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알 제작진, ‘정유정 자폐성향’ 보도 “사과”… 장애계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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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범죄 성향?... SBS ‘낙인화는 중대한 인권침해’ 장애계 규탄
▲지난 6월 1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살해범 정유정이 자폐 성향을 갖고 있다고 방송하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자폐성 장애의 범죄 낙인화라 반박하고,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방송을 요구하고 나섰다. ⓒ 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및 편집

  • 부모연대·자폐인사랑협회·estas ‘장애는 범죄, 낙인화비판
  • 3일 ‘그알’ 시청자 게시판에 사과글 올려
  • 발달장애인 등 장애 보도에 대한 언론의 구체적 원칙 있어야지적
  • 방송사 정정보도는 언론중재위 제소 결과 있어야 가능

[더인디고] 자폐 특성을 범죄와 연결 짓는 듯한 방송으로 비판받는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제작진이 3일 오후 프로그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제작진은 해당 글을 통해 “정유정의 이상행동을 살펴보는 관점 가운데 하나로 ‘자폐 성향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자폐 성향이 범죄로 이어진다’거나 ‘정유정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수도 있어, 방송에서는 3회(전문가 인터뷰 2회와 내레이션 1회)에 걸쳐 ‘자폐 성향 자체와 범죄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며 “하지만, 제작진 의도와 달리 ‘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장애인부모연대’ 등의 문제 제기에 ”부당한 편견에 맞서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오신 분들과 해당 장애 당사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자 게시판. 사진=더인디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정유정 사건 관련 보도에 따른 입장/ 사진=SBS 그알 시청자 게시판

앞서 SBS는 지난 17일 ‘그알(1356회)’의 <밀실 안의 살인자 정유정은 누구인가> 편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의 범행을 자세히 다뤘다. 문제는 정씨가 자폐성 장애로 분류되는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관련 행태나 자막 등을 통해 부각했다는 점이다.

방송이 나가자 부모연대는 지난달 20일 ‘장애는 개인의 반사회적 범죄를 규명하는 도구가 아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자폐 장애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동일시하는 SBS 보도 양태를 비판했다. 특히 슬리퍼를 주로 신고 독특한 말투와 걸음걸이 등 단편적인 묘사만으로 자폐와 연관 짓는 식의 방송은 장애를 낙인화하는 전형적인 구태라며 SBS 측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한 바 있다.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은 20일 자신의 SNS에 “자폐는 원인조차 규명이 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증상도 아주 다양해서 스펙트럼 장애라고 일컫고 일반화할 수도 없는 장애 유형”이라고 전제한 뒤 “자폐성 장애는 사회적인 소통이 부족하고 일부 과격한 소위 도전행동을 하는 때도 있지만, 범죄와는 오히려 관련이 아주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하는 등 “SBS의 방송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도 21일 “특정 정신장애가 범죄와의 관련성에 대해 학술적인 근거나 검증도 없이 전문가 이름으로 진단명을 방송에서 언급하는 일은 지양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성인자폐(성) 자조모임 estas도 26일 오전 “자폐 특성을 범죄와 연결하지 말라”며, SBS의 사죄와 인권적 관점의 자폐 보도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되자 해당 연출자는 지난 26일 부모연대를 찾아 “자폐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분들에게 사과를 전하고 싶다”며 “제작진 차원의 홈페이지 사과 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제작진의 사과문은 이 같은 언급이 있고 나서 일주일만이다.

하지만 장애계의 성명 등을 보면 제작진보다는 SBS 방송사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그대로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걸 부모연대 정책국장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단순히 이번 제작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장애인 등과 관련한 보도 원칙 등을 마련하기 위해선 추가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은호 estas 조정자 역시 “그알 제작진은 정작 당사자단체인 estas나 세바다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도 없이 부모단체들만 인식하는 것 같아 유감”이라며, “이를 떠나 제작진의 사과만으로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기엔 사안이 심각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방송에서 ‘자폐증 성향’이라고 언급한 것은 단순 발달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낙인화를 포함하는 문제”라며 “세바다와 정신장애인단체 등과 논의해야겠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시작으로 언론중재위원회 등에 제소함으로써 SBS 등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짚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SBS 방송사의 사과 등 공식 의견의 끌어내기 위해선 언론중재위 제소와 그 결과가 있어야 가능한 사안이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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