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선행에만 기대 어려워”… 정신장애인 낙인화 보도에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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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보도 관련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더인디고
▲1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보도 관련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더인디고

  • 서현역 사건 정신질환 연관, 3일간 100여 건
  • 정신질환 편견·범죄화하는 언론, 자성해야!
  • 장애언론도 정신장애 이해와 관심 두길
  • 언론중재위 활용, 정치세력화 등 다양한 대책도 쏟아져

[더인디고] 소위 ‘묻지 마 범죄’ 등 끔찍한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를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장애인으로 연관 짓는 언론을 향해 비판과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추론적 보도로 인해 정신장애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편견과 당사자들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심리사회적장애인 언론미디어 옴부즈맨센터(이하 옴브즈맨센터)’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3일간(8월 4일~ 6일)의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 결과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들은 지난 8월 3일 서현동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지자, 범인 최 모 씨가 조현성 성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 진단을 받고도 치료받지 않아 이 같은 사건이 일으켰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다.

옴브맨센터에 따르면 정진질환과 흉기난동 사건을 연관 지어 보도한 기사가 3일 동안 101건에 달했다. 이는 일부 온라인 인터넷 뉴스를 채집한 것으로, 방송이나 지면을 통해 배포된 뉴스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21년 3월, ‘정신질환 관련 언론보도 개선’을 권고했고 이듬해 보건복지부도 이를 수용했다. 이어 2022년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을 공동 개발해 배포했지만, 서현역 사건에서 보듯 최근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옴브즈맨센터는 서현역 사건을 빗대 “사건의 범인이 정신질환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그의 이전 정신질환 병력 등을 보도하며 ‘정신질환 증상이 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단정 지었다”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범죄와 사이코패스 범죄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찰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정신장애 범죄자는 8천850명으로 전체 범죄자의 0.7%에 불과했다.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보더라도 정신장애 범죄자는 연간 5천~9천 명으로 0.3~0.7% 수준이다, 반면 이중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021년 기준 545명으로 전체 강력범죄자의 2.4%에 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정부나 민간차원의 대책과 실제 경찰청의 통계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을 범죄시하는 데에는 언론의 영향이 크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동시에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은 “주류 언론도 문제지만 에이블뉴스, 비마이너, 더인디고 등 장애 언론 역시 정신장애와 관련된 이슈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선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정신장애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심층 취재 및 기사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장애 언론의 역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한결 경기동료지원센터장은 “진실 추구와 공정 보도 등은 언론의 본연의 책임”이라고 강조한 뒤 “하지만 당사자나 자조 단체 등이 아닌 정신과전문의, 법학자 등의 의견만을 반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인권침해의 현실을 함께 다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성민 더인디고 발행인 겸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사무총장 역시 지난 6월 정유정의 범행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을 빗대 “정말 그것이 알고 싶으면 당사자와 관련 옹호단체 등에도 꼭 확인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애계와 당사자의 적극적인 대응도 함께 요구되는 시기”라며 “장애계가 언론사에 사과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지속적인 행동에 나서며 이를 이슈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자 등도 문제지만 낙인화하는 글이 그래도 남아 있는 언론과 포털 등 플랫폼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뒤, “SNS를 소셜미디어로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당사자들이 직접 SNS 전쟁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순득 마음사랑 자조모임 대표는 “한 사회가 어느 한 집단 구성원들을 소외시키기는 너무도 쉽다. 문제는 언론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신장애인들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해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보도 관련 대책 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더인디고
▲정신질환과 범죄를 연관짓는 언론 보도 관련 대책 토론회가 열리기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옴부즈맨센터는 언론을 향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낭독한 조유진 옴브즈맨센터 활동가는 “다수의 언론에서는 단순 폭행 범죄에서도 가해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언급하고, 마치 범죄의 원인이 그의 정신질환에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며, “심지어 헤드라인에 정신질환명과 범죄 사실을 함께 기재함으로써 대중에게 편견을 잘 심는 반면, 다수의 시민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 없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수의 기성 언론은 정신질환 조기 개입과 사법입원제를 대안으로 내놓는다”며 “중요한 건 빠르고 쉬운 입원이 아니다. 입·퇴원 이후에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 기반과 복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 범죄를 연관 짓는 언론 보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성공적인 치료와 재활을 위해서는 온라인에서의 여론이 중요다. 언론 스스로도 변화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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