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무차별 민간인 살상…장애주민들 ‘대피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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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무차별 민간인 살상...장애주민들은 ‘대피 포기’
▲2023년 10월 22일 남부 가자 지구에서 남자 세 명이 잔해와 파괴 속에서 휠체어를 탄 한 남자가 움직이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 게티 이미지를 통한 2023 SAID KHATIB/AFP
  • 모든 민간인들이 공격 대상…장애포용 관점 고려 상황 아냐
  • 가자 16년 봉쇄로 물리적·정보적 접근성 열악…전쟁 상황 엎친데 덮친 격
  • 가자 지구 내 장애가 있는 주민들 갈 곳 업성… ‘피난 포기’
  • 휴먼라이츠워치, 이스라엘은 CRPD 가입국…국제법 준수해야 촉구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사상 초유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가자 지구) 간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약 1,400여 명이 사망했고 이후 가지 지구에 대한 포격과 지상 공세가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는 어린이, 장애가 있는 사람, 노인을 포함한 약 230명 이상의 이스라엘 시민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11월 7일 현재 가자 지구에 살던 어린이 4,100여 명을 포함해 최소 10,0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뉴스를 장애관점으로 전하는 당사자 참여형 디브리핑 웹사이트인 Disability Debrief(disabilitydebrief.org)는 지난 10월 25일 팔레스타인 장애옹호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샤타 아부스루르를 통해 가자 지구의 장애가 있는 주민들의 상황을 처음 전했다. 샤타 아부스루르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의 주요 표적은 팔레스타인인이라고 전제하면서 “가자지구는 모든 민간인들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어 장애포용의 관점을 생각할 수도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 전에도 가자 지구의 장애 접근성은 열악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 대피소의 물리적 접근성은 물론이고 대피경보 대피정보 등 정보 접근성도 거의 없으며, 전기공급이 끊겨 동력에 의존하는 보조기기는 이미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민간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www.hrw.org) 또한 지난 11월 1일 이스라엘의 가지지구에 대한 대규모 폭격과 봉쇄로 장애가 있는 주민들은 매우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이번 전쟁 발발 전에도 가자 지구는 “휠체어, 의족, 목발, 보청기 등 보조기구가 전반적으로 부족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16년간 불법적 가자 지구 봉쇄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결국 미흡한 포괄적 접근성 환경이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재난 시 대피 과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시각·청각·발달장애가 있는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을 빚었다는 것이다.

특히 휴먼라이츠워치와의 인터뷰에 응했던 가자 지구 내 장애가 있는 주민과 가족들은 피난을 포기해 우려를 더했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한 주민의 언니는 2019년에 이스라엘의 공격 때에도 여동생을 업고 건물 계단 밑에 숨었다면서 이번에는 “낡은 휠체어가 무겁기도 하고 집 주변이 파괴되어 피난을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중심부 아파트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가 있는 B씨도 “폭격이나 전투가 벌어지면 어디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장애권리운동가 C씨는 다섯 명이나 되는 가족을 데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피난을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각종 국제인권조약들은 무력 분쟁에서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2012년 협약에 비준한 만큼 무력 분쟁 상황을 포함한 위험 상황에서 장애가 있는 시민들을 보호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선임 장애권리연구원인 에미나 오에리모비치(Emina Ćerimović)는 “미국을 포함한 이스라엘 동맹국들은 이스라엘이 장애가 있는 시민들을 보호하고 봉쇄를 해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 민간인들 특히 장애가 있는 주민들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유엔 회원국들은 가자 지구 내 장애인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더 이상 잔혹한 상황과 고통에 처해지지 않도록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하도록 긴급히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도의 진보적 언론 알자지라(www.aljazeera.com) 지난 6일 유니세프, 세계식량기구, 세계보건기구, 세이브더칠드런 등 유엔기구들과 국제 NGO들이 병원과 학교 등 민간 인프라 보호와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원조 허용 등을 촉구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이례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유엔직원들 88명을 포함해 수십 명의 국제단체활동가들이 사망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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