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영화상영 판결도 무시, 시간 끄는 ‘영진위’… 내년 예산도 ‘0원’

0
150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술시연회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사진=더인디고
▲2021년 12월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술 시연회의 한 장면 ©더인디고

  •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예산 편성조차 안 해
  • ‘수용성 조사’ 핑계로 대형 멀티플렉스 3사 시간만 벌어줘
  • 김예지 의원 ”장애인에게 사과와 예산 수정하라“ 요구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동시관람(폐쇄형)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시간 끌기가 아니다”고 주장하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정작 ‘2023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진위는 지난 8월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영화관 사업자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상황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장애인 단체의 비판에 대해 “해당 사업은 시간 끌기가 아닌 향후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청각 보조 장비들을 상영관에 지원하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국민의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도 예산 사업설명자료’에는 예컨대 ‘시·청각 보조 장비 지원사업’과 같은 장애인의 영화 관람 편의와 관련된 신규 사업 및 예산 편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글자막·화면해설 콘텐츠 제작, 장애인 영화제 지원, 온라인 가치봄 운영 등 장애인의 영화 관람 환경과 관련된 사업 예산은 ‘영화 향유권 강화’ 사업에 편성된다. 하지만 2023년 예산안에는 해당 사업 예산으로 18억 6600만 원만 편성됐을 뿐이다.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지난 2016년 시·청각 장애인 4명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사업자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차별구제 청구소송 2심 판결(‘21년 12월)의 후속 조치로써, 영진위가 자문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영진위가 법원판결도 무시한 채 시범사업 등을 강행하자 장애인단체들이 영화관사업자 3사 앞에서 영진위를 규탄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유튜브
▲영진위가 법원판결도 무시한 채 시범사업 등을 강행하자 장애인단체들이 영화관사업자 3사 앞에서 영진위를 규탄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유튜브

영진위의 이 같은 발표 직후 장애인 단체는 “이미 5년간의 소송 과정에서 우리 기술과 비용으로 장애인 영화 관람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관련 연구와 조사는 여러 차례 진행했다”면서, “시범상영관 운영 및 수용성 조사는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편의를 봐주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법원도 2심 판결문에서 영진위의 2021.1.21.자 검토의견을 근거로 ‘피고(영화관사업자 3사)의 모든 상영관에 스크린당 2개 이상의 화면해설 수신기기와 2개 이상의 자막수신기기를 구비할 경우 약 81억7116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상영관의 범위를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 및 복합상영관 내 모든 상영관의 총 좌석수가 300석 이상인 경우, 해당 복합상영관 중 1개 이상의 상영관으로 제한 예상 소요비용이 약 12억2293만으로 감소한다. 이는 피고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예지 의원은 “판결문대로 예상 소요비용을 약 12억원으로 추산하면, 영진위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하다면서, “사업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수용성 조사를 진행해놓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결국 영진위가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위한 시간 끌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진위는 내년 예산안에 시·청각 보조장비 지원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점에 대해 장애인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내년 예산안을 수정, 반드시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을 제공하라는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2017년 12월 1심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화관 3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고, 2021년 12월 2심 역시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영화관’과 ‘300석이 넘는 상영관이 1개 이상인 복합상영관’에서 총 상영 횟수의 3%에 해당하는 횟수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 관련 기사

한국영화 자막상영 의무화 요구… CGV·영진위 차별진정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ecbf1aaf9c@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