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에 떠밀린 ‘특수교육’, 통합교육 질적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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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육’에 떠밀린 ‘특수교육’, 통합교육 질적 저하 우려
▲교육부가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기준」에서 특수교육 개론을 예비교사 이수 필수과목에서 선택으로 바꿔 우려되고 있다. ⓒ 더인디고 편집
  • 교육부, 예비교원 필수였던 ‘특수교육학 개론’ 선택으로 바꿔
  • 특수교육대상 학생 증가 추세, ‘장애’ 모르는 교사들 양성될 듯
  • 통합교육 회피 명분을 주고, 장애학생 교육 질적 저하 초래
  • 장애학생은 특수교사, 고정관념을 공고화 부작용 낳아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이제 예비교사들은 더 이상 특수교육학 개론을 필수적으로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17일 교육부가 행정예고한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기준」일부개정안을 두고 장애계 뿐만 아니라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교직과목 중 교직소양 영역에 ‘디지털 교육(인공지능 교육 포함)’ 과목을 추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과정에서 필수 이수 과목이던 특수교육학 개론이 선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즉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직소양 영역의 특수교육학 개론, 교직실무, 학교폭력예방 및 학생의 이해 등 세 과목을 각 2학점씩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디지털 교육을 포함한 4과목 중 3과목을 선택해 6학점 이상 이수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상 특수교육학은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교육부가 행정예고한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기준」 별표2. 교직소양 과목 중 디지털 교육이 포함되면서 특수교육학 개론은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었다. ⓒ 교육부 「유치원 및 초등·중등·특수학교 등의 교사자격 취득을 위한 세부기준」 행정예고

이번 개정안의 이유로 교육부는 변화하는 미래사회 대응을 위해서는 미래인재 양성이 필요한 만큼 예비교원의 디지털‧인공지능(AI)교육 역량을 함양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장애학생들의 통합교육을 위한 전제조건인 특수교육학을 선택과목으로 해야 하냐고 장애계는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미래인재 양성이 장애학생에 대한 예비교원들의 인식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022년 4월 기준으로 유·초·중등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는 반면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10만 3,695명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72.8%는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되레 예비교원들에 대한 장애에 대한 이해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특수학교 교사들은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학교에 진학하는 장애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나마 예비교원들이 장애를 접할 수 있었던 유일한 특수교육학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교육학이 필수인 상황에서도 통합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수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 되면 장애를 전혀 모른 채 현장에 나온 교사들이 늘어날 테고 결국 현장에서는 장애학생들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 통합학급과 분리되어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등 실질적 통합교육에는 한계가 있다는 특수교육 현장의 의견이 많았다.

강남대학교 초등특수학과 외래교수인 김용진 박사는 이러한 상황이 자칫 “일반교육환경에서의 통합교육을 회피 명분을 주고, 나아가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독일 함부르크의 경우 모든 사범대학은 특수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해 일반교사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학생을 대응할 수 있는 교육역량을 꾀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 같은 조치는 장애학생은 특수교사가 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공고화하는 부작용도 우려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2023년 3월 10일까지 일반우편이나 이메일(baehh@korea.kr), 또는 팩스(044-203-6598)로도 가능하며, 개정 전문은 교육부 홈페이지(www.moe.go.kr) “정보공개-법령정보-입법․행정예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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