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차별 속으로]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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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enya Nairobi, Cartoonist 'Mdogo', illustration(케냐 나이로비, 카투니스트 음도고, 일러스트레이션)
출처 : Kenya Nairobi, Cartoonist 'Mdogo', illustration(케냐 나이로비, 카투니스트 음도고, 일러스트레이션)
  • 세계 손 씻기 차별 철폐의 날 제정하라!!

[더인디고=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보건 당국에서는 ‘예방 접종’, ‘마스크 사용’,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1일 3회 이상 환기’, ‘1일 1회 이상 소독’, ‘사적 모임 최소화’ 등의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특히 손 씻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도 셀프 백신으로 언급한 만큼 감염병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한다. 수인성 감염병의 약 50~70%는 손 씻기만으로 예방할 수 있고, 비누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으면 세균의 99%가 없어진다고 한다.

감기 바이러스의 경우 공기 중에서 2시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지만, ‘손’에서는 70시간을 생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옮긴다고 한다. ‘피부병(수두·습진·옴)’, ‘눈병(트라코마·아폴로눈병)’, ‘기생충질환(회충·요충·편충·십이지장충 등)’, ‘소화기질환(세균성 이질·식중독·콜레라·장티푸스 등)’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출처 : 코로나19를 이기는 가장 손 쉬운 방법 올바른 손씻기 2020-10-15 질병관리청 제작 자료(카드뉴스)
출처 : 코로나19를 이기는 가장 손 쉬운 방법 올바른 손씻기 2020-10-15 질병관리청 제작 자료(카드뉴스)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을 경우, 1시간 뒤 64마리의 세균이 번식하고 3시간 만에 26만 마리로 늘어난다. 그만큼 손 씻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얼마나 중요하면 UN에서는 매년 10월 15일을 「세계 손씻기의 날」로 지정했다.

보건 당국에서는 특히 ‘날 음식 재료를 만진 후’, ‘행주 사용 후’, ‘외출 전후’, ‘화장실 이용 후’, ‘코를 풀거나 재채기한 후’. ‘다수가 사용하는 물건 만지고 난 후’에는 반드시 손 씻을 것을 권고하며 방법도 함께 안내하고 있다.

총 6단계로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되, ‘①단계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른다’, ‘②단계 손등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른다’, ‘③단계 손바닥을 마주 대고 손깍지를 끼고 문지른다’, ‘④단계 손가락을 마주 잡고 문지른다’, ‘⑤단계 엄지손가락을 다른 편 손바닥으로 돌려주면서 문지른다’, ‘⑥단계 손가락을 반대편 손바닥에 놓고 문지르며 손톱 밑을 깨끗하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방역 지침을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 접근 가능한 장애인 화장실이 상당히 적다.

공공기관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는데 2019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전국 3,499개 행정복지센터 중 1,794개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 화장실이 미설치된 곳은 311곳(17.3%)이었으며, 장애인 화장실이 1,483곳(82.7%) 있으나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절반 659곳(44.4%)이 채 되지 않았다.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화장실 협소 478곳(58%)가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남·여 구분 미비 351곳(42.6%), 청소도구 등의 물건 적재 248곳(30.1%) 순으로 나타났다.

1년 뒤인 2020년 전국 지구대·파출소·치안센터 2,990곳 중 1,615곳(54%)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구대·파출소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이므로 장애인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한다. 하지만, 절반 이상인 1,087곳(67.3%)이 사용할 수 없었다. 내부에 직원들의 옷이 걸려있거나 물건을 적재하여 창고로 사용했다. 화장실 안 세탁기와 물품들 때문에 대변기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도 다수였다. 공간이 ‘좁아서’ 이용이 불가한 사례는 1,358곳(84.1%)에 달했다.

공공건축물이 이 정도라면 민간건축물은 더 열악할 것이 뻔하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화장실을 찾아본 장애인이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 것이다.

모든 난간을 뚫고 접근 가능한 화장실을 막상 찾더라도 비누를 이용하여 깨끗하게 손을 씻을 수 없다. 비누가 봉에 고정되어 있거나, 펌프식이거나, 자동 디스펜서 기기가 높게 설치되어 있어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이다. 비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덩크슛을 넣는 농구선수처럼 아등바등 손을 뻗어야 한다. 험한 말이 튀어나온다. 온 힘을 다해 비누를 쟁취해야 하는데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보다 화병이 먼저 올 것 같다. 양심에 찔리지만, 생존을 위해 맹물로라도 씻는다. 물론 자동센서 수도꼭지에 조준하기도 쉽지 않다.

산 넘어 산이라고 이번에는 핸드 드라이기와 일회용 수건에 손이 닿지 않는다. 흥건히 젖은 손을 닦지 못하고 자동문 열림 버튼을 누른다. 이쯤 되면 손 씻기의 목적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예방을 위해 손을 씻었는데 감염병에 더 걸릴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세계 손 씻기 차별 철폐의 날’을 제정해서 시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들이 방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화장실을 제공해야 한다. 감염병의 역사는 코로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는 화장실에서 덩크슛을 시도하고 싶지 않다.

[더인디고 THE INDIGO]

대구 지역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옹호 팀장으로 활동하는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애 인권 이슈를 ‘더인디고’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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