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의 차별 속으로] 삼치들의 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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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 군락 ⓒ이민호
▲삼치 군락 ⓒ김소하 작가
  • 움직이지 않으면 가라앉는다

[더인디고=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집필위원
▲이민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대양을 누비는 물살이(물에서 살아가는 동물) 대부분 부레를 가지고 있다.

부레는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위아래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애석하게도 삼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부레도 없지만, 아가미 근육이 발달하여 끊임없이 아가미로 물을 흘려보내야 살 수 있다.

멈추는 순간, 물에 뜨지 못하고 호흡할 수 없다. 죽는다는 말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거친 바다를 내달려야 한다. 자는 동안에도 헤엄쳐야 한다.

대부분의 물살이와 다른 모습으로 인해 훨씬 더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하나하나의 모습들이 모여 집단화된 수천 수억만 마리의 삼치 군락은 힘겨움을 증폭시켜 더 생생히 느껴지게 한다.

어려움의 상황에 놓여 있지만, 삼치는 헤엄이라도 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옮겨 가기 위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치의 죽음이 생물학적 죽음을 의미한다면 장애인들의 죽음은 사회학적 죽음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대중교통을 매개로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병원에 가고,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권리를 위한 권리이다.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람이 자유로운 시민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삼치가 생물학적 죽음을 피하고자 매일 내달린다면, 장애인들은 사회적·생물학적 죽음을 피하고자 1년 365일 목소리 내며 투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매일 지하철을 타며 이 문제를 알리고 있고, 국제무대에서는 한국이 장애인권리협약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감시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과 25일, 한국 정부는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로부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심의를 받았다.

로사 이달리아 알다나 살게로 위원은 정부에 “장애여성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대중교통 접근성 상향 조치, 시외버스 접근성 개선을 위한 예산, 계획, 일정 등에 대해 질문했다.

실제로 2019년 4월 30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여성 장향숙 씨가 2호선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다 객차와 승강장 사이 넓은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또한 3호선 충무로역에서 승차하려던 전윤선 씨는 바퀴가 객차 턱에 걸려 휠체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두 사람은 2019년 7월 3일, ‘서울교통공사(아래 공사)가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 단차의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며 공사에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2심 모두 패소했다. 두 개 역 모두 관련 지침이 생긴 2010년 이전에 준공된 역이라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상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공사가 정당한 편의제공을 회피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승소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사는 단차 문제를 방치했고, 결국 지난 4월 19일, 한 지체장애인이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다리가 허벅지까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로사 이달리아 알다나 살게로 위원은 ‘시외버스 접근성’도 처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외 고속버스 중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전국에 단 10대뿐이다. 전체 고속버스 중 0.57%에 불과하다. 노선도 턱없이 부족한데 전체 고속버스 노선 169개 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은 단 4개뿐이다. 사실상 시외버스 탑승은 불가능한 것이다. 버스 말고 기차를 타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KTX에 전동휠체어는 단 두 대밖에 탈 수 없다.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만 절대 대체 수단이 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 측 관계자 최정민 국토교통부 생활복지과장은 “도시 간 이동에 접근성 제약이 없도록 다양한 개별지원 이동을 추진 중”이라면서 “21년 기준 철도의 장애인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률은 99%”라고 답했다.

아울러 “2027년 1월부터는 광역버스에도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철도가 운행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휠체어 탑승설비가 마련된 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 예산을 투입 중인데 버스운송사업자의 참여를 높이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뒤로 미룬 것이고, 장애인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답변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자격을 박탈당한 장애인들은 그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동료들의 손을 잡고 함께 목소리 낼 것이다.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참고기사: [비마이너, 하민지 기자] 이동권·접근권 처참… 정부는 유엔서 “성과 있다” 운운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00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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