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비행기가 오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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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픽사베이
▲비행기 ⓒ픽사베이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오늘도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밤이나 낮이나 비행기는 뜨고 사람들은 그 자리를 꽉 채운다. 코로나 같은 특별한 여행제한 조처가 내려질 때를 제외하면 공항이 한산한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국제교류가 필요한 업무에 종사하는 것도 아닐 테고 비행기 티켓이 심심풀이로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지도 않은데 비행기가 만들어지고 공항이 생긴 이래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하늘길을 오간다.

선진국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도 가지만 오지라 불리는 곳에도 가는 걸 보면 그 목적이 꼭 조금 더 발전된 문명을 배우러 가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경치를 보러 가는 이도 있지만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는 곳으로 떠나는 이가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이 움직이는 목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듯하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가 볼만한 곳도 많고 맛난 것도 많은데 비싼 돈과 귀한 시간 들여 해외로 나가는 것은 다름에 대한 본능적 끌림과 갈망이다. 지나치게 덥거나 추운 것은 분명 우리가 바라는 기후가 아니지만 그런 날씨만이 가지는 매력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곳을 찾는다.

낯선 음식과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은 다르다는 것만으로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나라들과 문화를 교류하려 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물건을 무역이라는 이름으로 나르고 교환하는 것은 같음에 머무르는 것보다 다름을 마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 아닌 다른 이의 삶에 대해 그보다 더 잘 알 수는 없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들어 가는 삶이 여러 사람의 경험보다 나을 리 없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의 교류만이 나의 부족한 생각과 행동들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장애를 가진 나의 삶을 어떤 이는 불편하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부족함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보지 못하는 사람보다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기에 가지는 착각이다. 어떤 일이든지 눈으로 보고 하는 것이 눈을 감고 있을 때보다 나은 결과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는 점자를 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글자를 읽을 수는 없다. 가구 밑 깊은 곳이나 작은 구멍에 빠져 있는 물건은 보는 것보다 손으로 만지는 것이 정확한 상황 파악에 유리하다. 사람들이 눈의 착각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소리와 촉감으로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장애 있는 내가 장애 없는 다수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난 스스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시력 좋은 이들에게서 공유받는다. 그것은 강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도움을 받는 약소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로 향하는 도움의 모양과 같다. 그러나 비행기는 한 방향을 향하지 않고 사람들이나 화물의 이동도 한쪽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일방적인 도움만 이루어진다면 그런 경로의 비행기는 오래가지 않아 없어지는 노선이 될 것이다.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그 노선은 사람들에게 끌림의 감정을 주고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인이라 낙인 붙여진 내게도 비장애인들에게 나눠줄 우월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다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떤 다름은 소수라 불리고 또 어떤 다름은 약자라 부르면서 그 존재의 의미를 우열로 구분한다.

그러한 구분은 우리가 더 나아질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일 뿐이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에도 가고 낮은 나라에도 가는 것은 그 모든 여행은 다른 나라에 간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더운 나라에도 가고 추운 나라에도 가는 것은 우리가 불편함이라 여기는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면 또 다른 나아짐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먼 이국땅으로 여행하는 것을 즐기듯 우리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름과 교류해야 한다. 그것은 저렴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가성비 여행이 될 것이다. 언제나 북적이는 공항처럼 다름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만남으로 세상이 소란스럽기를 바란다. 우리는 조금 더 쉬운 방법으로 아주 빠른 속도로 나아질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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