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하게? 빠르게? 장애인이 어려우면 아무런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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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에 시작했던 청년희망적금이 2년간의 기간이 지남에 따라 만기가 되고 있다. 적금 만기를 기뻐하는 청년들 속에 장애청년은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사진. ©박관찬 기자
  • 2022년 2월 시작한 청년희망적금 2년 만기
  • 장애를 고려하지 않아서 청년희망적금 신청 못했던 사례
  • 경제력에 대한 부담으로 신청하지 못하기도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지난 2022년 2월과 3월 두 달에 걸쳐 신청이 가능했던 ‘청년희망적금’이 2년의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은행별로 청년도약계좌로의 전환을 안내하는 등 만기되는 적금의 알뜰한 활용을 위한 광고를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2년 전 청년희망적금의 신청 대상자가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리보기’를 한 조회수가 200만을 넘을 정도로 청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200만 명 중 분명히 장애청년도 있었을 텐데, 2년이 지난 현재 청년희망적금의 만기 혜택을 받는 장애청년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교회를 다니는 A 씨는 요즘 청년 소그룹에서 나누는 이야기에 괜히 2년 전 일이 떠올라 속상하다. 2년 전 시작했던 청년희망적금의 기간 2년이 만기되는 시기임에 따라 청년들에게 계속 화제가 되고 있는데, 정작 청년희망적금을 하지 못했던 A 씨에게는 아쉬운 마음만 남아 있을 뿐이다.

손에 장애가 있는 A 씨는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조작하기가 어렵다. 2년 전 청년희망적금을 스마트폰으로 신청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하기 어려운 A 씨만의 사정이 있었다.

“일단 청년희망적금 신청 가능한 시간이 평일 은행 영업시간이라고 알고 있는데, 직장인이라면 근무시간이잖아요. 스마트폰으로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하기에 저는 손에 장애가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근무시간에 일은 하지 않고 계속 폰을 보고 있으면 직장 동료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그러니 마음 편하게 신청을 못하겠더라고요.”

근로지원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A 씨는 “조심스럽게 부탁해 봤는데 거절하셨다”라며 “근로지원인은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지원해 주는 지원인력이라서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하는 개인적인 걸 지원해 주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니까 더 부탁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혹시라도 근로지원인이 A 씨가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도와줬더라도 A 씨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직접 스마트폰 터치가 불편해서 근로지원인에게 터치할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데,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하기 위해 알려줘야 하는 내용은 대부분이 개인정보다.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알려줘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어 A 씨는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했던 다른 청년들도 결국 신청은 근무시간에 했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비장애인은 스마트폰으로 신청하면 몇 분도 걸리지 않을 텐데, 장애가 있는 사람은 속도가 느리니까 근무시간에 하면 눈치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연이율이 최대 6%까지 될 수 있는 청년희망적금은 분명 장애청년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을 텐데, 정작 금융 시스템에서는 여러 가지로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장애청년들에게 청년희망적금이 환영받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다고 장애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B 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지만 그 역시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B 씨의 장애로 인해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적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B 씨는 청년희망적금을 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많은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다가옴에 따라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로의 전환 등 다양한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 ©박관찬 기자

B 씨는 “20만 원 정도라도 청년희망적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당시 월급에서 고정 지출되던 금액을 계산해보니 (적금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생활비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 같아서 포기해야 했다”며 “2년동안 물가도 계속 올랐기 때문에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했더라도 결국 중간에 해지했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경제력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어 B 씨는 “청년희망적금의 취지는 너무 좋은 것 같은데, 비장애 주류사회에서 비장애청년보다 장애청년의 경제력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장애청청년도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처럼 장애를 이유로 고용에서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청년과 동등하게 임금을 받으며 마음 편하게, 부담없이 적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개선의 필요성

A 씨는 “청년희망적금 신청기간이 2개월로 충분히 길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평일 근무시간에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신청시간이 많이 아쉽다”며, “물론 연차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힘들게 일해서 생긴 소중한 연차를 (은행 방문이나 지원인력의 지원을 받아) 몇 분 안 걸리는 적금을 위해 사용하면 솔직히 연차가 아깝다”고 했다. 이어 “청년이라는 범주에 반드시 포함되는 장애청년을 위한 감수성 있는 고려를 앞으로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B 씨도 “만약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했더라도 금융정보에 접근이 어려워 시간이 걸리는 등 여러 가지로 애 먹었을 것 같다”라고 하며 “시각장애인은 본인인증 과정에서 보안문자를 확인하는 게 어려울 수 있고, 청각장애인도 ARS를 통한 본인인증은 어려울 수 있다”고 금융정보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금융정보는 그 어떤 것보다 개인정보가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앞으로 장애 감수성을 고려한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실제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이 이뤄지는 현대사회에서 적금과 결제 등과 같은 금융업무도 스마트폰으로 해결한다. 이 부분을 감안한 ‘간편하개’, ‘빠르게’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여러 앱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간편하고 빠르게 할 수 있어도 장애 감수성이 고려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번 청년희망적금 신청에 장애청년이 겪었던 불편함과 어려움을 고려하여 지금부터라도 장애청년, 더 나아가 장애인이 금융업무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는 움직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물가상승의 추세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저렴한 임금을 받게 되면 적금 등 자산관리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청년희망적금보다 모든 세대가 차별없이 평등하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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