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무용 “주류 무용과의 동화 vs 고유성”… 관점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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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빛소리친구들은 2022년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부대행사로 10월 31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KIADA2022’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사단법인 빛소리친구들은 2022년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부대행사로 10월 31일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KIADA2022’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KIADA 2022,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시각… 국제포럼 개최
  • 15개국 35명의 장애무용가 인터뷰 ‘Breadth of Bodies’ 소개
  • 장애예술 정체성 강화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시켜야!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무용의 주류화 혹은 주류 무용에 동화 필요성을 두고, 장애인 무용가마다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각국 다수의 장애인 무용가들은 이에 공감한 반면, 국내외 일부 장애예술인들은 장애인 당사자의 고유 특성을 독창적인 예술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비장애의 구분보다는 각자의 몸을 통해 표현되는 무용 혹은 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2022년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2022)가 개막을 앞두고,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사)빛소리친구들은 지난 31일 오후 1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장애무용의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시각’을 주제로 국내외 장애 무용계 관계자 100여 명이 모여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

▲실바 라우카넨(Silva Laukkanen) 통합무용 감독(左)과 에밀리 위더홀트(Emmaly Wiederholt) 대표(右)가 31일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KIADA2022’ 국제포럼에서 자신들이 15개국 35명의 장애인무용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더인디고
▲실바 라우카넨(Silva Laukkanen) 통합무용 감독(左)과 에밀리 위더홀트(Emmaly Wiederholt) 대표(右)가 31일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KIADA 2022’ 국제포럼에서 15개국 35명의 장애인무용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더인디고

먼저 미국의 예술 저널리스트이자 무용저널리즘단체 ‘스탠스온댄스(Stance on Dance)’의 에밀리 위더홀트(Emmaly Wiederholt) 대표와 안무가 겸 장애예술 무용단체인 ‘Art Spark Texas’의 실바 라우카넨(Silva Laukkanen) 통합무용 감독은 최근 공동 저술한 ‘Breadth of Bodies’의 내용을 소개했다. ‘Breadth of Bodies’는 세계 15개국 35명의 다양한 춤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 무용수들의 심층 인터뷰를 모은 기록이다.

두 공동 저자는 “장애 유형과 성, 인종, 지리적 여건 및 환경 등 다양한 장애 무용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예술을 감화를 주는 것으로 만들고’, ‘무엇이 춤 기술을 아름답게 만들며’, 또 ‘장애인 무용가의 몸에 대해 어떠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는지’ 등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비장애) 무용계가 적어도 미국 인구의 25%인 장애와 함께하는 무용가들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포용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해, 사실상 인터뷰를 근거로 장애 무용의 주류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듯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자신이 인터뷰한 다수의 장애 무용가들은 대체로 통합에 동의하면서도, 일부는 장애-비장애의 구분이 아닌 무용 그 자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거나 누구나 어우러질 수 있는 친화적 공간 등의 전제 조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한 포럼 참석자도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비용까지 들여가며 장애예술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냐”며 “통합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동의했다.

▲김원영 작가가 ‘고유성을 찾고 보편성으로 나아가기’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더인디고
▲김원영 작가가 ‘고유성을 찾고 보편성으로 나아가기’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더인디고

반면 최근 연극배우와 무용수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와 예술의 접점을 모색하는 김원영 작가는 “당사자가 자신이 가진 몸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춤 혹은 연극이라는 표현을 통해 장애예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류 무용의 동화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휠체어 위뿐 아니라 과거 비문명적으로 생각했던 바닥으로 내려와 오히려 더 다양하게 고유한 예술적 표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장애인의 신체가 소비(상품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한국의 젊은 관객들은, 이를 프릭쇼나 시혜적 접근이 아닌 오히려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류 무용에 동화될 필요가 있을지, 역으로 안 된다고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적극적인 예술 활동을 위해선 이동권이나 교육권 등의 투쟁과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토론자로 참여한 수잔 코완(뉴질랜드) 무용가, 김형희 장문원 이사장(한국), 하이 코펜(이스라엘) 무용가 ©더인디고
▲사진 왼쪽부터 토론자로 참여한 수잔 코완(뉴질랜드) 무용가, 김형희 장문원 이사장(한국), 하이 코헨(이스라엘) 무용가 ©더인디고

토론자로 참여한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 이사장도 “통합적 관점은 필요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장애 예술의 정체성을 확장함으로써 무용이나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더 발전시키며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다양한 장애로 인한 결핍뿐 아니라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나 사회적 환경도 열악한 상황에 놓인 비주류 장애예술인이 있다”며 “게다가 공간 접근성의 한계까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발굴하고 폭넓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향후 장문원의 역할에 대한 소신도 드러냈다.

뉴질랜드 터치 컴퍼스(Touch Compass)의 지체장애 무용가 겸 안무가인 수잔 코완(Suzanne Cowan) 씨 역시 “장애가 있다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며 “주류 무용의 동화 필요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수잔 씨는 “뉴질랜드에도 다양한 장애, 비장애인 무용단 등이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장애무용가를 위해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다. ‘무용’을 하니까 지원한다”며 “다만,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장애인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춤평론가회 심정민 회장이 ‘장애무용의 예술적 가지 향상을 위한 담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국춤평론가회 심정민 회장이 ‘장애무용의 예술적 가치 향상을 위한 담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춤평론가회 심정민 회장이 국내 장애예술 정책의 진화과정을 중심으로 ‘장애무용의 예술적 가치 향상을 위한 담론’도 제시했다. 심 회장은 “2016년 장애인국제무용제를 시작으로 장애무용예술의 발전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고 전제한 뒤 “비장애 무용수들도 하지 못하는 작품을 재해석하고 대중에게 감동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선 장애무용도 순수 혹은 대중무용이나 교육적 목적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발달장애인에 치중한 무용을 벗어나 어떻게 다양한 장애유형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전체 장애예술 중 10%도 안되는 장애무용의 발전 방안, 장애인 없는 장애무용의 문제, 장애인무용 평론가 등 다양한 전문가를 양성 등” 산적한 과제를 제시했다.

한편 올해 7회째를 맞는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는 동시대를 사는 전 세계 장애인 무용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국제적인 장애무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KIADA 2022’는 지난 10월 29일 국제워크숍 등 부대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2일부터 6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 극장에서 국내외 장애인 무용가들이 참여하는 14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2일 개막작으로는 캐나다 레거시 서커스(Legacy Circus)의 ‘우리 발아래의 세상’을 선정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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