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청년드림팀]④ 발달장애인 부모운동의 시작, 디 아크(The 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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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디지털IT, 고용의 다양성’을 주제로 미국 뉴욕, 워싱턴D.C. 연수를 다녀온 임프티팀. 사진은 The Arc에서의 인터뷰를 마친 후 찍은 임프티팀과 Katy(사진 중앙 검정색티), Sequaya(사진 중앙 분홍색티)의 사진이다. 황신영 청년은 사진 맨 좌측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으며 박송희 청년은 Katy의 옆에서 웃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지난 8월 11일부터 22일까지 ‘디지털IT, 고용의 다양성’을 주제로 미국 뉴욕, 워싱턴D.C. 연수를 다녀온 임프티팀. 사진은 The Arc에서의 인터뷰를 마친 후 찍은 임프티팀과 Katy(사진 중앙 검정색티), Sequaya(사진 중앙 분홍색티)의 사진이다. 황신영 청년은 사진 맨 좌측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으며 박송희 청년은 Katy의 옆에서 웃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EMFT(미국1)팀 황신영,박송희]

설레는 마음으로 오긴 했지만, 미국도 사람 사는 곳이라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 아크(The Arc), Microsoft, AAAS, 갤러뎃 대학교, DOL 등 5곳의 기관을 방문하면서 느낀 것은 미국은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개념 아래 오랜 시간에 쌓아온 권리와 장애포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엄청난 포괄성을 지니고, 모든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매우 자연스러운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리가 첫 기관방문으로 다녀온 곳은 바로 ‘The Arc’이다. The Arc는 1950년 미국의 지적·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연대로 시작된 단체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지적 및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을 지원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역사회 기반 단체이다. 현재 미국 39개 주, 총 730개의 지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한국장애인부모회와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재 교육, 미래 계획, 법적 구제 및 권리 옹호, 고용, 건강, 기술 등 다차원적으로 지적 및 발달장애인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우리가 ‘Digital IT for Humanity’라는 연수 주제를 가지고 미국의 발달장애인 부모 단체인 The Arc를 방문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The Arc는 전 연령의 지적 및 발달장애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디지털 소외와 정보격차를 겪지 않도록 다양한 실천적 접근 분야 중 기술(Technology) 영역의 활발한 교육과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처음 아크에 도착했을 때 인터뷰 담당자인 Katy Schmid, Quay Tasker 씨는 아크의 역사와 IT기술 영역에서 수행하는 활동들을 몇 가지 예로 설명해주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며 실제로 기업의 상품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예시로 최근 애플과 협력하여 지적 및 발달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을 iOS 환경에 업데이트하였고, 이 외에도 해당 지부가 위치한 지역의 공항과 협력하여 지적 및 발달장애인이 비행기 탑승과 공항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지원을 개발하고 있었다.

임프티는 출국 전후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방문할 기관의 특성과 사업영역에 맞는 인터뷰 질문을 꾸리기 위해 고심하였다. The Arc의 경우 지적 및 발달장애인의 디지털 IT 기술 활용을 위해 ‘Tech Coach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어 ‘지적 및 발달장애’라는 장애 영역과 기술 교육 및 훈련에 초점을 두고,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의 성과(Outcomes), 특수교육과의 차이점(Education), 디지털 교육을 통한 고용 연계(Employment), 디지털포용을 위한 지역사회 환경(Community environment)이라는 5가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아래 내용은 임프티의 인터뷰 질문과 그에 따른 답변을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1. 최근 한국 정부와 교육부는 코딩, 생활 중심의 IT 능력과 같은 디지털소양을 특수교육 과정에 추가하였습니다. 미국 특수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의 디지털 소양 강화를 위한 접근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그리고 이러한 접근이 아크의 프로그램과 갖는 차이는 무엇인가요?

[Katy] Arc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22세까지만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즉, Arc에서는 모든 연령대의 장애인에게 기술 코칭을 제공합니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커리큘럼이나 IEP에 따라 디지털 리터러시 소양을 바라보지만, Arc에서는 개인의 욕구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영역과 방법에 제한이 없습니다.

2.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챗 GPT와 같은 AI 서비스가 발달장애인의 구직과정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구직과정에 인공지능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것의 성과는 무엇인가요?

