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영상으로는 못 들었던 기합 소리, 이제 내가 직접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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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는 근성과 인내, 몸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강한 스포츠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 = 박관찬 기자] 검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관장님이 팔 굽혀펴기를 100개 하면서 몸을 풀자고 하신 적이 있다. 30개를 먼저 하고 그 다음 20개, 20개, 15개, 15개 순서로 100개를 완성하는 거였다. 난 처음 30개는 거뜬하게 해냈는데, 그 다음 20개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15개는 자세를 제대로 잡지도 못하면서 겨우겨우 100개를 했다.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싶어 스스로 너무 아쉬웠다. 관장님은 팔 굽혀펴기 100개는 매일 해 주는 게 좋다고 하셨고, 그때부터 난 팔 굽혀펴기 하루 100개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렇게 검도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어 가는 어느 날, 그날도 수련 전 관장님은 팔 굽혀펴기 100개를 하자고 하셨다. 난 이번엔 마지막 100개째까지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해냈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서 자기만의 패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관장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젠 팔 굽혀펴기 30개하고 그 다음 20개, 20개 하고 마지막엔 오히려 30개로 끝낼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주 검도 수련에서는 기합과 발구름을 배웠는데, 정말이지 신선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관장님은 평소 중요하게 강조하시던 ‘밀어걷기’를 빠르게 하되, 검도관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가면서 ‘머리’라고 크게 기합을 넣으라고 하셨다. 처음에 제대로 이해를 못했던 나는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빠르게 밀어걷기를 하면서 출발할 때 “머!”라고 외쳤고, 검도관 벽 끝에 다다르자 “리!”라고 했다.

따라오신 관장님은 밀어걷기를 출발할 때부터 “머리”라고 하면서 벽에 다다를 때까지 마지막 글자 ‘리’를 길게, 그리고 큰 기합으로 표현하라고 하셨다. 검도관 안을 팔로 크게 저으면서 그만큼 크게 울리는 기합을 내야 한다고.

한 대여섯 번 정도 그렇게 “머리~~”라는 기합을 내지르면서(나는 이렇게 했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 했는데, 솔직히 좀 어색하긴 했다. 그걸 아신 관장님은 내가 자리에 돌아와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잘 했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관장님은 본인도 기합은 엄청 크게 낸다면서, 기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기합은 내 내면에 있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표현하는 거라고. 사실 관장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제일 멋진 말씀 같았다. 그런데 이날 내가 했던 기합보다 훨씬 더 큰 기합이 나오면 좋다는데, 과연 얼마나 큰 기합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이날 했던 기합도 평소 내지 않던 큰 소리였으니까 이보다 더 큰 소리로 기합을 낸다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더라도 분명히 자신감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이날 친구들에게 기합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검도 시합하는 걸 보면 선수들이 엄청 기합을 크게 하면서 한다는 것. 그걸 친구들이 알려줬다. 내가 처음 검도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검도 관련 영상을 봤을 때, 난 선수들이 내는 기합은 전혀 못 듣고 그냥 시합하는 ‘시각적’ 모습만 봤기 때문에 기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발구름을 배우면서 내 몸의 균형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새삼 느꼈다.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발구름을 할 때, 왼발이 튼튼하게 뒷받침해줘야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발구름이 되는데, 나는 계속 자세가 무너지거나 흔들린다. 내 왼발이 제자리에서 잘 버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도의 기본자세 중 하나인 밀어걷기를 할 때도 오른발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왼발이 잘 받쳐줘야 하는데, 내 왼발 녀석은 뭐가 그리 약한지 잘 따라오지 못해서 계속 자세가 무너지곤 한다.

특히 발구름은 오른발을 내밀어 구름을 하면서 칼로 치기와 기합까지 이 세 가지 동작이 동시에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단다. 지금은 오른발로 구름을 할 때 왼발이 잘 받쳐 줄 수 있도록 신경쓰느라 과연 세 가지 동작을 한 번에 자연스럽게 해낼지 걱정이다.

검도라는 스포츠를 배우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팔 굽혀펴기 100개를 통해 나만의 패턴도 만들고, 결코 가볍지 않은 죽도를 왼손으로만 들고 치기 동작을 100회 하면서 인내하는 수련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검도의 기본 자세를 하나하나 배워갈수록 내 몸의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말로는 참 쉬워 보이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건 결코 쉽지 않고 어려우면서 힘들다. 하지만 검도라는 스포츠는 어쩌면, 내가 시청각장애를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그렇기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관장님이 너무 고맙다. 덕분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검도관 가는 날을 기다린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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