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자갈, “우리의 목소리를 함께 사회에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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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자갈운동회 단체 사진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발달장애가족의 단체다. 일 년에 한 번 운동회를 여는데, 인터뷰에 참여한 자갈자갈의 이사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은 자갈자갈 운동회.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 이런 곳이 있습니다-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은 전국의 각 지역마다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도적으로 어떤 모임을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모들이 나서서 법인이든, 협동조합이든 어떤 모양이로든 조직적인 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체의 이름부터가 특색있게 다가오는 한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이다.

많은 단체가 그렇듯,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이하 자갈자갈)도 뜻이 맞는 부모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했다. 2017년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 15명이 모여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2020년에 협동조합창업지원교육을 받고 그 다음해인 2021년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다. 자갈자갈에 대한 소개부터 활동에 대해 이정화 이사장, 김정란 이사, 오지혜 이사, 박수정 감사가 들려줬다.

이정화 “자조모임일 때는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게 힘들었는데, 협동조합이 되면서 사업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어떤 특정한 사업도 꾸려나가기 편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15명이었지만 지금은 30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어요. 그래서 발달장애아동 교육서비스, 특수치료, 특수체육을 제공하고 있고, 발달장애가족을 대상으로는 가족캠프와 부모교육을 담당하고 있어요.”

자조모임으로 시작할 때는 특별한 ‘이름’이 없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면서 그 자조모임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자갈자갈이다. 왠지 요즘 날씨가 더워지면서 찾게 되는 계곡에 가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자갈들이 떠오른다. ‘자갈자갈’은 무슨 뜻일까?

이정화 “어떤 이름을 할까 고민하다가 순우리말을 찾아봤는데 자갈자갈이라는 말이 ‘재잘재잘’처럼 나지막이 떠드는 소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어요.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발달장애인의 목소리,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렸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자갈자갈로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말이 예뻐서 이름부터 짓고 나중에 뜻을 갖다 붙였어요(웃음).”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로고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오지혜 “이름이 특이해서 까먹는 분이 거의 없고, 대부분 저희 이름을 잘 기억해 주세요. 또 자갈자갈의 로고도 여러 가지 색깔로 구성되어 있어요. 기자님이 생각하셨던 계곡에 있는 자갈들도 다 모양과 크기, 감촉이 다르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 발달장애인도 같은 발달장애라는 공통분모는 있어도 그 안에서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런 특성을 잘 보여주는 이름인 것 같아요.”

자갈자갈은 2021년부터 협동조합으로 운영해오고 있으니까 햇수로는 3년이다. 무슨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고 그런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그동안 이사진으로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씩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 소개보다 자갈자갈의 활동을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정 “가족들이 다 모여서 운동회를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운동회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되게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운동회 끝나고 가족들이 모여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1년에 꼭 한 번씩은 운동회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지혜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외부로 나갈 경우 매년 같은 곳에 가기도 하거든요. 그럼 작년에 여기 왔던 아이가 올해 다시 와서 힘들어하지 않고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해요. 이래서 우리가 힘들어도 같이 계획하고 준비해서 나오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런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 커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이정화 “2021년에 하니랜드라는 작은 놀이공원에 다 같이 간 적이 있는데, 한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를 데리고 이런 곳에 와보는 게 처음이라고 하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발달장애에 대한 시선에 신경 쓰느라 이런 곳에 잘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다 같이 다니면 용기도 나고 또 데리고 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는 것 같아요.”

김정란 “저는 조합 가입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데, 처음에 부모님들은 눈물로 (상담을) 시작해요. 너무 힘든데 어디 얘기할 곳도 없고, 막상 여기 오니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하게 되더라구요. 듣다 보면 이렇게 편하게 얘기하고 소통하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래서 우리가 자갈자갈을 설립하기를 잘 한 것 같고,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함께하는 커뮤니티, ‘사람의 숲

사실 발달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립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조직한 모임은 전국 각 지역마다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비슷한 목표와 특징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자갈자갈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정화 “저희가 마을 같은 느낌이고, 제가 ‘사람의 숲’이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아이가 있는 가족 한 팀만 있는 게 아니고 모였을 때 마을 사람들처럼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나누면서 되게 편안하게 소통해요. 그래서 함께 모임을 하니까 사회로부터 겪는 고립감도 떨어뜨릴 수 있고 그런 공동체적인 게 좋은 것 같아요.”

오지혜 “목적을 위해서만 만나는 게 아니라 정을 나누고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인 거 같아요. 자기 가족만 챙기려는 게 아닌, 우리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가족들도 내 가족처럼 서로 챙기면서 지내는 거죠.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구성원도 고립이나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박수정 “저희가 프로그램을 할 때 모든 가족들이 다 참여하지는 않거든요. 저마다 사정이 있거나 일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해서 지켜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 저희가 진행한 프로그램 사진 같은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는 것 같던데, 언제든 와서 함께 해주시면 좋겠어요.”

현재 자갈자갈 조합원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초등 저학년이다. 그렇지만 이사진들은 지금도 아이들의 성인기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갈자갈을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그래서 공익법인도 준비하며 차근차근 성장해가고 있다.

박수정 “저희 조합을 알고는 있지만 가입하지 않고 망설이는 분들이 주위에 계시거든요. 여기가 어려운 곳이 아니라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가입 상담도 하셔서 고양시에서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진. 왼쪽부터 오지혜 이사, 이정화 이사장, 김정란 이사, 박수정 감사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오지혜 “발달장애 자녀를 두고 있으면 시설 같은 부분에 대한 생각과 우울감 등으로 힘든 부모들이 있더라구요. 그렇지만 자갈자갈에서 같이 물들고, 같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같이 용기 내고 많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정화 “더 이상 집에서 혼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위해서라도, 또 나를 위해서라도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들 용기 내셔서 밖으로 나와 주시고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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