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59] ➁ 이영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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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차 화요집회에서 윤영자 부모연대 서울지부 금천지회 회원이 이영아 회원의 글을 대독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59차 화요집회에서 윤영자 부모연대 서울지부 금천지회 회원이 이영아 회원의 글을 대독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초등학교 6학년 여아의 엄마 이영아입니다. 딸은 백일이 지난 후 열경기(熱驚氣)를 했습니다. 그 후 조금만 열이 올라도 어김없이 경기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았습니다. 하지만 ‘영유아기에는 열성경련이 있을 수 있다’며 특별한 검사나 약은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돌 무렵 조금씩 발달이 더딘듯하여 종합병원 소아과를 찾았지만, 조금 늦될 수 있으니 기다려보란 답변만 들었습니다.

제 나이 37살에 노산으로 낳았고, 낳으면서 ‘태반박리’로 저와 아이는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점점 아이가 성장할수록 발달이 다른 아이와 달랐고 4세 때부터는 열이 없는 경기를 했습니다. 그 후 항경련제를 복용하며 3년 정도 잘 반응하여 먹게 되면 완치도 가능하다는 주치의의 말을 믿고 열심히 발달센터를 오가며 치료했습니다. 하지만 재발에 재발을 거듭하게 되어 지금은 난치성뇌전증환우가 되었습니다.

딸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전신복합발작과 대발작을 수 차례하게 되어 성빈센트, 서울대, 세브란스병원을 바꿔가며 여러 가지 약을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과 전두엽뇌전증으로 폭력성이 극도로 치솟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아파도 아프다고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아이는 남을 할퀴고 때렸습니다. 감정 기복을 보이는 날이면 학교에서 과잉 대응으로 멍이 들어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얼굴엔 열 손가락의 자국이 선명히 찍혀있었습니다. 특수교사 선생님은 아이를 ‘제지하다’가 그랬다고는 했지만, 그 후 일주일도 안 되어서 손가락 마디가 시퍼렇게 멍드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혼자라는 생각과 폭력성이 있는 내 딸을 학교로 보내는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속에선 천불이 났고 특수교사를 고발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슬펐고 아이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와 내 아이가 약자라고 여겼기에 꾹 참았습니다. 대신 특수반 변경과 활동지원사를 학교로 넣어 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 가해 특수교사의 대면 사과만 받았습니다.

왜 그때 제가 약자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마도 저의 상황을 앞서 나서줄 관계기관이 없었거나 몰라서였겠죠. 그땐 하루가 천년 같은 지옥과도 같은 날을 보내며 아이와 죽을까, 혼자 죽을까하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 후 수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는 혈압과 고지혈증에, 갑상선전이암에 많은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 후 림프절전이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아직까지는 재발이나 전이가 없는 상태입니다. 남들은 갑상선암은 ‘로또암이다 혹은 착한암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갑상선이 없어 호르몬 약으로 조절해서 그런지 하루 중 어느 시간 때가 되면 죽을 듯 피곤하고 지칩니다.

한 달 후면 50세입니다. 이제 겨우 13살 난치성뇌전증을 갖고 있는 장애아이를, 엄마인 제가 건강해서 잘 돌봐준다고 해서 80세까지 돌본다고 한들 딸의 나이는 겨우 40대 초반입니다. 먼 미래를 지금부터 상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늘이 중요하니까요… 그렇지만 오늘이 중요한 만큼 미래의 오늘도 중요하기에 제가 늙어 병들고 아프거나 죽어갈 때 아이가 어찌 살지 하는 절망을 갖는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오늘 호소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없더라도 보호받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을 국가는 당장 시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2023년 11월 7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59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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