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 고령장애인, ‘사는 게 지옥’…복지서비스 사각지대,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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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 고령장애인, ‘사는 게 지옥’...복지서비스 사각지대, ‘뚜렷’
▲지난 4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주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지원방안 마련 토론회’는 고령장애인의 연령 기준과 현재 전무하다시피한 고령장애인에 대한 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이 논의되었다. ⓒ 픽사베이
  • 생계부터 건강, 돌봄, 안전까지… 고령장애인 지원 전무해
  • 국민연금 조기수령, 활동지원서비스 강화 등 당장 필요해
  • 전체 장애인 52.8%가 65세 이상…지원책 촘촘히 따져봐야
  • 최경일 복지부 과장, 접근가능한 지원책 마련에 공감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서울 구로동에 혼자 사는 지체장애 2급 홍아무개 씨(59세)는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고 현재는 집에서 요양 중이다. 20대 초반부터 30년이 넘도록 금은세공 기술자로 일을 해왔던 홍 씨는 2015년 인천에 방 두 칸 짜리 빌라를 장만하고 노년을 위한 현금도 제법 준비했다고 한다. 홍 씨는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의 걱정이나 도움없이도 지낼 수 있겠다 싶었지만 암진단을 받고 노년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허탈해 했다. 모아둔 현금과 집을 담보로 얻은 빚으로 수술을 하고 나니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것. 배변주머니를 차고 생활하는 홍 씨는 현재 빌라를 팔아 빚을 청산하고 구로동 반지하 월세로 이사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90시간 정도의 활동지원서비스는 시간이 적어 매칭이 끊어진 지 오래고, 그나마 의료급여로 병원비나 약값을 절약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도 홍 씨는 “사는 게 지옥”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뇌병변장애 3급의 장아무개 씨(64세)는 5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현재는 휠체어를 사용해야 한다. 80세가 넘은 노모와 함께 사는 장 씨는 “장기요양시설 입소를 원했지만 미뤄지고 있다”면서, 입소하게 되더라도 홀로 남겨질 노모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이 주최한 ‘고령장애인 연령 기준과 지원방안 마련 토론회’는 고령장애인의 연령 기준 문제와 더불어 현재 전무하다시피한 고령장애인 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 등이 논의됐다.

▲’고령장애인연령기준과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여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 한국장애인장애인단체총연맹 제공

발제에 나선 경기복지재단의 이병화 연구의원은 경기도를 배경으로 한 연구를 기반으로 “연령 기준은 각종 복지제도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일률적 적용보다는 서비스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장애인의 조기노화 현상이 분명한 만큼 “‘장애’와 ‘노화’를 동시에 경험하는 50세 이상의 장애인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원방안으로는 신체적·정서적 건강지원을 위한 건강주치의제도 강화, 방문재활치료 확대, 정신건강 프로그램 제공 등과 함께 의료비 지원과 일상생활을 지원을 위해 활동지원서비스 급여 인상을 통한 매칭 유도, 1인 독거 고령장애인에 대한 응급안전알림서비스의 대상 확대와 쉼터 운영 등도 함께 제안했다.

한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용석 정책의원은 발제자 의견에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제도의 확대 등 서비스 지원 이전에 고령장애인 당사자로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국민연금 등 현 공적연금제도의 불리한 수령 연령 조정과 고통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선순 한국장애인부모회 고선순 회장은 “고령 발달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늙어 가족 돌봄의 한계에 봉착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발달장애인에 대한 별도 연령 기준 마련을 포함한 건강 관리, 주간보호시설의 연령제한 폐지, 보호자 사후 돌봄 위한 거주시설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탈시설은 독립된 생활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에게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조기 노화로 돌봄이 필요한 고령의 발달장애인에게는 24시간 지원이 가능한 소규모의 다양한 형태의 거주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복지재단의 김현승 연구의원은 “고령장애인에 대한 지원 공백은 현 노인복지제도로의 이동과정에서 벌어지는 서비스 단절이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단순히 고령장애인 기준 연령을 낮춘다고 해도 서비스 공백의 사각지대 발생한다면서, “사람 중심으로 장애인복지제도와 노인복지제도를 통합적으로 운영해 사정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승희 국립재활원 건강보건연구과장은 장애인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건강증진 방안 마련을 위한 다학제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김경미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조기노화가 실제 존재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고령장애인들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환경의 취약점을 논의하고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애당사자들은 65세 이후에도 장애서비스를 희망하고 있는 만큼 50세 이상 고령장애인 지역사회서비스를 65세 이후에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장은 “현재로써는 고령장애인에 대한 특화된 복지서비스 지원 정책은 없다”면서, 토론회에서 제안한 연령 기준의 하향, 활동지원서비스와 장기요양제도와의 연계성, 건강 및 의료비 지원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발달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의 이용 연령 제한 폐지, 의료집중형 시설 등 접근가능한 지원책 마련을 위한 법개정 등도 검토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코리아는 지난 2022년 9월 30일자 기사에서 한국 사회는 3년 후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럼에도 OECD국가들 중 상대적으로 젊고 많은 인구가 몰린 도시에 젊은 인구 비율이 높아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장애계 한 관계자는 “전체 장애인의 52.8%를 차지하는 고령장애인이 장애인복지서비스 대상에서 노인복지대상으로 연계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지원 공백이 포괄적인 장애인 정책 개선 요구에 묻히거나 정책 중요도에서 밀리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고령장애인 가구의 낮은 소득부터 건강 관리는 물론이고 돌봄 지원까지 장애인 정책에 이미 포함되어 있고 이를 굳이 연령별로 나눌 필요가 있느냐는 것. 하지만 이번 토론회에서도 거듭 지적되었던 것처럼 연령을 기준으로 지원책이 구분되어 있고, 고용시장에서 배제된 이들이 생계를 걱정할 만큼 복지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2차 장애에 고통받는 계층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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