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장애인 가족을 위협하는 가난과 돌봄공백… ‘선택은 죽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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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합동 추모제에서 이삼헌씨가 추모공연을 했다./ ⓒ더인디고
지난해 3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합동 추모제에서 이삼헌씨의 추모공연 장면 / ⓒ더인디고
  • 부모연대,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24시간 지원 절실

[더인디고 조성민]

죽임을 당해도 되는 존재는 없습니다. 또한,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녀를 죽일 권리는 없습니다.”

가난과 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가족들이 결국 장애인인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을 일으켜 충격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두 가정에서 친모에 의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발달장애인 8살 아들과 20대 딸이 죽임을 당했다.

공통점은 발달장애인 자녀가 있는 장애인 가족이자 한부모 가정이다.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20대 딸의 어머니는 말기암 환자다. 이유는 많겠지만 장애와 가난, 돌봄 공백 등이 비극적인 선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4일 성명을 내고 “매년 수없이 접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이지만, 하루 만에 두 건의 사망 사건을 접하니 분노를 넘어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 어떠한 죽음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발달장애인을 살해하고 부모가 자살한 사건의 경우 확실한 것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매달 평균 30~50만 원의 추가비용을 지출한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전체 평균 추가비용 15만6200원보다 두 세배 많은 지출이다. 게다가 실업률도 높고, 일해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소득 또한 가장 낮다. 또 발달장애인 중 80%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41%는 일상생활 대부분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함에도 그 지원은 대부분 가족에게 전가 돼 왔다는 것.

부모연대는 “가족이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 복지체계가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거나 사회 이슈가 될 때만 한두 가지 정책 또는 서비스를 베풀어주듯 발표해 왔다”고 비판했다.

부모연대는 이어 “더는 가족이 가족을 위한 지원의 무게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복지지원체계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복지서비스 내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와 가족에게 전가된 발달장애인 지원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으로 더는 죽고, 죽임을 당하는 비극적인 참사가 아닌, 지역사회에게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회적 지원 부재로 인해 고통 속에서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가족사건들. 자료=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근 사회적 지원 부재로 인해 고통 속에서 죽어간 발달장애인과 가족사건들. 자료=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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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s594@naver.com'
양준성
1 year ago

살인은 그 어떠한 이유라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것이다. 하지만 살인이라는 행동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을것이다. 자신의 친 자식까지 살해를 할 정도로 어둠의 사각지대의 가려져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 했다는 것을 생각하보면 안타깝다. 이러한 일은 누군가의 작은 관심만 있어도 예방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가정에 대한 지원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