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27] ② 이계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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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부모연대 서울지부 양천지회 회원(2월 28일 제27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계성 부모연대 서울지부 양천지회 회원(2월 28일 제27차 화요집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저는 자식 욕심이 좀 많아서 자녀는 셋은 있어야 완성이다! 했었습니다.

아들과 딸 둘을 낳고 언제쯤 셋째를 낳아야 좋을까를 생각할 때쯤 아들 녀석이 이상하다 못해 기이한 행동을 했습니다. 어른들께서는 ‘부산스러운 게 유난히 개구져서 그렇다 괜찮다’고 ‘또 말이 늦은 건 집안 내력이라고 좀 늦는 애들이 똑똑하다’고 저를 위로 하셨지만, 저는 그 말에 기대어 애써 외면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4세가 되던 해에 결심하고 서울대 소아정신과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리저리 아이가 노는 것을 보시고 제 얘기도 참고하시고는 대뜸 남편은 직장 어디 다니는지? 시댁은 재산이 좀 있으신지? 물려받을 유산은 좀 되는지? 이상한 질문만 하셨습니다. 이유를 몰랐던 저는 몹시 불쾌하고 찜찜했지만, 그 질문의 의도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리석게도 저는 교육을 지속해서 잘 받다 보면 내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일반학교도 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참 무지하고 무모했던 엄마였죠.

어린이집 원장님의 도움으로 조기 교실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저는 자폐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숙제도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교육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제 나이에 보내지 못하고 1년을 유예시키면서 엄청난 고민을 했습니다. 도움반이 있는 일반 학교를 보낼 것인지 특수학교를 보낼 것인지… 저와 남편은 특수학교를 보내야 우리 아들이 좀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특학교에 다니면서 학업보다 생활면에서 나아지는 게 아주 아주 조금씩 보였습니다. 엄마가 아무리 가르쳐도 천지 분간을 모르고 날뛰던 아이가 짧은 시간이지만 착석도 되고 기다리는 시간도 늘어나고 하는 걸 보니 특수교육이 참 좋구나 싶었습니다.

지금은 스무 살 때 인연을 맺게 된 그룹홈에서 보호작업장에 다니며, 주말에는 집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도 치고 가끔은 심장을 아프게 하는 말썽도 부리지만, 여러 선생님과 밀당이나 약간의 타협도 하고 약속도 잘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제가 부모연대에서 열심히 투쟁할 수 있게 용기도 주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를 부모연대에 눈멀게 한 외침이 있습니다.

‘엄마가 목숨 걸고 지켜줄게!!!’

이 한 문장이 잠자고 있던 저를 깨웠습니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2023년 2월 28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27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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