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빈곤] 민국 씨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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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벚꽃이 거리에 활짝 핀 사진
민국 씨는 인터뷰 중 거리의 벚꽃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재계약했다면 지금쯤 카메라를 사서 벚꽃사진을 예쁘게 찍고 있었을 것 같다고. ©박관찬 기자
  • 장애인이 빈곤에 시달리는 이유, 정보의 부족도 한 원인
  • 제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안내해야 할 필요성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민국 씨(가명)는 오랜 기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내다가 공공기관에 취업했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권자일 때보다 3배는 더 많은 금액이 그의 통장에 찍혔다. 그동안 한 번도 그만큼의 금액이 통장에 찍힌 걸 경험해보지 못했던 민국 씨는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자연스럽게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도 벗어났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장애인 연금 대상자에서도 제외되었다. 또한 그동안 납부대상에서 면제되었던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에 대한 본인부담금도 납부할 의무가 생겼다.

그래도 민국 씨는 행복했다. 이제 민국 씨는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생활비를 아끼려고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못 먹거나 입고 싶던 옷을 못 사는 일도 없어졌다. 그만큼 기초생활수급권자일 때와는 180도 생활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꿈만 같던 민국 씨의 공공기관 취업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애초 계약기간이 6개월이었기 때문이다. 민국 씨는 재계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회사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근무했다. 어렵게 얻은 직장인 만큼 재계약을 못하면 그 이후의 삶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민국 씨는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계약기간 만료 한 달 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민국 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부지런히 다른 직장을 알아봤지만, 6개월이라는 짧은 근무기간으로는 어디에 내세울 만한 경력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민국 씨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

결국 민국 씨는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기초생활수급권과 장애인연금을 신청했다. 그런데 민국 씨는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신청한 두 건은 심사를 거쳐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신청한다고 해서 100% 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한다.

민국 씨는 그럼 당장 수입이 끊기게 되는데 어떡하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주민센터 직원은 규정과 절차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그 말이 민국 씨의 귀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민국 씨는 주민센터에서 어떤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민국 씨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계속 알아보고 있는 취업은 되지 않았고,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며 받은 급여에서 모아둔 잔고는 점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국 씨는 “주민센터에서 심사기간이 걸린다는 것만 설명해줬고,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최소한 두 달 동안 수입이 끊기게 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왜 심사나 절차만 이야기하고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안내는 해주지 않는지, 주민센터 직원도 어떤 제도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그 상황에서 민국 씨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민센터 직원이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고, 민국 씨도 평소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신청조차 해보지 못했다.

민국 씨는 “아무래도 장애가 있으면 정보접근에 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런 정보(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해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평소에 좀 안내를 해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다른 많은 장애인들이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 테니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에서 안내와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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