로는 차기 정부 역시 당사자들의 체감도를 높이지도, 그렇다고 벌어진 비장애인간의 격차를 좁힐 수도 없다는 평가다.

곧 공개될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무엇이 다를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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