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관건은 ‘주택’… 영국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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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2층까지 다닐 수 있는 승강기 설치작업. /사진=DFG 안내 홈페이지 캡처
▲1층에서 2층까지 다닐 수 있는 승강기 설치작업. /사진=DFG 안내 홈페이지 캡처

  • 사회주택 이용 장애인 20%, 비장애인의 3
  • 거주시설 지역사회 전환발달장애인 지원주택등장
  • 시설 입소 대신 주택개선보조금 확대한국의 10
  • 한국, ‘영국 커뮤니티케어’ 검토해야!
  • 보사연, 국제사회보장리뷰서 영국 커뮤니티케어 소개

[더인디고 조성민]

영국의 장애인 주거지원 정책을 통해 이제 막 ‘지역사회 중심 정책(커뮤니티케어, Community Care)’을 꾀하는 한국의 방향을 가늠할 보고서가 발간됐다.

커뮤니티케어는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뿐 아니라 인구 고령화에 따른 대응 정책으로 꼽힌다. 또한 소득보장이나 돌봄과 같은 단일 정책이 아닌 병원 등을 포함한 시설 등의 입소를 지양하는 제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연말 ‘영국의 커뮤니티케어 정책 실현: 장애인을 위한 주택 공급 정책과 장애인주거환경개선보조금의 활용’을 주제로 한 <국제사회보장리뷰>를 발간했다. 영국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택공급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통해 한국의 장애인 주거지원 방향을 살펴보자는 취지다.

연구 책임자인 보사연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황주희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영국은 40년간 18세 이상의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 대상의 커뮤니티케어를 펼쳐왔다. 우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기 위해선 주거지원을 기반으로 보건의료, 요양, 복지 등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운영은 중앙정부에서 재정을 마련하면 지방정부에서 집행의 책임을 지고 지역의 특성과 거주 장애인의 욕구 등에 부합하는 사회주택(social rented housing) 공급 정책을 실현한다. 다만 1970∼80년대에는 지방정부가 주도했지만, 점차 축소되면서 현재는 민간과 주택협회에 의한 주택 공급으로 변화하는 실정이다. 그 결과 현재 영국의 사회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의 19%에 해당한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네덜란드(약 34%), 오스트리아(26%), 덴마크(22%), 프랑스(19%) 다음으로 높다.

최근에는 사회주택 공급보다 공공임대의 새로운 유형으로 ‘부담 가능한 저렴주택(Affordable housing)’ 개념을 도입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다양한 종류의 저렴주택 공급 등을 유도해, 이용자에게 더 많은 주거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기준 영국 장애인(16세 이상 65세 미만)의 주거 유형을 살펴보면, △자가 39.7%, △사회주택 24.9%, △개별 임대 16.9%, △부모와 동거 16.4%, △기타 2.1%이다. 반면 동일 연령대 비장애인은 자가 53.3%, 사회주택 7.9%, 개별 임대 17.4%, 부모와 동거 19.2%, 그 외 2.2% 수준으로, 특히 사회주택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장애인 비장애인의 주거소유 형태./자료=보사연 국제사회보장리뷰 보고서 캡처
▲영국 장애인 비장애인의 주거소유 형태./자료=보사연 국제사회보장리뷰 보고서 캡처

한편 영국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거지원 이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제기됐다. 거주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거와 서비스가 결합한 ‘지원주거 또는 지원주택(supported housing)’이 등장했다.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전제는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전제되어야 하기에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삶의 기반은 주거이며, 이들을 위한 지원주택 공급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은 1989년 마련된 장애인주거환경개선보조금(Disabled Facilities Grants: DFG)’ 형태로 이루어진다. 1990년 이후 대규모 주택 개발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주택과 관련한 모든 보조금이 폐지됐지만, DFG는 현재까지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는 관련 배경으로 영국 정부의 DFG 활용은 장애인의 요양시설 이용 등에 따른 비용 절감도 한몫한다고 언급했다. 물리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시설입소를 예방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지역사회로 전환(퇴원, 퇴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적 돌봄 수요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DFG의 연도별 재정 및 규모 변화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연간 약 4만명의 장애인 가정을 지원한다. 보조금을 지원받은 장애인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60세 이상의 고령 장애인이 71%로 가장 많다. 이어 △20∼60세 22%, △어린이 및 청소년 7% 순이다. 특히 20세 후반부터 영국 거주민의 주택 소유 수준이 높아져 55세 이상 인구의 76%가 자가 소유자임에 따라 저소득 자가 소유 장애인이 DFG 사용의 주요 그룹이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이 보조금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주택 소유주의 비율이 61% 수준으로 높다.

▲영국 베드포드셔주 주거환경개선보조금 안내 영상(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유튜브 캡처
▲영국 베드포드셔주 주거환경개선보조금 안내 영상(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항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자료=유튜브 캡처

DFG를 활용한 보조기기(AT) 지원도 가능하다. 보조기기의 사용처는 △거주지 접근 및 이동 촉진 지원(자동문, 계단 리프트 등), ·음식 준비 및 요리 지원(높이 조절이 가능한 조리대), △침실 접근 및 이용 지원(휠체어나 안락의자에서 침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천장 트랙 호이스트), △전원, 빛, 열원 제어 장치 등이다.

반면 한국은 2020년 기준 공공임대주택 중 장애인 가구는 5만 6460가구로 전체 임대주택의 6.5%에 불과하다. 스코틀랜드의 사회주택 거주자 중 발달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 53%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황주희 부연구위원은 “현행 장애인 우선 공급 비율(수도권 8%, 비수도권 5%)로는 역부족”이라며, “국가 차원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이나 장애인 탈시설 시범 과정서 겪는 주택 공급의 한계, 그리고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위해 추진하는 ‘지원주택’을 안정적으로 더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또한 “주거지원의 책임을 당장 지자체로 옮길 수는 없지만,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지속해서 삶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 방식에 있어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주거급여도 390만원~500만원 수준이면 너무 적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선유지 사업 역시 ‘출입구, 현관, 거실・복도, 부엌, 욕실, 바닥, 문, 스위치’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해 주는 사업으로 장애인의 욕구에 대응하는 맞춤형 지원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도 장애인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영국의 DFG 활용처럼 주거환경 개선사업 대상과 보조금 금액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3만 파운드, 웨일스는 3만 6000파운드, 북아일랜드는 2만 5000파운드로 기본 3500만원에서 5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황 부연구위원은 끝으로 “한국의 인터넷 접근성 및 인터넷 활용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보조기기 활용 등은 영국처럼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중심 정책 실현에 있어 보조기기 활용을 포함하는 주거환경 개선 등의 다각적인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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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oto@nate.com'
서태지와아이들
1 year ago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