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마다 다른 내부 구조, 시각장애인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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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 혼자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입구에 화장실 내부구조 안내도가 있으면 어떨까. ©박관찬 기자
  • 입구 기준 변기, 세면대, 손 건조기 위치가 달라
  • 화장실 입구에 화장실 안내도가 있으면
  • 문과 문 손잡이 색이 같아서 문을 못 여는 경우도

[더인디고 = 박관찬 기자] 건물 내에 ‘장애인 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는 건 공공연히 문제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이 꼭 장애인 화장실만 이용하는 건 아니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장애인은 굳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불편함을 겪기도 한다.

시각장애가 있는 A 씨는 장애인 화장실보다 그냥 화장실이 이용하는 게 더 편하다. 그런데 전맹이라서 화장실에 들어가면 변기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세면대와 손 건조기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늘 껄끄럽다. 동행하는 사람이 같은 성별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야 한다.

A 씨는 “사실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할 때 남/여 구분부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며, “점자 표기가 되어 있는 경우 편하지만, 어느 화장실은 남자 화장실이 왼쪽, 여자 화장실은 오른쪽인데, 다른 화장실은 반대로 남자 화장실이 오른쪽, 여자 화장실이 왼쪽이다”며 화장실마다 다르게 배치된 남/여 구분의 불편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그런데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으로 화장실을 설계하도록 규정하면 아무래도 무의식적으로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수도 있으니 딱 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하며, “화장실마다 점자 표기를 비롯해서 장애인이 본인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을 잘 찾을 수 있게라도 디자인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가 쉽게 인식하는 화장실의 남/여 구분 이미지는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으로 각각 남자와 여자 모양의 이미지로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요즘은 색깔의 구분없이 같은 색으로 통일하여 디자인하기도 하고, 소위 ‘예쁜 디자인’이랍시고 남자와 여자 이미지가 저시력 장애인이 보기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나오기도 한다.

A 씨는 또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입구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소변기, 대변기, 세면대, 손 건조기, 휴지 등의 위치가 화장실마다 다 통일되어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며, “그럼 시각장애인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편하게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하지만 수도의 위치 등에 따라 변기나 세면대의 위치를 달리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차라리 화장실 입구에 있는 ‘화장실’이라는 안내가 된 점자 표기 옆에 화장실 내부 구조도 점자로 안내하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실제 기자가 몇몇 지하철역의 화장실을 조사해 본 결과,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에 소변기와 대변기가 있고 세면대는 오른쪽에 있는 화장실도 있고, 반대의 위치에 있는 화장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후 손을 말리기에 손 건조기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화장실도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적어도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어디에 손 건조기가 있는지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내부 구조가 다르게 되어 있는 건 장애인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어떻게 열지?

저시력 시각장애인인 B 씨는 평소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어느 센터가 리모델링을 하는 바람에 한동안 못 가다가 오랜만에 방문했다. 센터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B 씨는 리모델링 이전에 화장실이 있었던 곳으로 갔다. 그런데 B 씨는 화장실 문을 열지 못한 채 쩔쩔매야 했다. 문을 여는 손잡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리모델링 이전에는 문이 밝은 색이고 손잡이가 어두운 색이라서 구분을 하기 쉬웠는데, 리모델링을 한 문은 문과 손잡이의 색깔이 모두 어두운 색이라서 손잡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그래서 처음에는 문을 밀어서 여는 형태로 바뀐 줄 알았는데 밀어도 안 열리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리모델링한 센터의 화장실 문과 손잡이 색깔이 비슷해서 조명이 어두우면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문의 손잡이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좌). 문과 손잡이의 색이 확실히 구분되면 문 손잡이를 찾기 쉽다(우). ©박관찬 기자
 

B 씨가 화장실 문을 열지 못하고 있자, 마침 지나가던 센터 직원이 다가와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 직원이 화장실 문을 열어주는 걸 보고서야 B 씨는 화장실 문의 손잡이 위치를 확인했는데, 문과 손잡이의 색깔이 같아서 B 씨의 시력으로는 손잡이가 어디에 있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B 씨는 “센터를 리모델링하니까 훨씬 쾌적하고 이용하기에도 편하고 좋다”면서도 “그런데 화장실 문의 디자인이 옥에 티 같은데, 꼭 저시력이 아니더라도 저녁이 되어 건물 내부가 어두우면 다른 이용자들도 화장실 문 손잡이를 찾는 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문제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기자가 촬영한 사진에서는 조명 덕분에 손잡이가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해당 사진은 화장실 안에서 촬영한 것으로, 실제 화장실 밖에서는 복도가 워낙 어둡기도 하고 문의 색상도 어두워서 손잡이의 위치를 찾기 불편할 것으로 짐작됐다.

B 씨는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문과 손잡이는 같은 색으로 깔맞춤하지 않고 분명하게 구분되는 색으로 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그래야 저시력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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