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소수자라서 꼭 해야하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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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의 기자노트 사진. ©더인디고
▲박관찬의 기자노트 사진. ©더인디고
  • 시청각장애를 가진 소수장애인으로서 이야기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2016년 2월 취득했던 법학석사의 학위논문 주제는 “소수자 보호의 헌법적 고찰”이었다. 당시 소수자의 범주를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로 분류하여 헌법적으로 어떠한지를 연구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다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정의,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소수자의 사전적 정의는 ‘성, 나이, 장애, 인종, 국적, 종교, 사상 등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측면에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국가나 사회의 지배적 가치와 기준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차별의 대상이 되거나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반대로 차별이나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는 사람을 ‘다수자’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법학석사학위논문에서 여성을 소수자에 포함시킨 게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논문을 쓸 당시에는 여성을 소수자에 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자, 더 정확하게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개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만 해도 꼭 이 집단만을 정의하기보다는 난민, 이민자도 있는 등 그 범위가 광범위해지기도 하고 세분화되기도 한다.

기자는 눈과 귀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이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도 시청각장애인관련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청각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도 생기고 각종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시청각장애인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즉 소수장애인이다. ‘소수자’에 ‘장애인’이 포함될 수 있다면, 그 ‘장애인’ 영역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은 소수라는 것이므로, 시청각장애인은 소수 중에서도 소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청각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일상을 가감없이 활자로 옮기려고 한다. 누구에게는 아주 소소한 일상이 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시청각장애인에게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또 소수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거나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분명히 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인 시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시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게 노력하려 한다.

또한 장애인을 비롯하여 소수자, 관련 인물들을 매월 한 분씩 만나서 인터뷰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더불어 기자의 생각을 사회에 전하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매월 한 번씩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의 인권과 복지증진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노력하는 단체나 모임을 방문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이 주류로 자리잡는 사회지만, 기자는 활자로 전달하는 글의 힘을 믿는다. 때로는 글보다 말로 하는 게 더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지만, 오히려 글이 훨씬 더 강력하고 설득력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조금은 더딘 시작일 수도 있다. 소수자로서의 시작이니까. 하지만 이 작은 시작을 통해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와 다수자의 구분이 되지 않는,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염원하며 [박관찬의 기자노트]를 펼친다.

[더인디고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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