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으로 폭력·학대방지와 지원대책 쟁취한 멕시코 장애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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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으로 폭력·학대방지와 지원대책 쟁취한 멕시코 장애여성들
▲2020년 3월 8일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애여성들. © 2020 Mexicanas con Discapacidad2020 멕시코장애인협회
  • 남편과 시누이들 폭력에 시달리던 장애여성 루피타의 죽음
  • 장애여성의 폭력현실 외면했던 멕시코 정부에 맞선 당사자들
  • 개혁법에 폭력으로부터 보호명령과 쉼터 접근성·활동지원 등 담겨
  • 장애권리전문가, 멕시코 이제 시작…정부, 장애여성 목소리 들어야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지난 5월, 멕시코는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과 가해자 기소 및 제재를 목표로 하는 정책에 장애여성을 포함하는 폭력 없는 생활 접근을 위한 일반법 개정안이 마침내 제정되었다고 지난 11월 25일 휴먼라이츠워치(HumanRightsWatch, www.hrw.org)가 전했다.

이번 법안 개정 운동은 멕시코의 장애여성들이 가족들로부터 심각한 학대와 방임에 직면해 있지만 정부의 보호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장애여성 루피타의 사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비롯되었다. 거리로 뛰쳐나온 장애여성들은 2년 넘게 인권단체들과 연대해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섰고 2년 넘게 멕시코 국회의원들을 압박했다.

▲생전의 과달루페 후에르타 모라 © Private

루피타(Lupita)로 불리던 과달루페 후에르타 모라(Guadalupe Huerta Mora)는 척수 손상에 의한 신체적 장애가 있는 여성으로 58세의 여성으로 남편의 묵인으로 시누이들의 구타로 척추를 다쳐 팔과 목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구타는 이어졌고 루피타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남편은 면회할 수 있는 방문객을 법적으로 통제하는 등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격리시키기도 했다. 결국 루피타는 멕시코 당국에 폭력 없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일반법(2007)에 의한 법적 구제 수단인 긴급 보호 조치를 요청했으나 판사는 검사가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형식주의적 논리를 내세우며 요청을 거부했다.

당시 멕시코시티의 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루피타를 돕기 위해 나섰으나 장애가 있는 시민들의 자립생활을 어렵게 하는 멕시코 정책의 제도적 결함으로 남편과 시누이들 피해 거처를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 멕시코 정부는 매달 1475멕시코페소(한화 약 106,277원)의 장애연금을 지급하는데 루피타는 장애가 있음에도 연금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9살 어린 아들 엠마누엘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고 가족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엠마누엘 대신에 조력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욕창과 신장 결석에 시달리던 루피타는 합병증으로 58세로 사망했다.

그 와중에도 루피타는 각종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멕시코 정부의 여성폭력에 대한 낮은 인식을 제고하는데 기여했고 특히, 루피타의 상황의 심각성에 멕시코 국가통계청이 장애여성 폭력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장애여성이 비장애여성에 비해 폭력에 노출되는 빈도가 훨씬 높다는 현실이 처음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2021년 11월 멕시코 상원은 여성 쉼터의 물리적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개혁안을 승인하고 장애여성이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데 필요한 지원이 가능한 보호명령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지만 예산 지연으로 미뤄져오다 마침내 지난 5월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법률 및 심리 지원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인 여성사법센터 설립 및 운영과 폭력생존자를 위한 임시 쉼터에 장애여성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물리적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장애여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인력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번 멕시코의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과 학대 문제 해결을 지원했던 변호사이자 국제장애권리 최고 전문가인 카를로스 리오스에스피노사(Carlos Ríos Espinosa)는 멕시코의 이번 개혁이 “완전히 실현되기에는 갈 길이 멀지만, 심리 사회적 지원, 보육, 주택 및 기타 여성 지원 정책에 장애여성을 포함한 것은 장애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 근절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개혁이 지속가능한 정책적 영향을 가지려면 멕시코 정부가 장애여성단체들과 협의할 것”을 조언했다.

[더인디고 yslee506@naver.com]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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