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만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중 ‘21.6%’ 장애인가구… ‘살 필요 없는 정책’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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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32만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중 ‘21.6%’ 장애인가구...대책 절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32만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중 ‘21.6%’가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가구다. ⓒ 2022.08.12/뉴스투데이/MBC 화면 갈무리
  • 7만 819장애인가구 지하·반지하에서 거주!…다섯 가구 중 한 가구꼴
  • 장애인가구 월세 25만원에서 5만원 비율이 54.2%, 5만원 미만도 3.1%
  • 정부, ‘주거목적의 용도 금지’ 대책 내놨지만, 비현실적 비판 많아
  • 지하·반지하 없앤다? ‘살 필요가 없는 정책’ 관점 새롭게 할 필요

[더인디고=이용석편집장]

이번 폭우로 우리나라 전 국토가 물에 잠겼다고 할 만큼 치명적인 침수피해를 당했다. 특히,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들은 침수로 인해 고립되거나 인명피해가 나는 등 거주시설로써 재난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지하·반지하 거주가구가 가장 많이 밀집된 서울시 등은 안전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지하·반지하 주거공간은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시가전을 대비한 안보적 이유에서 반지하의 용도가 부각되면서 1970년 건축법 3차 개정을 통해 ‘지하층의 설치’에 관한 의무조항이 신설되었다. 그후 도시인구 밀집 현상이 심화하면서 주거공간이 부족해지자 반지하가 도시 빈민들의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수는 전국적으로 2020년 현재 32만 7320가구에 이른다. 2010년(52만 가구)에 비해 그 수가 줄었는데 이유는 당시 태풍 곤파스로 반지하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자 서울시가 반지하 신축을 금지한 때문이다. 전국 반지하 가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으며, 서울 소재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는 20만 849가구로 전체의 약 61%를 차지한다.

이번 폭우로 두 가구 4명이 희생되었는데 참변을 당한 두 가구 모두 장애인가구였다. 이처럼 재난에 취약한 지하·반지하에 주거하고 있는 장애인가구의 비율이 2.7%(2020년 장애인실태조사, 2,622,950가구 기준), 약 70,819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지하·반지하 가구인 32만 7320가구의 약 21.6%에 달하는 숫자이며, 다섯 가구당 한 가구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 만큼 지하·반지하 장애인가구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_주거위치 p410_지하층 1.6%, 반지하 1.2% 등 2.7%가 지하, 반지하 주거가구이다. ⓒ 보건사회연구원

특히, 지하·반지하에 사는 이유는 높은 주거비 때문인데 국토연구원이 2019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임차가구가 부담하는 주거비는 월평균 68만 7000원이며, 서울은 매달 평균 76만 9000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에 비해 소득은 2018년 기준 서울 지역 반지하 가구의 월 평균 경상소득은 평균 219만원(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자료를 토대로 한국도시연구소 추출)이다.

즉, 서울 지역의 월 평균 주거비(76만 9000원)가 반지하 거주 가구 한달 소득의 34%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가구의 경우 월세 25만원 이상 지출 비율이 33.7%로 가장 높게 조사됐지만, 5~10만원이 21.4%, 10~15만원이 18.4%, 20~25만원이 14.4% 등 54.2%에 달하고 5만원 미만도 3.1%나 된다. 결국 소득수준이 낮은 장애인가구는 저비용의 월세 부담으로도 주거가 가능한 지하나 반지하 등 열악한 주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1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고, 최대 20년 유예를 두고 현재의 지하‧반지하 주거공간을 순차적으로 없애나가겠다는 지침을 정했다. 비게 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근린생활시설,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거나 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상습 침수나 우려구역의 환경 개선,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현실을 모른 채 급한 대로 계획부터 불쑥 내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재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은 약 24만호 수준이며, 지난해 서울에서 주거상향 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는 1,669가구 중 반지하 가구는 247가구(14.8%)에 불과했는데 현재 내놓은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또한 반지하 가구를 집중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시킬 경우 고시원, 쪽방 거주자 등 다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하·반지하 주거공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지만, 범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 종합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지하·반지하 주거가구 중 21.6%에 달하는 장애인가구의 경우, 주거복지뿐만 아니라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소득보장체계 등 포괄적인 장애인 정책의 재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지하·반지하에서 살 수 없게 하는 정책이 아닌, ‘살 필요가 없도록 정책 방향의 관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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