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학대, 교사 한 명이 아닌 교육 시스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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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법원에서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장애학생의 보호를 위한 공익이 더 크다는 점을 반영하여 1심 재판부에서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했다. 사진. ©박관찬 기자
  • 장애학생 학대사건 이야기-1
  •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녹음파일 증거능력 인정
  • 교사 개인 아닌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야!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지난 2월 1일 수원지방법원(형사9단독)은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학대사건 1심 선고에서 피고인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 선고를 유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있은 지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공교롭게도 1심 선고를 앞둔 지난 1월 11일,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근거로 ‘학부모가 학생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수업을 몰래 녹음한 경우, 해당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특수교사가 주 씨의 아들을 학대했다고 제기된 소송에 제출된 증거자료 역시 몰래 녹음된 파일이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이번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관심사였다.

1심 재판부는 주 씨의 아들이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참작해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했다. 앞서 대법원 판결이 있었음에도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과 ‘비공개 대화 보호’라는 사익 중 어떤 것을 더 지켜야 하는지 비교함으로써 공익적 필요가 더 크다고 판단하여 법률의 예외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 것은 조금씩 나아가던 장애인식과 통합교육을 한순간에 후퇴시키고, 특수교사와 일반교사들의 통합교육에 대한 의지를 꺾을 뿐만 아니라 통합학급을 기피하게 만드는 오판”이라며 “대한민국의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라고 비판했다.

비장애학생인 경우에는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장애학생의 경우 증거로 인정한 것을 두고 불법적인 자료로라도 옹호해야 할 만큼 장애인은 비장애인과는 다르고 예외적인 존재로서 대중에게 인식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반면 재판부가 피고인의 정서적 학대를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은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녹음 행위 자체보다는 녹음이 필요했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장애학생을 위해 모인 특수교육 공동체가 머리를 맞대고 장애학생의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장애학생을 보호하거나 빼앗긴 학습권에 대한 부분은 아무도 짚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유무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고, 대한민국 교육 체계의 구조적 문제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헌용 씨는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공범”이라고 주장하며 “장애학생을 지원해야 하는 책임은 학교 전체에 있지 특수교사 한 명에게 있지 않은데도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회의를 특수교사가 개최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학기 초부터 이런 어려운 일을 맡게 된 특수교사의 심정은 처참했을 것이다. 과도한 업무보다 더 비참한 것은 학교 내에서 아무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철저한 고립감이었을 것”이라고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사건의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자 새학기가 다가오면서 장애자녀의 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청각장애가 있는 자녀가 특수학교에 입학했다는 한 부모는 “부모는 그저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서 교육받기를 바랄 뿐인데, 아직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우리 아이가 혹시라도 좋지 않은 일을 당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하고 걱정하며 “언어폭력이나 정서적 학대를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고, 외면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어느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불신의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이 사건이 앞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의 입학을 앞둔 부모는 “그동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좋은 특수교사들을 만났고, 그들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을 접했어도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기사 댓글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표현이 무서웠다. 아이에겐 학교를 넘어 세상이 참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번 사건으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의 1심 판결에 원고와 피고 모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로써 앞으로 어떠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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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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