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설치 거부한 교육청과 초등학교…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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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는 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과 S초 책임자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장애 차별’을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더인디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는 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과 S초 책임자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장애 차별’을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더인디고

  • 입학 전부터 차별에 막힌 장애학생 부모들 분통
  • 장애차별과 직무태만… 서울시교육청·S초교 진정
  • “인권위는 시작… 차별사례 모아 고소·고발 나설 것”

[더인디고 조성민]

‘없거나 넘치거나 막거나’

돈의 흐름이나 통신 데이터 등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특수학교가 없어서’ 혹은 ‘과밀이어서’ 오갈 데 없는 장애학생들의 처지다. 장애학생 부모들 사이에선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 입학 자체가 대학 입시 경쟁률과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적장애를 가진 A군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배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장벽’에 부딪혀야 했다. A군의 집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강남의 한 S초등학교가 특수학급 설치를 거부한 탓이다. 게다가 교육 당국의 소극적 태도 역시 입학 자체가 막힌 원인 중 하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는 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과 S초 책임자를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장애 차별’을 이유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부모연대, 장추련 회원 등이 특수학급 설치 거부한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의 모 초등학교 관계자를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인디고
▲부모연대, 장추련 회원 등이 특수학급 설치 거부한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의 모 초등학교 관계자를 비판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더인디고

이날 A군 어머니의 발표문에 의하면 “집 근거리에 특수학교가 없다는 것을 알고, 1년 전부터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당 학교장에게 직접 요구하라는 답변뿐이었다”며,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직무를 부모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 특수교육지원센터 관계자 및 해당 교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교장은 참석하지도 않았다”며, 그 결과 “내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법적 보호와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무법지대에 놓이기 됐다”고 분통함을 호소했다.

관련해 부모연대 김남연 이사는 “이번 차별의 중심은 장애인 교육권에 무지한 학교장이다. 교장은 A군의 어머니에게 연락해 특수학급 설치는 언급조차 없이 ‘A군이 입학해도 교사들이 잘할 것”이라며, “입학 후에 논의하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근 J특수학교가 있다. 이번에 중학교 1개 반 6명 모집에 18명이 몰렸다”며 “특수학교로 입학하는 것 자체가 대학 입학경쟁률과 다름없는 것이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모연대 조경미 국장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육청이 특수학급을 설치하라고 했음에도 학교장이 반대하고 있다. 또 강원도에서는 해당 학교장이 특수학급 설치가 어려운 사유서를 제출하면 이를 인정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의하면 특수교육대상자가 1인 이상 6인 이하면 1학급을 설치하고, 6인을 초과하면 2개 이상의 학급을 설치해야 한다. 대상자를 배치할 때는 장애정도·능력·보호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 또한 배치를 요구받은 교육감 또는 국립학교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따르게 돼 있다. 여기서 특별한 사유는 배치를 요구받은 대상자의 장애 종류가 현재 교육받는 대상자와 달라 효율적인 교육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대해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번 서울시교육청과 S초는 특수교육법만이 아닌 교육의 제한이나 조건을 두지 않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위반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헌법상 기본권인 교육권은 현저히 곤란하거나 과도한 부담에도 해당하지 않아 인권위 진정 자체가 민망한 일”이라며 “자녀의 입학을 앞두고 불안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을 고려해, 인권위가 시급하게 권고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는 국제인권기준에서 한국의 장애인 교육현실을 꼬집었다. 명숙 활동가는 이번 사안은 “UN 장애인권리협약이나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UN 아동권리협약에 위반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특히,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일반논평에서 교육의 필수요건으로 ▲이용가능성(가용성) ▲경제문제를 포함한 접근성, ▲장애·지역 여부 등과 상관없는 수용성 ▲적응성이라는 4가지 원칙이 학생의 이익에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규정했다”며 “교육 당국과 학교가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연대와 장추련 관계자들은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의 모 초등학교를 상대로 장애차별 진정서를 제출했다. ©더인디고
▲부모연대와 장추련 관계자들은 서울시교육청과 강남의 모 초등학교를 상대로 장애차별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부모연대와 장추련 등은 지난해 같은 날, 같은 문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학교만 다를 뿐 특수학급 설치를 거부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권위에 진정한 바 있다. 유사 사례가 반복되자,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모아 교육청과 학교장 등을 상대로 한 집단 진정과 고소·고발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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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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