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손으로 머리 모양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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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왁스로 머리 모양을 내다가, 이젠 고데기 덕분에 한결 편하게 머리 모양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박관찬 기자
그동안 왁스로 머리 모양을 내다가, 이젠 고데기 덕분에 한결 편하게 머리 모양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대학생이 된 뒤부터 외출 준비를 하며 가장 신경쓴 신체 부위는 ‘머리’였다. 저시력이라서 잘 안 보이니까 거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손에 왁스를 펴발라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모양을 내곤 했다. 머리 모양에 만족할 때까지 거울 앞에서 ‘치장 행위’를 하다 보면 30분은 훌쩍 넘어간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직모라서 왁스를 해도 모양이 잘 나오는 편이 아니었고, 나오더라도 금방 풀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왁스로 모양을 낸 뒤 스프레이를 뿌려서 왁스가 굳게 하는 상태로 모양을 유지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스프레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거울을 보면서 작업해도 실은 정확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업하는 손의 촉각에 전적으로 의지하곤 한다. 그래서 왁스만으로 모양을 내며 다듬어진 머리를 만지는 느낌으로 만족하곤 했는데, 스프레이를 뿌리면 시간을 투자해 작업한 머리 모양이 한 마디로 그냥 딱딱하게 엉겨붙는 것처럼 느껴져서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직모인 특성상 왁스를 바르더라도 잘 풀리지 않고 모양이 가능한 오래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업하면서 힘을 줘야 했다. 그러던 내게 머리 작업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준 건 다름아닌 파마였다. 직모를 구불구불하게 했기 때문에 거기에 내 특유의 왁스 머리작업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가 된 것이다.

파마를 해서 머리의 전체가 구불구불해지니까 원하는 스타일로 모양을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윗머리에 모양을 내어 머리를 조금 세우면 키가 좀 더 커진 느낌이 들고, 옆머리가 붕 뜨지 않도록 왁스로 더 구불구불한 모양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연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파마를 몇 번 하면서 나만의 요구사항이 생기게 되었으니, 바로 ‘전체 파마’가 아니라 ‘앞머리를 제외한 파마’라는 것이다. 앞머리도 파마가 되면 구불구불한 모양이 얼굴 바깥쪽으로 구불구불해진다. 얼굴 안쪽으로 모양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가르마도 멋진 연출이 되는데, 애초 바깥쪽으로 머리가 자라기 때문에 파마도 그런 형태로 된 것이다.

이 부분은 왁스로 아무리 힘을 준다고 해도 머리 모양이 얼굴 안쪽으로 되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파마를 하더라도 앞머리는 직모인 상태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게 된 것이다. 한동안은 그런 스타일에 만족하는가 했는데, 직모인 앞머리가 눈을 넘을 만큼 길이가 길어지면 모양을 내기보다 시야를 가리는 부분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최근 또 신세계를 맛보게 되었으니, 바로 고데기다.

그동안 고데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건 결코 아니지만, 미용실이 아닌 곳에서 내가 직접 사용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대일 때 고데기를 장만하려니까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전기 콘센트에 꽂아서 사용해야 하는데 잘못하다가 손이 데일 수 있다고. 뜨거운 고데기가 바닥에 있는데 미처 못 보고 그냥 지나가다가 밟을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그리고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는 건 외엔 내가 직접 모양을 내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던 터라, 기계(고데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직접 모양을 내는 게 더 좋았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미용실 가던 횟수도 부쩍 줄어들었고, 머리를 길게 길러둔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수작업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 답답한 시기까지 오면 결국엔 그냥 미용실에 가서 확 잘라 버리곤 했는데, 마침 그런 고민을 하던 순간에 지인이 고데기를 선물해 줬다.

고데기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뒤, 고데기로 앞머리 부분을 자연스럽게 머리를 벗어주니 금방 모양이 나온다. 거기에 내가 왁스로 조금만 정성을 들이니 고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훨씬 예쁜 모양이 연출되었다. 진작에 고데기를 사용할걸, 하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다.

고데기를 하니 이제 앞머리가 눈을 지날만큼 길어져도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다. 고데기와 왁스로 눈을 덮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했고, 모양도 제법 예쁘다. 이제 막 고데기에 입문한 왕초보지만,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겨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할 것 같다.

그런데 고데기는 머리를 손으로 만져서 하기보다는 눈으로 (거울을) 보면서 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촉각으로만 하다가는 다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평소 왁스로 머리 모양을 낼 때도 굳이 거울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충분히 모양을 잘 연출했던 것처럼, 고데기도 충분히 잘 해낼 것 같다.

다음 연주회 때는 요 고데기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더 멋진 머리 스타일이 나올 것 같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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