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략]① UN ESCAP ‘자카르타 선언’ 채택… ‘각자도생의 10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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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토 호텔에서 열린 ‘3차 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의 최종평가를 위한 정부 간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에스캅과 각국 정부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UN ESCAP
▲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토 호텔에서 열린 ‘3차 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의 최종평가를 위한 정부 간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에스캅과 각국 정부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UN ESCAP

  • 21일, 에스캅 62개 회원국 ‘자카르타 선언’ 채택
  • 새로운 10년 대신 ‘인천전략’ 지속 이행 약속
  • 고령화·소수장애인의 ‘실질적인 참여 보장’ 부각
  • 이행 기제 없는 형식적 선언… 장애계(CSOs) “냉담”

[더인디고 조성민]

아시아태평양지역 정부와 장애계는 ‘제3차 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을 종결하는 대신, 2032년까지 지역 내 최초의 장애포괄개발 목표를 내세운 ‘인천전략’을 지속해서 이행하기로 했다.

다만, 새로운 10년의 선포나 책임 주체(국가), 이행 기제 및 장애계의 참여 보장 없이 인천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62개 정·준회원국과 장애계 대표들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3차 아태10년의 최종평가를 위한 정부 간 고위급회의(최종평가 회의)’에서 ‘자카르타 선언(Jakarta Declaration)’을 채택했다.

자카르타 선언, 인천전략 이행 지속… 6개 구체적 과제도 제시

특히, 자카르타 선언은 앞으로 10년 동안 3차 10년의 행동계획인 인천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기반한 국내법의 조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의미 있는 참여 보장, ▲포괄적 접근성 ▲민간영역의 참여와 장애 주류화 조치 ▲장애정책 과정에서의 성인지적 접근 ▲비교 가능한 양질의 장애 데이터 생성 등 6개 정책과제를 추가했다.

▲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토 호텔에서 열린 ‘3차 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의 최종평가를 위한 정부 간 고위급회의’ 전경 /사진=UN ESCAP
▲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토 호텔에서 열린 ‘3차 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의 최종평가를 위한 정부 간 고위급회의’ 전경 /사진=UN ESCAP

하이브리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APDF(아태장애포럼) 등 인천전략 이행을 위해 정부와 동등한 파트너로 활동한 15개 CSOs 워킹그룹 관계자 등 장애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다양한 현안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조직 등의 ‘의미 있는 혹은 실질적인 참여’의 중요성이 재인식됐다는 평가다. 게다가 성별, 아동·청소년 및 노인 등 모든 연령, 나아가 치매와 AIDS와 희소질환을 겪는 소수장애인 등 그동안 대표성을 잘 인정받지 못한 그룹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각되기도 했다.

참여보장 등 이행 로드맵 없는 자카르타 선언 우려

회의에 참석한 장애계 인사들은 1993년부터 10년 단위로 아태 10년 캠페인을 전개해 온 에스캅과 정부의 노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행 노력이 최근 코로나의 벽에 부딪힌 점, 그리고 미완성의 인천전략을 지속하기로 한 점은 이해하면서도, 앞으로 인천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지 못한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여전한 차별 상황과 다양한 장벽들에 대해 국가와 민간영역의 관심과 책무를 강조했지만, 정부 대표들은 회의 내내 선언적 수준의 ‘이행 의지’만 밝혔다. 에스캅 역시 앞으로 2032년까지 자카르타 선언 등의 이행 기제와 다양한 장애그룹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끌어내지 못함에 따라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는 평가다.

아태지역 장애계 내부의 한계 지적향후 대응 과제에 주목

APDF(아태장애포럼) 이사를 겸하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리나 대외전략국장은 “인천전략 채택 시의 열의에 비하면, 2017년 중반 이후 국내외 장애계의 관심과 참여 역시 저조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3차 10년의 평가와 새로운 10년에 대한 열망과 과제에 대한 충분히 수용하지 못함에 따라 본 회의에서 발표한 CSOs 성명서는 각국 정부와 에스캅에 대한 책무성 및 적극적 조치에 대한 주문의 수위가 높지 못했다”고 말했다.

▲ 이리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대회전략국장이 APDF(아태장애포럼)을 대표해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 이리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대회전략국장이 APDF(아태장애포럼)을 대표해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그러면서도 “이번 회의에서 CSOs의 의미 있는 참여가 어느 때보다 강조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스캅 사무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함에 따라, 본 회의 중 CSO 발표를 통해서 과거 에스캅의 다자기금(multi-trust fund)을 재활성화할 것과 동시에 민간영역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유입할 것을 요구”하며, “CSOs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워킹그룹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만큼, 향후 10년을 위한 새로운 참여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차 아태10년 장애인권리 챔피언이자 인도네시아 여성장애인연합을 창립한 뮬라니 로틴슬루(Ms. Maulani A Rotinsulu) 대표 역시 더인디고와의 인터뷰에서 “최종평가 회의를 앞두고 그나마 ADF(아세안장애포럼)의 주도로 장애계 의견을 모아 ‘CSO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회의 기간 내내 우리의 입장을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자카르타 선언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장애계의 참여 보장과 이행 기제 방안 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에스캅이 이를 추진하도록 추가 성명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향후 대응을 암시했다.

아태지역 장애계가 바라본 인천전략 이행 성과와 과제는

한편 19일 아태지역 장애계 공동의 이름으로 발표된 ‘CSO 공동성명’에 따르면 지난 10년 ▲에스캅 42개 회원국의 CRPD 비준 ▲정부와 유엔기구, 민간영역 등에서 장애포괄적 관점을 더 갖기 시작한 점, ▲15개 CSO 워킹그룹을 포함한 많은 장애계 인사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게 된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 19일 개회식에서 뮬라니 아세안장애포럼(ADF) 사무총장겸 인도네시아 여성장애인연합 대표가 아태지역 장애계를 대표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더인디고
▲ 19일 개회식에서 뮬라니 아세안장애포럼(ADF) 사무총장겸 인도네시아 여성장애인연합 대표가 아태지역 장애계를 대표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더인디고

하지만 성소수자나 중복, 시청각장애인 등 소외된 장애인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대표성을 갖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참여 보장 ▲장애인 권리의 존중과 장애와 관련 모든 문제에 있어서 포용과 형평성을 준수하고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고정관념 그리고 낙인과 싸우며 ▲발달-정신장애인들을 더 이상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애서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으며 살 수 있도록 강화하고 ▲성, 고령 등 교차적 특성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인천전략 이행 증진을 위해 에스캅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국가 책임성이 부여된 아태10년 저물고각자도생의 10년 될 것!

한편, 이번 최종평가회의를 통해 1993년부터 중국이 주도한 제1차 10년에 이어 2003년부터 일본의 제2차 10년, 그리고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책임성을 자임하며 선포한 3차 아태10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 30년, 구호만 요란한 채 적극적으로 책임지지 않은 국가들, 설사 노력을 했더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장애인의 삶을 서로 확인했기 때문이었을까. 또한 누적된 피로도와 회의론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도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어정쩡한 ‘아태장애인10년(2023~2032)의 자카르타 선언’이 앞으로 10년을 대신하게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 탓에 향후 10년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아태 장애계의 추가 입장 여부와 에스캅의 대책은 무엇일지, 또한 형식적이나마 자카르타 선언을 이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어떻게 구현될지 끝없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됐다. 결국 2032년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각자도생의 10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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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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