[Katy] AI는 매우 큰 화두입니다. 최근 Microsoft 담당자와 장애인을 위한 AI 기술과 그 뒤에 숨어진 윤리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구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일정이나 업무 기술을 지원하여 그들이 직장에서 더 잘 적응하고, 더 좋은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반면 이와 같은 과정에 AI가 활용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chat GPT 기능을 구직과정에 활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Arc의 많은 프로그램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첫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발달장애인 근로자의 스케줄 관리하고, 이를 통해 이들의 직무능력 향상 및 편의성을 증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아무리 발달장애인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한다고 하여도, 이를 촉진하는 지역사회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소외 현상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 키오스크 사용 방법을 배웠는데, 키오스크가 시간제한을 두거나,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역사회 내 디지털 포용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입니다. 아크에서는 지역사회 개선을 위해 실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Katy] 주요 IT 회사들은 기술에 대한 사용자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그 과정에 인지장애가 있는 사용자들의 테스트 과정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많은 지적 및 발달장애인 사람들은 일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이나 서비스 제공기관들은 그들이 디지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고 있을 것입니다. Arc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적 및 발달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해 기술 회사들과 협력하고 자주 소통하고 있습니다.

4. 아크의 디지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의 이용 경험이 궁금합니다. 지적 및 발달장애인의 경우 장애특성으로 교육 및 훈련에 참여할 때 집중력이나 이해력 차원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크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합니다.

[Katy] 이용자의 이해 및 집중을 돕기 위해 다양한 편의제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훈련의 일정을 조정하거나,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하면 이용자가 프로그램 내 과업을 수행하는 데의 감각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action plan을 가지고 이들이 어떠한 욕구를 가졌는지 더 잘 이해함으로써 이들의 성공적인 과제 수행을 위한 지원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합니다.

[Sequaya] 우리가 최근에 개발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일리노이 대학과 협력하여 개발한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생활을 위한 “Health matters”라는 커리큘럼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커리큘럼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가상형식을 활용한 줌 작업을 실행하였는데, 3명의 트레이너가 발달장애인이 개념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때, 쉬는 시간에 이들의 이해를 도울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5. 발달장애 참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실천 가이드나 매뉴얼이 있나요?

[Katy] 우리는 모든 접근 베이스를 우리가 지원하는 개인, 그리고 그들의 욕구에 둡니다. 모든 사람의 욕구가 똑같을 수 없기에, 하나의 접근이 모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개인과 개인의 전인적인 욕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6. 미국에서 발달장애인을 채용하는 특정 직종이 있나요?

[Katy] 특정 직종이 제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이 IT 기술 회사에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IT 회사에서 IT 업무를 담당할 수도 있고 프론트 데스크에서 일할 수도, 식당에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함께 일했던 한 발달장애 남성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환경미화, 청소 업무를 담당했으나, 누구도 그를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에게 제한해서 대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발달장애를 가진 누군가가 하고 싶어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큰 제한이 없습니다.

The Arc는 IT 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특정 실천 모델을 제시하기보다 개별 이용자의 욕구에 따른 포괄적인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굵직한 IT 기업들과 지적 및 발달장애인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 사용자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덕분에 국내 IT 기업들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유형 당사자의 접근성과 편의증진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LG, 카카오 등 국내에 있는 기업들도 The Arc가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과 같이 장애 당사자의 모니터링 및 테스트 절차를 수행해 보면 어떨지 말이다.

The Arc 기관방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장애인고용 확대를 위한 선제적인 개입이 결국 ‘포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먼저는 다양한 개인별 욕구를 수용하고, 거듭되는 기술의 발전 과정의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와 경험을 포함하는 것. 그럼에도 휴먼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영역에서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기업과 앞장서서 논의하는 것. 이것이 디지털 IT 기술의 발전과 장애인 고용의 포용성 확대가 상생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일 것이다.

아직 국내 IT 영역에서의 발달장애인의 사용자 테스팅/모니터링 사례, 직무훈련 및 고용 달성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에 발달장애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에 대한 기대도 한정된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발달장애인의 IT 업무 직무는 불가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거나, 단시간 업무 또는 단순 직무만 활성화되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지난 10여 일간 느낀 미국의 다양성과 포용성은 한국에서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것이었다. 해외 사례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으나, 임프티 팀은 The Arc 사례를 기반으로 발달장애인의 디지털 포용 환경 구축을 위해 국내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국내에서도 발달장애인의 IT 직무, 기술 교육 등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를 주축으로 IT 기업들과의 다양한 협력관계 구축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공교육 및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현장에서 교육 및 훈련이 제공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지역사회 내 일상생활에서 습득한 기술을 적용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정부 및 관련 공공단체들은 IT 직종의 기업들이 발달장애를 가진 사용자의 경험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성, 포용성의 관점을 견지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많은 IT 기업이 발달장애를 가진 사용자가 상품을 구매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동등한 접근,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테스팅, 모니터링 과정에 이들의 목소리를 포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Digital IT for Humanity’, 더 이상 디지털 IT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의 정보격차, 디지털 소외를 야기하는 지점이 아닌 일상의 편의를 넘어 고용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포함을 증진하는 지점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번 임프티의 연수 경험이 이 길에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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