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5] ② 김명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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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제15차 화요집회에서 김명옥 부모연대 서울지부 서대문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2월 14일 제15차 화요집회에서 김명옥 부모연대 서울지부 서대문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둘째인 아들이 지적과 청각 장애 판정을 받으면서, 저는 곧바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들 치료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장애 자녀를 키운다는 건 만만치 않았고, 늘 상처만 남게 되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 방문했을 때 입소를 거절당했던 일.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중복 자녀인 내 아이를 보고 거절도 못 하고 답답해하던 선생님들의 시선, 대중교통을 타는 훈련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 탈 때면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제 이런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내 가족일지라도 장애판정을 받고 양육해야 하는 이 상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 내에서도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아이의 아빠도 누나도 있지만, 엄마라는 역할은 온전히 저의 몫이었기 때문에 저와 같은 상황, 상처를 이해해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부모연대가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장애 부모들이 그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며, 서로의 지지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투쟁이라는 단어를 입으로 내뱉는 것조차 힘든 사람입니다. 학교 다닐 때나 직장 다닐 때도 집회하는 날이면 빙 돌아서 집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들은 뭘 그리 힘들게 요구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저는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제가 요구하고자 하는 것,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투쟁으로 인해 주간활동서비스, 활동지원사, 발달재활서비스 등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많은 제도를 만들어냈습니다.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삭발, 단식 같은 과거의 제가 피하고 꺼렸던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나설 수 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내 자녀가 지역사회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만들어주길 외쳐봅니다.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합니다.

–2023년 2월 14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5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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