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현상’의 언어로 부딪친 박경석 vs 이준석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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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현상’의 언어로 부딪친 박경석 vs 이준석 토론
▲지난 13일 jtbc 썰전 라이브를 통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상임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이동권’ 등을 주제로 일대일 토론을 진행했다. ⓒ jtbc 썰전라이브 유튜브 화면 캡처
  • 박경석, 서울시민에게 사과하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 당위성 설명
  • 이준석, ‘최대 다수의 불편’은 ‘반문명적’ 되풀이 주장
  • 장애인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어낸 두 권력 집단과 기재부 성토
  • 혐오조장 발언 사과 요구에 ‘악플’과 ‘혐오’ 당연한 결과라며 이준석 거부
  • 두 사람, 추후 장애인 정책 관련 토론 이어가기로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지난 13일 jtbc 썰전 라이브를 통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상임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이동권’ 등을 주제로 일대일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은 TV를 통해 방송된 1시간 외에도 유튜브 채널만으로 방송된 시간까지 3시간가량 이어졌으나 유의미한 결론 없이 끝났다.

▲박경석 대표는 지하철 시위로 불편을 끼친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토론을 시작했다. ⓒ jtbc 썰전라이브 유투브 화면 캡처

이번 토론회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을 야기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연일 비판했다. 그러자 전장연 등 장애계는 책임있는 공당의 대표가 일반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한다고 비판했고, 급기야 박경석 대표의 토론 제안으로 성사되었다.

토론 시작에 앞서 먼저 말문을 연 박 대표는 “먼저 시민들께 많은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면서 지하철 출근길 시위로 인해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박대표는 비장애인에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장애인 이동권은 문명사회에서 생존권이자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라면서 21년의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에 대하여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서울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이에 이 대표는 박 대표가 먼저 서울시민들에게 사과를 한 부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의 시위 수단이 꼭 옳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신 것 같고 다만 절박함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그건 저희도 100% 이해”한다고 화답했다.

이준석, 시위 방식 비판에 박경석, 20년 요구 정치권 무응답 어쩔 수 없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공약 안에 장애인 이동권 정책이 있다고 강조하고 이를 통해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jtbc 썰전라이브 유투브 화면 캡처

하지만 이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출근길 시위를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된다”고 했던 자신의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서는 “출입문 취급을 제대로 하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즉, 정해진 시간 안에 탑승하지 못하면 장애인이라도 다음 차를 타야 한다면서 출입문을 막고 40분 가까이 정차를 지연시키는 시위 방식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치권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전장연(장애계)이 요구를 하는 것들 또는 장애계에서 요구하는 것들 중에서 정치권이 안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하자, 박 대표는 “장애인이 이동권 요구하는데 안 하겠다고 하는 정치권이 세상이 어디 있느냐” 되묻고 그런데 안했다면서 신뢰가 없는 약속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두 정당(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 정권을 잡고 교통약자편의증진법 상의 교통약자편의증진계획을 5년마다 계획하고 시행해 온 결과가 현재의 장애인 이동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의 시작 시점과 장애인 이동권 시위의 원인 등 그동안 알려진 내용들을 되짚어 언급하면서 진위 여부나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듯 토론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도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공약을 자신의 주도로 마련했다면서 저상버스 도입의 경우, 5년에서 10년까지의 기한인 대폐차 시 저상버스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더 빠른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박 대표는 대폐차 때만이라도 저상버스 도입 약속만이라도 실현되기 바란다고 되받았다.

