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빈곤]71만 원, 한 달 생계 유지에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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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어느 덧 10년이 지났다. 과연 그로부터 어떤 변화가 있었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얼마나 좋아진 걸까. 사진 제공. ©빈곤사회연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어느 덧 10년이 지났다. 과연 그로부터 어떤 변화가 있었고, 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혜택은 얼마나 좋아진 걸까. 사진 제공. ©빈곤사회연대
  • 제도가 진일보했다지만 큰 변화는 없어
  •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해 모르는 장애인도 많아
  • 정부 차원의 ‘시그널’도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금까지 빈곤한 상황에 놓여 있는 몇몇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이번에는 이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는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이 빈곤에 허덕이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우리 사회의 변화는 무엇인지 귀 기울여보고자 한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10, 무엇이 달라졌나?

노동의 불안정화, 민중의 빈곤화에 맞선 광범위한 도시빈민의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2004년 3월 30일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으로 만들어졌던 빈곤사회연대도 벌써 올해로 설립 20주년이 된다. 그리고 도시빈민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도 어느 덧 10년이 지났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최근 10년 동안의 변화를 돌아봤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정부에서 ‘송파 세모녀법’이라는 이름으로 세 가지 법을 제‧개정했어요. 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을 개정했고, 사회보장법이 제정되면서 현재 발굴 중심 복지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측면이 있어요. 이 세 가지의 법 중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 사무국장에 의하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절대적 빈곤선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기준으로 사용하던 것이 상대적 빈곤선인 ‘기준중위소득’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또 이전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단일선정기준이었다면 현재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과 같이 맞춤형 개별급여별로 변경된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절대적 빈곤에서 상대적 빈곤으로 개념을 바꾸고 진일보했다고 합니다. 맞춤형 개별급여로 바뀐 건 굉장히 큰 변화인데, 사실상 당시 수급권자에게 변한 건 없습니다. 수급받는 급여(수급비)는 달라지지 않은 거예요. 왜냐하면 보장 수준이 이전과 다르지 않게 낮게 책정되었습니다. 생계급여의 경우,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가 선정 기준으로 하여 이 기준에서 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생계급여는 약 71만 원입니다.”

71만 원. 사람 한 명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필요한 돈으로 과연 충분한 금액일까? 물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상승한다. 식사 한 끼가 만 원을 넘기는 게 기본인 시대에서 생계 유지에 얼마나 적정한 금액일까. 생계 유지에 식비만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는 걸 감안한다면 적은 금액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그냥’ 적은 금액이 아니라 ‘너무’ 적은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상대적 빈곤율을 구할 때 기준중위소득의 50% 이하를 상대적 빈곤층으로 분류하잖아요. 그래서 개별급여 도입 당시에 시민사회에서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했는데, 교육급여 선정기준만 상대적 빈곤선인 기준중위소득 50%로 맞추고 나머지는 다 상대적 빈곤선 아래로 쌓았습니다. 생계급여는 32%,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8%입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박관찬 기자

누군가 어떠한 사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가 되었을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최저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개별로 권리로서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 사무국장이 설명했듯 교육급여를 제외하고는 상대적 빈곤선 이하로 기준중위소득 선정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최저생활을 보장할 만큼의 금액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계급여뿐만이 아닙니다. 주거급여의 경우, 임차료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주거유지비가 빠져 있습니다. 가스, 전기, 수도, 관리비 이런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의료급여 역시 언론에서는 수급자들이 무료로 치료 받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수급자 중 만성질환이 많은데 그에 따른 비급여가 병원과 약국에서도 그렇고, 당뇨 키트지 같은 것도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듭니다.”

빈곤에 장애가 추가된다면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빈곤층은 인구 대비 14.9%이며, 이 중에서 수급률은 5%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5%에는 주거급여만 받거나 교육급여만 받는 수급자가 포함되어 있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자는 3%에 불과하다. 또 여기에 ‘장애’라는 요소가 추가된, 빈곤하면서 장애도 가진 경우는 얼마나 될까. 그에 대한 통계자료는 있다고 해도 굳이 이 기사에 밝히지 않는다. 실제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중에는 기초생활수급권 자격이 있음에도, 긴급복지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혜택을 못 받고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즉 통계가 있다고 해도 빈곤하면서 장애도 가진 계층이 있다는 게 반영되지 않은 사례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저희 활동가들도 (법이나 제도를) 매년 매월 보니까 아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도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서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급여를 받고 있더라도 그게 어떤 건지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현금급여로 두 가지가 들어오면 하나는 생계, 하나는 주거급여라고 적혀 있어도 이 두 가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지원 제도가 있고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장애유형에 맞춰진 안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 사무국장이 활동하면서 그러한 안내를 제대로 접해본 적은 없다고 했고,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곳도 거의 없다고 한다. 사실 누구에게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그 ‘무슨 일’이 갑자기 절대적 빈곤에 처하게 될 위험도 없지 않은데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기초생활보장수급권을 신청해도 두 달의 심사기간이 있습니다. 그럼 두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까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주민센터에서 먼저 해당 사실을 안내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더라구요. 그래서 실제로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신청하지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 사무국장은 이게 주민센터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시그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까운 사례로 코로나 바이러스 때 온 국민이 신청했던 재난지원금을 떠올릴 수 있다. 그렇게 정부 차원에서 긴급복지지원에 대한 시그널을 충분히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현실은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많고, 특히 장애인 중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위기정보를 수집하겠다거나 AI를 도입하겠다고 하죠. 실제 이런 부분들이 필요한 사람에게 알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단 단순히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정보 수집해서 비수급빈곤층 발굴해도 선정기준이 개선되지 않았으니 수급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그래서 현재 상황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AI를 도입하겠다는 건 맞지 않는 정책인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이 일을 하고 그에 대한 급여를 받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은 언제쯤 오는 걸까. 현실은 이동할 권리도, 교육받을 권리도, 일할 권리조차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뿐더러 기초생활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제도와 혜택이 있음에도 모른 채 더욱 빈곤하게,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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