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6] ② 권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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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 부모연대 서울지부 성동지회 회원(2월 21일 제26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권숙 부모연대 서울지부 성동지회 회원(2월 21일 제26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화요집회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자녀 중심입니다. 아이들을 배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긴 합니다만, 저는 ‘엄마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아들은 아기 때 뇌 손상을 입고 뇌병변 지적·시각 중복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성인 1인이 24시간 돌봐야 하는 최중증 장애입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입원, 수술, 재활치료 등으로 다른 것은 생각도 못 하고 살았습니다.

유일하게 든 생각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서 우리 집은 5층이라 떨어져도 한 번에 죽지 않겠구나! 목메는 건 내가 너무 무거워서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나마 아이와 같이 가겠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아이는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으로 내 손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벗어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교실에 있는 동안 학교 근처 쇼핑센터로 장도 볼 겸해서 갔는데, 제가 에스컬레이터를 못 타더군요. 무서워서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안 타봐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샀는데 어떻게 뜯는지를 몰랐어요. 아이가 없는 시간에 나를 들여다보니 목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굳어있었습니다. 마치 시골에서만 오래 살던 사람이 서울에 온 것처럼 어설프고 그랬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부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아들 들여보내고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에어로빅을 배우기 시작했고, 헬스도 다녀보고,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한 권 한 권 사 모으면서 읽었습니다. 아이도 아이지만 나도 나로 살아보자.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평생교육센터가 생겼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부모연대와 부모운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너무나 운이 좋게 성동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아무것도 안 하고 혜택을 받았다고 하시더군요. 내가 알고도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아닌데 말입니다.

성동평교를 들어가면서 성동지회에 가입했습니다. 집회도 참가하고, 피켓 들고 서보기도 하고, 기자회견도 가보고 오랜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러보고, 삭발도 하고… 사회복지사 공부를 권하길래 시작했는데 공부가 체질에 맞더군요. 이왕 한 김에 1급까지 취득했습니다. 지금은 성동지회 활동지원서비스 사업 부문에서 일하면서 지회 활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끔 동료 상담을 하면 어머니들에게 꼭 하는 이야기가 엄마 자신을 챙 겨랍니다. 엄마들이 스스로를 챙기고 공부하고 그렇게 해야 바른, 더욱더 힘찬 부모운동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저는 둘째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엄마가 모든 것을 최대한 만들고 간다. 너는 그것들이 잘 지켜지는지 감시해라. 만일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너도 싸워야 한다. 하지만 제 바람은, 제 둘째만큼은 이런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더 투쟁해야겠습니다. 투쟁!!!!

–2023년 2월 21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6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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