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요즘 날씨 어때요?

0
81
가을 분위기의 노란 잎이 떨어지는 공원을 젊은 여자들이 걷는 모습
ⓒPixabay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안승준 집필위원] 여름과 가을의 향기가 아침저녁으로 교차하는 요즘 같은 간절기엔 사람들의 옷차림이 정말 다양해진다. 가벼운 반소매 티셔츠부터 두꺼운 패딩까지 생각과 체질에 따라 사계절 패션쇼가 동시에 펼쳐진다.

직장에서도 에어컨 틀고 싶은 사람과 창문 열고 싶은 사람, 히터 틀고 싶은 사람과 창문 닫고 싶은 사람의 차이로 때때로 가벼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체로 큰 다툼 없이 여유 있게 웃으면서 지나갈 수 있는 건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도 특별히 어렵지 않게 스스로의 욕구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적 준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굳이 창문을 닫으라거나 에어컨을 꺼 달라고 온몸을 내던지며 시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내복이라고 하는 보온성 탁월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고 붙이는 핫팩 같은 것들도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시원한 소재들로 만들어진 기능성 의류 덕분에 한데 모여 시원한 삶을 보장하라고 투쟁할 필요가 없다.

냉각기나 난로는 날이 갈수록 기능이 강력해지고 휴대도 간편해져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닫거나 에어컨과 히터를 켜고 끄는 일에 대해 집단으로 논쟁하거나 싸우지 않아도 각자의 쾌적한 삶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겨울에 얼음을 구하는 것도 여름에 뜨거운 찜질방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세상에서 그 정도의 다름은 다수의 인류 안에서 소수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춥다고 느끼는 겨울을 더워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덥다는 여름을 추워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다수와 매우 다르지만, 장애라는 낙인을 찍지 않는다. 그것은 충분히 환경적 보완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절기 날씨를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복장처럼 사람들은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르게 살아간다. 어떤 다름은 여름에 구할 수 있는 패딩처럼 드러나지 않고 배려받지만, 또 다른 다름은 채우고 감싸려는 의지조차 없이 소수자, 약자로 불린다.

에어컨이나 열선이 달린 휠체어를 아무 때나 동네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면 걷지 못하는 이들의 다름의 색이 조금은 옅어질 것이다. 일반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언제나 점자나 전자로 구할 수 있으면 시각장애는 꽤나 덜 불편한 다름이 될 수 있겠다.

조금의 노력이 소수의 불편함을 덜어내는 쪽으로 모인다면 어느 틈엔가 소수라 불리던 이들도 스스로 권익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비 오는 날, 우산으로 몸을 젖지 않게 하는 정도의 수고만으로도 특별하지 않은 지팡이를 의지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간절기의 옷차림처럼 사람들은 수많은 다른 날씨를 살아가며 대부분 채워지고 감싸진다.

날짜가 흐르고 계절이 변하면 추움과 더움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옷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그렇게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다. 그 나아짐이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에게도 함께할 수 있는 보편적 물결이 되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승인
알림
662b176fd219b@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