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6] ② 박경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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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만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박경만 씨가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부모연대

[더인디고] 29살에 키 180이 넘는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감당하기 너무나도 버거운 중증 자폐아들입니다. 25년이 넘도록 다 큰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운동복에 배낭 메고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특수교육을 받으며 쫓아다녔습니다. 아이가 전봇대에 쓰인 숫자에 꽂혀 순식간에 차도로 뛰어들면 죽는 힘을 다해 잡아야 합니다. 소리에 민감해서 다른 아이가 울면 되레 본인이 소리 지르고, 우는 아이를 때려죽일 듯합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과자, 우유 등도 뺏습니다. 에스컬레이터는 본인이 멈출 때까지 타야 하고, 우리는 그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사춘기 때는 거식증으로 인해 먹는 걸 거부하며 입을 꽉 다문 채 말라비틀어져 갔습니다. 가지런하던 치아의 생니도 뽑았습니다. 먹는 것을 거부하니 남의 눈칫밥 한번 먹어보라고 먼 곳에 있는, 꽤 비싼 시설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무기력증, 우울증으로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내 새끼가 말을 잘 못 하니 누가 때렸는지, 어떻게 괴롭혔는지 알 수도 없고 그저 꼬집히고, 온몸에 멍든 몸으로 온 아이를 씻기고 약을 발라주며 속이 찢어지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축복 속에 태어난 우리 아들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길 바랐지만, 오히려 사회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중증 발달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독일 나치인 한스 아스퍼거는 나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살 가치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를 구분하는 일을 했습니다. 나치의 관점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자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 등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장애인가족이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제가 쉬는 날은 집에 갇혀 있는 아이가 가여워 함께 산책을 하곤 합니다. 저는 앞서고 아들은 가운데 엄마는 뒤에 섭니다. 잠시라도 손을 놓으면 길도 아닌 곳으로 달아나버리니,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무너져 내린 지 오래입니다. 자폐는 왜 약도 없는지.

3살 많은 형은 10대 초반부터 학교 주변에 방을 얻어서 따로 해서 생활했습니다. 먹을 것을 비롯해 제대로 챙겨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성장하여 취직해서 저에게는 동생만 잘 챙기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 형은 장애 동생이 있으니, 결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친척 장례식 때는 그랬듯이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친척들은 “우리가 모르고 있나?” “괜찮다, 데리고 오거라” 하셔서 사람의 도리를 하려고 갔습니다. 하지만 슬픔도 모르는 아들은 이 사람 저 사람 휴대폰을 뺏으려 혈안이 됐고, 기어이 삼우제 때는 절하고 있는 저와 친지를 때리며 사람 도리도 못 하게 되었습니다. 29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 부모인 우리도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약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죽으면 내 아이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내가 봐줄 수 없을 때 누가 봐줄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수많은 물음표를 나 자신에게 던집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더도 덜도 말도 생존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지원” 구축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2022년 9월 20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6회차 중에서 –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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