갈라치기 사과 요구에 이준석 불편을 강제한 장애인에 대한 악플당연

논의는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이어졌던 이 대표의 혐오표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박 대표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팸코리아 등에서 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이 대표의 발언 전과 후의 혐오성 댓글의 급증을 보여주는 차트를 통해 이 대표의 혐오발언을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되려 “악플이 싫은 거냐 혐오가 싫은 거냐”며 되묻고는 “지하철 막은 후 악플 안 받길 기대하셨으면 제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지금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쫓아다면서 “중증장애인들한테 이어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등 혐오 분위기가 조장되어 있다면서 갈라치기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전장연의 투쟁 방식은 굉장히 비문명적인 방식이라고 일축하고 “시위로 발생하는 불편은 보통 우발적인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데, 전장연의 방식은 회피할 방법이 없는 방식, 불편을 강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트위터리안인 익명의 데이터 분석가(@FightHateByData)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에펨코리아 유머/움짤/유머 게시판 댓글 성향이 이 대표의 발언 이전에 비해 혐오표현이나 조장 발언의 비율이나 양이 이 대표의 페이스북 발언 전 일주일(3월18일부터 24일) 간, 장애인·전장연 관련 글에 달린 악플 비율은 전체 댓글 중11%였으나, 언급 이후 17%로 증가했으며 악플 개수도 일주일 간 2.7배, 장애혐오는 9.7배로 급증했다.

▲트위터리안인 익명의 데이터 분석가(@FightHateByData)가 딥러닝 기반 혐오탐지 모델인 HateScore를 이용해 에펨코리아 유머게시판 댓글을 분석한 그래프. 익명의 데이터 분석가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전 일주일(18~24) 간, 장애인·전장연 관련 글에 달린 악플 비율은 11%였으나, 언급 이후 17%로 증가했으며 악플개수도 일주일 간 2.7배, 장애혐오는 9.7배 늘었다고 트위터에 게시했다 @ 익명의 데이터 분석가(@FightHateByData) 계정에서 수집함

경북 예천 갈 수 없죠? 당사자 불리 빗대 정책 설명해 빈축 사기도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외에도 박 대표는 장애인콜택시의 광역이동 문제 등 장애인의 전반적인 이동권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 대표는 “러시아워 때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출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를 총망라해서 저희가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니냐”면서도 출근 시간대에는 “휠체어 장애인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공약으로 “광역 교통수단과 저상버스, 리프트 버스 도입 등을 우선으로 한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우선순위로 놓고 이종성 의원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그런 정책들은 앞으로 10년 후에나 실현될 것”이며, 그래서 “기획재정부의 보조금법 시행령 제4조 별표 1(보조금 지급 대상 사업의 범위와 기준보조율은 약 122개의 사업예산에 대한 서울과 지방별 지방보조율을 정하고 있으나 장애인 이동권 관련 항목에 없다)을 고쳐서라도 특별교통수단의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국민의힘 공약사항인 광역간 교통수단 정책을 설명하면서 교통약지이기도 한 박 대표에게 경상북도 예천에는 어떻게 갈 거냐고 물었고, “갈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주안점”이라고 말해 굳이 당사자의 불리함을 빗대 정책을 주장할 필요가 있었냐며 적절치 못한 태도라고 빈축을 사기도 했다.

추후 두 사람은 또다시 토론을 이어가기로 하고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기대와 달리 두 사람의 토론은 서로의 입장만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지하철 시위의 정당성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동권 관련 법체계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의 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촉구했고, 이준석 대표는 그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던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면서 윤석열정부의 공약에 담긴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통해 제도적으로 차근차근 풀어갈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토론은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장애인 관련 단일한 주제만으로 구성되어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었지만, 토론을 주최한 JTBC는 수어통역도 자막문자도 제공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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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k4544@gmail.com'
지나가다
2 years ago

이준석은 이동권 관련 토론회를 하려면 기본적인 법적 내용은 한번 검토해 보고 나와서 이야기를 해야지 그냥 순간 말장난으로 주제를 벗어나더니 버스 운행연한이 5~6년이라고 우기기 까지 하네. 모르는 사람들은 이준석 말이 맞다고 생각할텐데 시내버스 운행연한은 지자체마다 달라도 보통 9년에서 연장운행까지 하면 10~11년은 타야 대폐가 가능하다! 부디 이준석 정신 좀 차리고 공부 좀 하고 와서 입을 놀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