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호의 마음가짐] 내 편을 만드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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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을 나누는 장면 ⓒ픽사베이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을 나누는 장면 ⓒ픽사베이

[더인디고=최병호 집필위원]

최병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최병호 더인디고 집필위원

초중고 12년 동안 비장애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적응하고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 공부가 특출나지 못했던 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병원에서 정기적 진료와 물리치료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진작에 두 가지를 병행하면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싶지만, 당시엔 정보의 부재나 가정의 형편, 체력의 한계에 부딪혀 알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선택지였다.

병원에서 친해진 근육병 형을 통해 온라인으로 장애인 청년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마침 그 무렵에 결성된 환우 커뮤니티에 함께 참여하면서, 근육병의 여러 타입을 중심으로 다른 장애 유형의 동료들을 만났다. 예전에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몇몇 장애 친구와 인사와 안부를 나눈 게 전부였으니, 20~30대 장애인 그룹에 들어가 같이 어울리는 일이 낯설고 어색했다.

먼저 공감받고 이해받기보다 내가 적응하고 맞춰가며 가까워지는 수밖에 없었다. 따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밀어냈다는 뜻은 아니고, 서로의 다름에서 비롯된 심리적, 정서적 거리감으로 서먹하고, 그 차이를 좁혀보려고 애쓰는 이질적인 자신이 안쓰러웠다. 나도 그들 사이에서 관심과 인정을 충분히 받길 희망했고, 친밀하고 안정된 소속감을 갈망했다.

장애인 청년 중에 자기만의 세계와 인격을 갖춘 특별한 친구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의젓하고 자유로운 정신이 내가 동경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그는 뇌성마비를 가진 박학다식한 다독가이자 섬세한 시인이었는데, 나도 잘 깨닫지 못한 내 강점과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채고 응원해 주는 어른스러운 녀석이었다. 덕분에 독서와 공부에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나도 그에게 어울리는 멋진 친구가 되고 싶었다. 장애를 수용하면서도 당당한 한 사람으로 바로 서는 주체적인 마음가짐을 배웠다. 주눅 들거나 회피할 필요 없이 자기 경험과 소신이 담긴 말(글)과 태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면, 그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동안 다름을 숨기거나 좁혀서 동질감을 형성하려던 나의 중심 없는 마음을 부끄럽게 돌아보았다.

그의 한결같은 믿음과 격려에 힘입어 사이버대학에서 문예창작과 상담심리를 전공하길 결심했다. 건강이 나빠져 중도에 포기했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꾸준하게 실행하는 주도적 삶을 체득했다. 근육병을 가진 약하고 수시로 아픈 몸에 맞는 속도와 정도로 독서하고 글쓰기에 정진했다. 자기다움과 신앙인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사유의 힘을 길렀다.

장애인이 인간다운 개인이자 깨어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려면, 장애를 수용하며 개성을 발휘하는 장애인 선배나 동료들에게 동기부여와 영감을 받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선하고 바른 비장애인들과 공존하며 우호 관계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는 경계에서 늘 외로움과 수치심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 경험이 자기를 일깨우고 목적의식을 갖도록 이끌어 주었다.

사회적 소수자로 지내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떤 대표성을 가지게 된다. 사소한 말과 행동이 내가 속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용하거나 반대로 누군가에게 다른 장애인이 행한 부정적인 영향이 내게 이유 없이 전가되는 억울함도 겪게 된다.

온전한 한 개인을 넘어 가해지는 집단적 인식의 무게가 버겁고 성가실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난관의 굴레를 어리석게 반복하기보다 내 존재가 선순환에 작게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온기가 느껴지는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나다운 편안한 모습 안에서 따뜻한 마음과 건강한 정신으로 바라보고 말하며 행동하면 충분하다.

[더인디고 THE INDIGO]

페이스북에 질병과 장애를 겪는 일상과 사유를 나누는 근육장애인입니다.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의 영토를 넓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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