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 앞둔 ‘고교학점제’, 장애학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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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년 앞둔 ‘고교학점제’, 장애학생들은?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하게 되는 '고교학점제'에 특수학교나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들은 자칫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더인디고
  • 학업설계, 과목 선택, 학점 취득 등 장애학생들도 가능?
  • 과목별 교실 이동·건강장애로 인한 잦은 결석에 대한 평가체계 없어
  • 제6차 특수교육계획에도,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도 운영 방안 없어
  • 현 평가체계로는 특수학교·통합교육, ‘무더기 유급’ 쏟아질지도 우려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2025년부터 전면 도입이 예정된 고교학점제로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거나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는 장애학생들이 졸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 지난 문재인 정부의 초·중등교육분야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고교학점제의 주요 내용은 학업 설계부터 수강신청, 평가와 학점 취득 등 다양한 단계에 걸쳐 학교교육이 이뤄지는데 학생들은 학습 계획에 따라 수강 희망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평가를 통해 학점을 취득한다. 일정 정도의 학점을 얻지 못한 학생들은 보충 프로그램 등을 다시 들어야 하고, 학점이 기준에 도달해야 졸업이 인정된다.

‘핵심은 과목별 학점 취득’이 될 텐데 졸업을 하려면 3년간 총 192학점이며 이 학점을 받으려면 수업에 3분의 2 이상 출석해야 하고 학업성취율은 40%를 넘겨야 한다. 결국 고교학점제의 다양한 단계에서 자칫 장애학생들이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고교학점제’… 특수학교 등에 적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어…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의 비율이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고교학점제의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2021년 특수교육통계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특수학교는 유·초·중·고교 과정을 통합해 운영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아예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21년 기준(2021년 특수교육통계) 특수교육대상자 98,147명 중에서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이 절반이 넘는 52.8%(51,785명)인 상황에서 과목별 학점을 취득해야 가능한 학업성취율 40%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는 거다. 학년에 상관없이 초등학교 내용까지 반복해 학습해야 하는 장애학생들의 학업성취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과 일반학교처럼 등수나 등급을 매기지 않고 학생의 성취 수준을 서술형으로 기록해 왔던 특수학교 체계와 여건에는 고교학점제를 아예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과목 선택에도 한계가 있다. 먼저 수강신청을 하려면 자신에 맞는 학업 설계를 하고 학업 과목을 선택하는 등 복잡한 단계, 새로운 과목에 대한 적응 등에 현실적인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 실제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한 특수학교 교사는 “직업생활, 사회적응 등 장애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10여 개 선택과목 중 실제 진행할 수 있는 수업은 매우 적다”며 “장애학생들에게는 맞춤형 지원이 중요한데, 이런 환경에서 다양한 수요가 충족된 고교학점제가 운용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장애학생들에 맞는 ‘고교학점제’ 운영 방안 필요… 현장 한목소리

이외에도 뇌전증 장애나 건강장애 등을 가진 장애학생들은 ‘응급상황’으로 인해 수업에 반복해 빠지게 될텐데 이럴 경우 해당 과목의 학점은 ‘0’점이 된다는 것. 이동장애가 있는 장애학생의 경우 수강하고 싶은 과목보다 접근성이 가능한 교실에서 운영되는 과목을 들을 수 밖에 없는 등 차별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도 계획만 있을 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와있지 않다. ⓒ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안은 미흡하다. 지난해 발표된 교육부의 제6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2023-2027)에도, 올해 발표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교육부문에도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진로 설계 지원’에 대한 계획만 있을 뿐 운영 방안에 대한 내용은 없다.

각 교육청에서는 특수교사들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관련한 연수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써는 이렇다 할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장애학생 대책은 미흡하다.

이와 관련해 한 특수교육학 전문가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에게 맞는 학업 설계와 다양한 과목 선택 등 자기 선택권 중심의 고교학점제의 장점에는 이의가 없지만 자칫 장애학생들이 변화하는 교육환경 변화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장애학생들도 자신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교실 이동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장애로 인한 결석 등에 따른 평가에서 차별받을 여지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 시행되지 않으면 자칫 이동 문제로 수업에 참여를 못하게 되거나, 유급으로 인해 졸업하지 못하는 등의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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