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무시하는 학교들… 또 ‘특수학급 설치 거부’에 인권위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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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안의 ㅅ초등학교 입구 ⓒ제보자
▲경기도 고양안의 ㅅ초등학교 입구 ⓒ제보자

  • 서울 ㅅ초교경기 ㅊ초교도 특수학급 거부
  • 특수교육법 있으나 마나교육부는 뒷짐
  • 법 무시 비판보다 민원 더 걱정일 수도

[더인디고 조성민]

“학교는 많은데, 내 아이가 갈 곳이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특수학급 설치에도 부모가 무릎까지 또 꿇어야 하나?”

지난해 새 학기를 앞두고 한 장애인부모가 분통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시작인 초등학교 입학부터 특수교육대상자와 부모들은 ‘선택’을 강요받거나 스스로 ‘선택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입학 후 진급이나 전학 혹은 진학이라는 모든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에 부딪히기 일쑤다. 특히, 새 학기 설렘과 기대는커녕 내 집 앞 학교 문턱에서부터 갈등과 좌절의 연속이다.

며칠 전 경기도 고양시 ㅊ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 한 학생의 어머니 A씨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ㅊ초교는 2019년 개교한 공립학교다. 전체 23개 반 중 특수학급 2개반이 있다. A씨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 5명이 입학을 앞두고 있어, 오는 3월부터는 16명의 장애학생이 다니게 된다. 법대로라면 학교 측에선 1개 학급을 더 늘려야 한다.

▲경기도 고양의 ㅅ초등학교 전경 ⓒ제보자
▲경기도 고양의 ㅅ초등학교 전경 ⓒ제보자

현행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 1인 이상 6인 이하면 1학급을 설치해야 하고, 6인을 초과하면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특수학급 증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도 두 차례 ㅊ초교를 방문해 증설을 요구했지만, 학교장이 난색을 보인다는 것.

A씨는 “(자신의) 아이도 한 학년을 유예했다가 입학했는데, 이후 특수학급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의식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자녀들의 입학을 앞둔 주변 부모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새 학기가 가까워지고,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지난 3일 교장 선생님과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A씨는 “교장 선생님은 ‘학생이 많아지면 개별화 교육이 쉽지 않다’라거나, ‘교사들도 부담을 느껴 1학년 담임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년에도 한 학급을 증설했는데, 3학급은 많다’”며 “대신 ‘순회교사를 신청했으니 기다려 보자’는 식으로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수학급 설치는 법에도 명시한 의무인 데다, 하물며 학교 내 공간도 있다. 왜 교장 선생님이 반대하는지 부모들도 잘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누구나 누려야 할 아이들의 교육권이 초등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부터 막힐 수 있다는 사실에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학교 측에선 ‘지금 특수학급을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신입생이 없으면 그 교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특수교사 B씨는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가 얼마나 될지 수요나 예측 조사 등을 하기 마련”이라고 전제한 뒤 “이에 따라 특수학급을 적법하게 늘리기도 하고 줄일 수 있는 문제”라며 “학교 관리자들이 적절한 이유를 대지 못한 채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핑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강남의 한 ㅅ초등학교 교장도 특수학급 설치를 반대한 적이 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ㅅ초교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해당 학교는 그제야 문제 해결에 나섰다.

사실 장애학생 입학에 따른 편의시설 확충이나 교사 충원 등은 해당 교육청 등의 책임이지 학교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학교들이 연이어 부정적으로 나오는 배경을 묻자 B씨는 “부모들이 관리자들의 반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정확한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해 이번 건이 특별한 사례가 아님을 내비쳤다. 이어 “아무래도 장애 이해가 부족하거나 장애학생이 입학하면 각종 민원 등이 더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관련 이슈들이 외부로 자꾸 알려지면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장이 이를 거부해도 교육 당국의 별다른 제재나 처벌은 없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의 한 연구관은 전화 통화에서 “정부 차원에선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지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이 문제는 교육청이 조금 더 관심을 두고 학교 측에 요구하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특수교육법 주무 부서이자 담당과임에도 교육청과 학교가 알아서 할 문제로 떠넘기는 듯했다.

한편 부모연대와 장추련은 이번 ㅊ초교 교장 역시 1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ㅅ초교 교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다.

부모연대 조경미 국장은 “이번 ㅊ초교의 특수학급 증설 반대 역시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장애인 차별행위이자, 특수교육법 위반”이라며 “매번 새 학기가 되면 반복되는 학교나 교육 당국의 차별행위 사례 등을 모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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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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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1 year ago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이기적이다라고 말할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장애아들도 똑같은 아이들입니다 좀 다만 다를뿐 이아이들도 똑같이 교육받고 생활할수 있도록 사회에 한 일원이 될수있도록 마음열고 받아들여줬음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자살한 부모의 기사를 보곤 안쓰럽다 불쌍하다 나쁘다 욕하거나 동정만 하지말고 현실이란 벽에 부딪혀 막막해 하지 않도록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