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 기자가 항상 현금을 챙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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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가 있어서 가격표를 자세히 보기 어려운 점, 직원과의 소통이 어려운 점 때문에 항상 현금으로 결제한다. 사진.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요즘은 결제를 할 때 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여전히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을 즐긴다. 현금으로 결제하는 과정이 기자에게는 오히려 재테크의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시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재테크일지도 모른다.

기사를 쓸 때 즐겨먹는 숏다리를 사러 편의점에 가면 무조건 현금으로 결제한다. 그런데 카운터의 직원에게 기자가 내미는 현금은 꼭 5천 원짜리나 1만 원짜리 둘 중 하나다. 숏다리 작은 사이즈의 가격이 2,600원인데, 절대 그 가격에 딱 맞는 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5천 원이나 1만 원짜리로 계산을 하고 받은 거스름돈을 모으기 때문이다.

거스름돈을 모으는 게 어찌 보면 재테크인데, 이런 과정으로 결제를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진열되어 있는 상품의 가격이 기자의 시력으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열되어 있는 상품의 가격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모르니까 예전에는 폰으로 가격표의 사진을 찍어서 확인했다. 그런데 편의점처럼 비슷한 상품이 촘촘하게 진열되어 있으면 기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의 가격표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상품의 가격을 나름대로 짐작한 후, 5천 원짜리나 1만 원짜리 지폐로 결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품의 대략적인 가격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체감한 적이 있다.

그날은 숏다리를 평소처럼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큰 사이즈로 데려오고 싶었다. 작은 사이즈가 2,600원이니까 아무리 큰 사이즈라도 5천 원은 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5천 원짜리 지폐를 건넸다. 한 4천 얼마이겠지, 생각하며 백 원짜리 동전 몇 개를 받으려고 했는데, 직원이 내민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직원이 왜 빈 손을 내미는지 영문을 몰라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분명히 ‘돈을 더 달라’는 표정이었다. 뭔가 이상해서 기자가 건넸던 지폐를 돌려 달라고 한 뒤, 스마트폰에 꽂혀 있던 카드를 꺼내 결제했다. 결제 알림문자를 확인해 보니 아뿔싸! 5,400원이다. 세상에, 롱다리도 아니고 숏다리 큰 사이즈 한 마리가 이만큼이나 하다니. 정말 물가 많이 오른 것 같다. 직원이 빈 손을 내밀었던 건 5천 원으로는 결제가 안 되니 돈을 더 달라는 거였다.

두 번째는 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표의 숫자가 잘 안 보인다거나, 원하는 상품의 가격표가 정확히 어떤 건지 모르면 직원한테 물어볼 수 있다. “이거 얼마에요?”라는 질문은 자신 있게 할 수 있지만, “oo원입니다.”라는 직원의 대답은 듣기 어렵다.

그럴 때 음성인식기능 어플을 활용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금액’과 관련된 내용이라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결제를 위한 몇 분 안 되는 시간을 위해 시청각장애가 있다고 이야기하거나 하실 말씀을 손에 적어 달라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고 싶지는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대략적인 가격을 짐작하고 거스름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현금으로 결제한 것이다.

그렇게 받은 거스름돈은 절대 다시 사용하지 않고 저금통에 넣는다. 6개월 정도 단위로 저금통에 있는 금액을 계산해 보면 몇십 만 원씩 모여 있다. 그런 방법으로 지금도 꾸준히 모으고 있다.

현금으로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오히려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다. 카드를 기계에 한 번 꽂는 걸로 결제를 금방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현금을 들고 다니냐는 이야기도 정말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 방법이 이젠 너무 익숙하고 6개월마다 모인 금액을 확인할 때의 소소한 기쁨이 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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