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저시력이면 대중교통 이용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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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시내버스는 색깔도 다르고 버스번호가 디자인된 위치와 크기도 다르다. 사진.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저시력 시각장애인으로 교통수단을 혼자 이용하는 건 참 어렵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가는 대중교통을 잘 타야 하는 것부터 목적지에서 잘 내리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저시력이라고 해도 시야와 시력에 따라 볼 수 있는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기자의 저시력을 기준으로 대중교통 이용시 겪는 어려움을 밝힌다.

#시내버스

경북 경산이나 포항에 있을 때는 시내버스를 주로 이용했다. 그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이 아니라 몇 분을 투자해 좀 더 멀리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집에서 가까운 정류장에서는 사람이 잘 타지 않아서 혼자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류장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버스의 ‘앞’에 있는 버스 번호를 정확하게 보기 힘들다. 그래서 버스 ‘옆’에 크게 적혀 있는 번호를 봐야 되는데, 바로 버스를 타지 않고 버스 옆의 번호를 확인하려고 하면 기사는 그냥 버스를 출발시키곤 한다. 그래서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 사람들이 버스를 타는 동안 버스 옆에 있는 번호를 확인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원하는 버스를 타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갖다대고 결제해야 하는데, 버스마다 단말기의 위치가 달라서 한참 찾을 때가 있다. 분명히 운전기사 주변에 단말기가 있는데 모든 버스의 단말기 위치가 같지 않아서 헤매곤 한다. 단말기를 찾았더라도 교통카드를 정확하게 찍었는지는 물론 잔액이 얼마 남았는지도 저시력으로 인해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혼자 버스를 타게 되어 교통카드로 분명히 단말기에 갖다대고 결제를 했는데, 얼마 가지 않은 버스가 멈추더니 자리에 앉아 있는 내게 기사가 다가와서 뭐라고 한 적이 있다. 교통카드로 단말기에 결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시청각장애로 인해 그마저도 확인이 어렵다.

버스에서 내려야 할 때는 버스에서 나오는 안내방송도 듣지 못하고 버스 내에 나오는 안내문구도 보지 못하니 절대적으로 ‘감’에 의존해야 한다. ‘이제 곧 내려야 된다’는 감. 자주 다니는 곳이라면 창밖으로 풍경을 보면서 내려야 하는 목적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지만, 버스에 사람이 많이 타고 있어서 창밖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면 목적지 전에 또는 지난 후에 내리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버스를 타기 전 번호 확인부터 내리기까지 많은 집중을 해야 한다. 특히 버스의 번호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하는 저시력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지역마다 시내버스의 디자인이 다른 게 많은 당황스러움을 준다. 경산의 경우 버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에 큰 디자인으로 숫자가 있다면, 포항은 버스 앞바퀴 위에 (견산보다는) 작게 디자인되어 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빠르게 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번호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잘 확인해야 한다.

경산과 포항의 버스 번호 위치가 다른데, 서울 지역의 시내버스들은 번호의 크기와 위치도 다 다르다. 뒷바퀴 위에 번호가 있는가 하면 어떤 버스의 번호는 큰데 다른 버스의 번호는 작다. 버스의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버스의 운행노선에 따라 버스 색깔과 디자인을 비슷하게 또는 차별화했을 수 있는데,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버스 이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물며 버스 옆면에 화려하게 디자인된 각종 광고까지도 불편함을 느낄지 모른다.

#지하철

시내버스와 비교했을 때 지하철의 가장 확실한 장점은 정확성이다. 특별히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지하철은 정해진 시간에 오고, 승강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급행열차가 아니라면) 반드시 다음 역에 멈춘다. 그렇기에 저시력이라서 지하철 내 나와있는 다음 역 안내문구를 보지 못하더라도 마음속으로 역 수를 세알리면서 갈 수 있다.

서울지하철은 각 호선별로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카카오지하철 캡처

하지만 지하철도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이용하면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버스를 탔을 때 단말기의 위치를 찾는 것과 제대로 교통카드가 찍혔는지 확인이 어려운 것처럼 지하철도 각 호선마다 개찰구의 모양이 다 달라서 교통카드를 찍어야 하는 곳과 제대로 찍혔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2호선은 개찰구에 카드를 잘 찍었다면 개찰구를 막고 있는 봉을 밀어야 진입할 수 있다. 공항철도선은 교통카드를 찍으면 개찰구 끝을 막고 있는 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교통카드가 제대로 찍혔더는 것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호선은 그렇게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교통카드를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개찰구 입구가 막히는 바람에 당황스러움과 맞닥뜨릴 때가 종종 있다.

또 9호선은 급행열차와 일반열차가 있는데, 두 열차가 모두 정차하는 곳에서는 두 열차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면 전광판이 있는 곳에서 타야 한다. 전광판 바로 밑에서(최대한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저시력으로 다음에 들어오는 열차가 급행인지, 일반인지 확인하거나 아니면 전광판을 사진 찍어서 확인해야 한다. ‘지옥철’로 불리는 9호선이기에 출퇴근 시간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전광판 바로 아래까지 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지하철 운행노선 표를 보면 지하철도 시내버스처럼 노선별로 색깔이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호선마다 색깔이 다르면 지도상에서는 확인하기 쉬울 수 있는데, 문제는 환승 구간에서 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하철 역 벽에 적힌 숫자가 환승하기 위한 호선을 안내하는 건지, 아니면 출구를 알려주는 건지 헷갈릴 수 있다. 또 각 호선마다 출구를 안내해주는 디자인도 숫자의 모양과 색깔, 크기가 다르다.

혼자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목적지에 내렸는데, 출구를 찾기까지 한참 헤맨 적이 많다. 교통카드를 개찰구에 찍고 나온 뒤 출구를 안내하는 숫자가 적혀 있는 안내문구를 찾았는데 전광판처럼 위에 있다. 바로 밑에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참동안 원하는 출구에 해당하는 숫자를 찾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본다. 숫자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저시력 시각장애인

사실 ‘시각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조금이라도 잘 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시력보다 전맹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승강장에 있는 점자 표기, 지하철역무원 호출 등은 전맹 시각장애인이 저시력 시각장애인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 실제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역무원을 부르더라도 역무원이 해당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잘 찾지 못하곤 한다. 안내션이나 흰지팡이가 없기 때문에.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잘 확인한다면 조금만 신경써도 저시력 시각장애인도 혼자서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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