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30] ② 김소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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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부모연대 서울지부 강동지회 정책국장이 3월 21일 제30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소영 부모연대 서울지부 강동지회 정책국장이 3월 21일 제30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강동지회 정책국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입니다. 올해 스무 살이 되는 뇌병변, 지적 중복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는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혼자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아이를 입학시키면서 시간이 지나간다고 다른 아이들처럼 세상을 알고 느끼며 사람답게 살아갈 희망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절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적으로도 발달이 안되고, 육체적으로 너무 기능이 부족한 아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리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부족해도 우리 아이 역시 성장을 하고 주변과 교감하며 사람답게 자라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목도 가누지 못했던 아이가 점점 앉을 수 있게 되고, 잡고 설 수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하던 아이가 몇 가지 단어지만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점점 늘어나고, 주변을 식별하지 못했던 아이가 옆자리의 친구를 기억하고, 주변을 스쳐 가는 바람, 예쁜 꽃, 좋아하는 노래들을 기억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받는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걷지 못하고, 20살이지만 기저귀를 떼지 못하고, 지적 수준은 서너살 수준이지만, 사랑받고 존중받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 아는 아이입니다.

그런 우리 아이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부모가 아이보다 무조건 오래 살아야 합니다. 개별적 특성이 전혀 고려 될 수 없는 시설 등에 아이를 맡길 수 없기 때입니다. 아이가 30살이 되고, 40살이 되고, 부모가 60이 되고 70이 되어도 아이의 24시간을 책임질 사람은 결국 부모 이외에는 없는 실정입니다.

저희 아들은 현재 전공과에 재학 중이지만, 2년 후 졸업하고 갈 곳을 찾지 못하면 24시간 부모의 품에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평생교육센터 등 갈 수 있는 곳을 찾는다 해도,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 그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오로지 부모의 몫입니다.

그동안 많은 선배 부모님의 노력과 투쟁으로 활동보조서비스, 주간활동서비스등이 생겨나 그나마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 지원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것마저도 행여 줄어들까 늘 걱정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는 자라나고, 부모는 늙어가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을 24시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장애인 가족의 앞날은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의 단체생활이 아닌 개별적 보살핌과 지원을 받으며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자리에 계시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 가족분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분들과 함께 장애인 24시간 지원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저를 위해, 저희 아이를 위해, 모두를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2023년 3월 21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30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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