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61] ② 김영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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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차 화요집회에서 김영숙 부모연대 서울지부 동대문지회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61차 화요집회에서 김영숙 부모연대 서울지부 동대문지회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더인디고] 저는 2명의 발달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을 키우고 있는 3자녀의 엄마입니다. 첫째 아들은 지적장애 2급 23세이고 복지관에 있는 보호작업장에 출근하고 있고 둘째 딸은 간호사의 꿈을 키우는 대학생 비장애자녀입니다. 셋째 아들은 지적장애 2급 16살이고 일반중학교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습니다.

동대문지회는 2014년 함께가는 동대문장애인부모회로 가입하여 올해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난 2012년에 부모회의 준비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첫째가 일반초등학교 2학년 때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서 4학년이 되었고 셋째가 집 근처 통합어린이집 5세 반에 등교하던 때입니다. 저는 2명의 장애아동 부모가 되며 두 아이의 치료 스케쥴을 맞추려니 몸은 쉴 틈 없이 바쁘고 혼자 있을 때는 우울감도 찾아왔습니다. 장애 부모님들과 만나며 혼자라는 고립감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0명~20명 남짓의 부모들이 매주 1회 복지관 교육실과 주민센터 회의실 등에서 모임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매주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모두 부모회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1년 이상의 준비모임 기간을 가지고 동대문장애인부모회를 발족하고, 구청 지하 회의실에서 월 1회 모임을 가지며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선후배 부모님들이 서로 조언도 하고 새로운 정보도 공유하였습니다. 연대의 힘이 필요함을 깨닫고 2014년에 서울지부에 가입하였습니다.

그간 10년의 역사를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크게 기억되는 사건 몇 가지가 있습니다.

2015년 그해 가을에는 저희 동대문구에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성일중학교의 학생 수 감소로 생긴 유휴공간에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간담회에서 반대로 고성이 오가고 간담회가 몇 차례 진행되어도 계속된 반대에 부딪히며 부모회 회원들이 무릎 꿇고 호소도 했습니다(강서구에 서진학교가 추진될 때 무릎호소의 원조는 저희 동대문입니다 ㅎㅎ). 성일중학교 정문 앞 모퉁이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한참 동안 했고 회원 수도 얼마 되지 않을 때인데 당번을 짜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서울지부 지회들과 24시간 천막을 사수하고 눈이 펑펑 오는 날 서울의 모든 지회가 모여 기자회견 했던 장면이 떠오르네요. 발달장애인훈련센터가 개관하고 지회 회원들과 라운딩할 때 센터장님께서 감사의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2016년도는 부모회 사무실이 생겼습니다. 동대문구청에서 다사랑행복센터를 개관하면서 4층에 장애인단체들이 입주하게 되어 사무공간과 교육실 공간을 함께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가족을 위한 구예산이 책정된 해입니다. 매년 배정된 예산으로 가족여행, 교육, 운동회, 뮤지컬 관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해 뜨겁던 5월~6월은 잊을 수 없습니다. 서울시청 한편을 점거하고 매일 삭발식을 하고 엄마가 목숨 걸고 지켜줄께를 외치던 날들, 숙박 당번일 때는 아이들과 함께 텐트에 누웠는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그리 큰 소음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회원이 손수 준비해오신 아침밥을 함께 먹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함께 해낸다는 마음에 뿌듯함이 있었죠.

돌아보니 지회를 대표하는 회장님의 가장 많은 수고가 있었고 보이지 않는 손발이 되어주신 임원들과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회원들이 계셨기에 동대문지회가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수많은 기자회견과 결의대회, 삭발식, 삼보일배, 오체투지까지 부모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 학령기의 바우처지원제도, 청소년방과후 서비스, 성인기의 주간활동서비스, 평생교육센터,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만들어지고 많은 지원제도가 생겼습니다.

부모회가 시작될 때 학년기이던 회원자녀들이 지금은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가지게 되고,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고, 평생교육센터를 다니고 있습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통해서 부모님은 동료상담가 교육을 받고 장애부모를 동료상담하면서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며 심리적인 지지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장애인가족에 필요한 비장애형제 프로그램, 방학돌봄, 양육자여행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0년 세월에 부모도 나이가 들어 50~60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성인기 자녀들의 비중이 매년 꾸준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젊고 에너지 있는 학령기 부모님들이 많이 참여하는 부모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부모 사후에 지역에서 장애자녀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원주택을 통한 주거서비스. 일자리를 통한 경제적 안정, 낮 활동서비스를 통한 문화여가생활, 건강지원 등 많은 정책이 세워지는 그날까지 투쟁은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함께하는 부모연대의 힘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같습니다. 잔잔히 바다를 덮고 있지만 때로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변화의 물결을 이루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2023년 12월 12일 오전 11시, 화요집회 61회차 중에서–

[더인디고 THE INDIGO]

반복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을 멈춰달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삭발과 단식에 이어 고인들의 49재를 치르며 넉 달을 호소했지만, 끝내 답이 없자 장애인부모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2022년 8월 2일부터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더인디고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협조로 화요집회마다 장애인 가족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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